2. 노란대문집

비가 내린다.

史野 2008. 10. 22. 21:53

예전의 사야는 비만 오면 미치는 사람이었다. 빗소리가 좋아서 비에 젖은 도시가 좋아서..

 

그런데 이번 비는 그런 낭만적인 비가 아닌 정말 내 인생 최초의 생명수였다. 그 메마른 땅 둔황과 사막지대를 여행할때도 비가 이렇게 그립진 않았었다.

 

살포시 잠에서 깨어 창밖의 빗소리를 듣는데 아 하나님 감사합니다(이럴땐 부처님이 아니다..ㅎㅎ)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

 

대지가 젖는 다는 게 이런 느낌이라는 걸. 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 지를 온몸으로 체험했다. 이게 첫 경험이니 앞으로도 이 비만큼 절실한 비는 내 인생에 없지 싶다.

 

사람은 정말 환경의 동물인지 흐르는 물에 하던 설겆이를 구정물에서 초벌헹굼을 할 정도고 샤워하는 물을 어찌받아서 욕실청소를 하고..^^ 그나마 물이 끊기진 않고 조금씩이나마 나오는 걸 우리가 모시는 관세음보살님의 가피라고 감사하게 되더라..ㅎㅎ

 

 

홍콩에서 알던 언니가 아는 후배랑 다녀갔다. 오년만인데도 늘 만났던 것처럼 그런 사람. 홍콩에선 오래 살 지도 않았고 언니랑 자주 만난것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오래 알았던 사람처럼 편하다.

 

몸이 좋지 않아 많은 시간을 한국에서 보내는 언니는 완치된 건 아니어도 좋아보였고 오년이나 지났는데도 하나도 늙지 않았더라. 강화도에 있다가 더 좋은 곳을 찾아 제주도로 갔다는데 제주도도 한 번 못가봤다는 남친이랑 언제 한번 다녀와야겠다.

 

물론 떠나면서 제주도에 꼭 오라고 그래야 관계가 유지될 거란 언니의 협박도 한 몫했다만..ㅎㅎ

 

남친의 장점은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다 생전처음보는 사람들인데도 다 자기손님인것처럼 편하게 누님소리도 잘해가며 편히 대한다는 것.

 

그래서 우리의 식탁은 늘 유쾌하고 즐겁다..^^

 

재밌었던 건 오기 전 언니가 보낸 문자. ' 서울에 있니 지방에 있니 해외에 있니' 하하하

 

 

 

오랫만에 사야사진 한 장. 모님이 지난 번에 내 사진이 없어 섭섭하다길래 어제 한장 같이 찍을 생각이었는데 까먹었다.

 

저 어마어마한 병은 내가 요즘 맛을 들인 솔잎과꿀을 섞은 액이다. 저기에 찬물을 타서 마시면 맛 정말 죽인다..ㅎㅎ

 

뒤로 보시다시피 이 창뿐 아니라 가스레인지 뒷쪽 창도 투명유리로 바꿔서 요즘은 부엌도 더 환해졌고 요리하는 것도 더 즐거워졌다지.

 

 

 

창밖엔 이렇게 감가지를 꺾어다 놓았더니 훨씬 보기 좋다.

 

 

 

감을 따려는 남친의 처절한 몸부림..ㅎㅎ 

 

 

아시다시피 저 별채는 남친방이다. 본채에서 하도 멀어서 저 방에서 안나오면 내가 승질을 마구 내곤 하는데 저 방이 어떻게 되었냐면 말이다.

 

 

 

이렇게 책상이 들어가고 내 방으로 탈바꿈을 했다지..우하하하. 정말 너무 너무 좋다. 남친은 방도 뺐기고 방에 맨날 불도 때줘야한다고 궁시렁대지만 그래도 내가 나만의 공간을 갖게 되었으니 덜 불평하고 자기도 좋겠지...^^

 

사실 남친이 컴퓨터하러 저 방에 가 있었건 건데 이젠 본채 홈시어터로 전보다 더 편하게 컴을 하니까 별 불만도 없다.

 

이 집은 정말 구조가 그지같아서 방을 닫고 들어갈 공간이 없어서 심리적으로 많이 불편했는데 저렇게 숨어버릴(?) 공간이 내게 생겨서 넘 좋고 또 저렇게 좋은 책상은 내 인생 처음이라 더 좋다..ㅎㅎ

 

의자에 앉으면 작게나마 밖도 보이고(유감스럽게도 저 창문밖이 복도라서) 식탁에서 뭐하다 치우지 않아도 되니 감동.

 

 

 

침실에는 이렇게 서랍장도 들였다. 수납공간이 너무 없기도 하고 다음 주에 내 짐이 오면 필요할 듯해서 구입했는데 벽장에 잘 열리지도 않는 서랍을 쓸때랑은 확실히 업그레이드.

 

침대구석에도 이렇게 작은 서랍장을 사서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것들을 수납했다. 방이 좀 좁아보이는 단점은 있다만 지저분해보이는 것보다야 낫겠지..ㅎㅎ

 

 

 

마당전체에 자갈을 깐 모습은 처음 올리는 것 같다. 이 하나로도 이렇게 집 분위기가 달라진다.. 남친이 깔고 앉은 저건 원래 남친책상인데 내 책상이 들어오는 바람에 쫓겨났다..^^

 

 

 

오늘 언니랑 백양사로 산책을 갔다. 아무리 단풍이 이뻐도 비가 안와서 영 안쓰러워 보였는데 오랫만에 내린 비로 분위기가 좋았다.

 

 

 

저 멀리 백양사 쌍계루

 

 

 

 

 

 

 

 

 

 

 

내가 저 집에 가서 잠을 잤던 게 한겨울이었는데 벌써 이렇게 계절의 서클이 돌아가고 있다.

 

 

 어쨌든 비가와서좋다. 전에는 이것저것 불만도 많았는데 이젠 물만 잘 나오면 더이상 바랄게 없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니 그래 삶에서 뭔가 부족하다는 건 다른 풍성한 것들을 볼 눈을 제공해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2008.10.22. 장성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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