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노란대문집

귀여운 손님들

史野 2008. 10. 28. 21:38

노란대문집에 또 손님이 왔습니다.

 

이번엔 아주 귀여운 손님들이었죠..ㅎㅎ

 

 

 

요녀석 '준' 블로그에서 쭈니로 유명한 보스님의 아드님입니다. 저는 요녀석이 이 땅에 오기전부터 압니다. 요녀석을 데려오려고 부모님들이 특별여행까지 떠났거든요..ㅎㅎ

 

 그 결과 히로코상은(쭈니의 엄마) 만삭에도 요상한(?) 포즈를 취할 수 있는 유연성으로 요녀석이 무사히 태어났답니다.

 

그런데 세월이란 참 벌써 이렇게 커버렸네요..^^

 

광주터미널에서 만나 우선 담양 메타세쿼이야길로 갔습니다.

 

 

 

엔화가 너무나 올라버린 덕분에..ㅎㅎ 보스님께 대통밥을 얻어먹었습니다. 맨날 담양에 가는 길에 지나만 다니던 곳이었거든요.

 

조그만 녀석이 매운 것 빼놓고는 식사도 참 잘합니다.

 

 

 

마침 장날이라 밥먹고 장구경도 했구요. 저 천변에서 오일마다 장이열린답니다.

 

 

 

그리곤 먼저 집에도 안들리고 백양사로 갔습니다. 원래 제가 어제 광주에 볼일이 있어서 나갔다 모셔올 생각이었는데 늦잠도 자고 오신다는 연락에  고양이세수만 하고 서둘러 나가다보니 왠수같은 남친이 집을 못들어가게 만들어버렸거든요..ㅎㅎ

 

남친은 저흴 내려주고 집뜯으러가고 저희 셋이 백양사구경을 했지요. 보스님은 아침부터 순천만에서 작품사진을 찍으신다고 헤매시다가 늪에 빠져버리셨다네요.

 

그래 잠바가 저모양인데 댓글에 건조기있느냐 물으셨지만 건조기는 커녕 세탁기도 못돌리는 상황아닙니까?

 

미안도하여 저걸 제가 칫솔로 살살 대충 닦아냈는데 우리 오사카신사 서울에서 가오도 못살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ㅎㅎ

 

 

 

준이는 다른 것도 이쁘지만 표정이 너무나 이쁩니다. 사진찍느라 바쁜 아빠옆에서 투정도 안하고 잘 놉니다.

 

 

 

집에는 무사히 들어왔으나 사고가 터졌답니다. 보스님이 한국에서 렌즈를 두 개 주문하고 우리집으로 배달을 시켰는데 배달사고가 생긴겁니다. 하나는 토요일에 무사히 왔는데 하나가 어제까지 배송이 안되었더라구요. 컴앞에서 남친이랑 보스님이랑 여기저기 전화해보고 취소를 하느니 어쩌느니 생난리를 치다가 결국 남친이 장성읍까지 가서 다행히도 찾아왔답니다.

 

 

 

그 사이 준이랑 저는 남친이 따준 감갖고도 놀고

 

 

 

장에서 사온 살아있는 게가지고 장난도 쳤답니다

 

 

 

포도를 먹은 준이는 얼마나 교육을 잘 받았는지 그 그릇을 닦겠다더군요. 덕분에 두 남자가 저희 집 설겆이까지 다 했답니다. 보스님은 손님들이 설겆이도 하고 신기하지 않냐는 식으로 발언을 하시는데 제가 그랬죠. 아니요 보통이구요. 제가 자고 있으면 먼저 일어나 밥도 한답니다..^^

 

안그러면 제가 이 손님들을 맞으며 늘 즐거울 수가 있겠습니까? 손님들보다 먼저 일어난 전적도 없습니다...흐흐흐 

 

 

 

보스님은 참 편안하고 좋은 아빠더군요. 세심하게 챙기면서도 별 상관도 안하고 아주 쿨하시더라구요. 귀여운 손님들인 이유는 준이뿐 아니라 아빠도 아주 귀엽습니다..ㅎㅎ

 

 

 

렌즈찾으러 갔다가 저희가 저녁을 다 먹고서야 나타난 남친, 맥주 좀 마시고 얼굴 붉게가지고는 드디어 준이랑 놀기 시작합니다. 

 

 

 

중요한 건 준이는 한국어를 못하고 남친은 일본어를 못한다는 거죠..ㅎㅎ

 

한 꿋꿋함하는 남친은 준이가 알아듣거나 말거나 아~주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했답니다.

 

  

오늘아침 설겆이를 했더니 쌀씻을 물도 없어 남친이 물뜨러 간 사이 빵으로 식사를 대신하고 저 세 남자들이 너무나 물을 아껴준결과 저는 다행히 샤워를 마치고..ㅎㅎ 근처 영화마을로 갔습니다

 

태백산맥과 내마음의풍금 등을 촬영한 곳이랍니다.

 

 

 

그 뒤가 축령산 휴양림이라고 편백나무 숲입니다. 임종국선생이란 분이 독립운동을 하다 당장이 아니 혜안으로 인공으로 조성한 곳이랍니다.  

그때 그런 안목으로 나무를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심으셨다니 정말 존경스럽더군요.

 

여기저기 보스님의 사진포즈찍는 것도 재밌습니다..ㅎㅎ

 

 

 

보스님이 광주에서 점심약속이 있으셔서 모셔다도 드릴겸 함께 갔습니다. 저는 모르는 분이라 그냥 올까하다 함께 점심을 먹기로 하고 그분 회사를 견학했답니다. 덕분에 제 인생에서 사장실에서 흡연을 해보는 호사도..ㅎㅎ

 

 

 

연포탕이라는 제겐 생소한 낙지요리였는데 아주 맛있더군요. 여기서도 이 두사람은 난리났습니다. 남친이 워낙 아이를 좋아해서 둘이 헤어질때 준이가 아닌 남친이 걱정되더라니까요..ㅎㅎ

 

 

 

아 정말 요즘 살이 너무 쪄서 올리고 싶지 않은 이 각도의 사진, 그래도 올려야겠군요... 

 

준이는 제가 이 아줌마를 잊지말아달라고 부탁했더니만 요 얄미운 놈 그 자리에서 잊었다더군요..ㅎㅎ

 

 

 

배낭에 모자에 벌써 여행가필 확 나지 않습니까? ㅎㅎ

 

이 이쁜 준이와 내년에 또 만나자며 광주 송정리역에서 작별을 했습니다. 아저씨는 열심히 일본어를 준이는 열심히 한국어를 배우기로 약속도 했구요.

 

제가 준이덕에 일년넘게 만에 일본어를 써봤네요..아무리 간단한 말들이라도 안쓰다가 쓰려니 머리에서 쥐나는 줄 알았습니다..ㅎㅎ

 

조만한 녀석이 가끔 오사카억양이 느껴지게 일본어를 하는 걸 보면 무지 귀엽답니다.

 

중요한 건 보스님이랑 히로코상이 준이를 너무나 잘 키웠다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야가 아 이런 녀석이면 하나 있어도 괜찮겠다를 생각했다만 단박에 이해가 가시겠죠.  

 

어제 11시에 만나서 오늘 오후 세시까지 함께있는데 그 어린 녀석이(한국나이로 다섯살입니다) 엄마랑도 떨어지고 낯선 사람들과 함께 있는데도 단 한번도 뗑강을 부리는 모습을 보지 못했답니다. 그게 주눅들거나 눈치보거나 그래서가 아니고 그저 밝고 예의바르고 그렇더라구요.

 

둘과 헤어져 남친에게 저게 보스님부부 영향도 있겠지만 일본교육의 영향도 있지않을까했더니 남친도 그런 생각을 했다더군요.(여기서 중요한 건 준이는 유치원에서도 좀 별다른, 그러니까 까불대는 아이란겁니다)

 

제가 도쿄에 살때도 아이들에게 그런 느낌을 받곤 했었는데 이번에 준이랑 함께 보내면서 교육이란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더군요.

 

안그래도 요즘 한국의 문제는 교육의 부재가 아닐까하는 문제로 고민이 많다보니 더 그랬을 수 있겠구요.

 

제가 한동안 일본과 한국의 차이에 대해 천착했을때도 실마리가 잡히지 않던 것, 단순하게 한 요인일 수만 없겠지만 교육이구나, 싶었던 날입니다.

 

어쨌든 다 각설하고 아이들은 딱 삼십분만 이뻐하는 사야, 아이들이 오면 분위기 깨진다고 생각했던 사야가 이번엔 준이덕에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 그리고 어줍잖았던 일본어가 조금이나 남아 꼬마랑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도 아주 행복했다는 게 결론입니다...ㅎㅎ

 

 

 

 

 

 

2008.10.28. 장성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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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리고 아버님 2주년 기일입니다. 벌써 2년이나 되었나 싶다가도 그 사이 제게 일어났던 일을 생각하면 그 이년이란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그게 정말 이년전이었나..

 

아빠가 돌아가시곤 참 오래동안 울었는데 전 그의 기일을 앞으로 얼마나 기억하게 될까요

 

아버님이 그때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저는 그 인연의 사슬을 끊고 여기올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제가 중심을 잃기 시작했던 건 그때부터니까요.

 

그때 도쿄에서 연장하지 않고 독일로 돌아갔다면 제 인생은 아주 다르게 진행 되었겠지요.

 

한국에 돌아온 건 어쨌든 제겐 다행이고 모두가 지금보다 행복해질 수 있길 바라며

 

마음만으로 그의 묘지에 꽃다발을 놓습니다.

 

그녀에게 전화를 해야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이런 날 제 전화가 그녀를 더 슬프게하진 않을 지

 

갑갑한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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