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노란대문집

장성에서의 편지

史野 2008. 6. 6. 21:57

이 곳에 온 지 벌써 몇 일이 지났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우선 화요일에 출발하려는데 시동이 걸리지 않아 엄청 당황을 했죠. 알고보니 밧데리가 나갔다네요

 

출고한 후 한번도 밧데리 교환을 하지 않은 차라나요? 차를 사자마자 소모품들을 좀 교환했어야했는데 그럴 필요없단 딜러말만 믿었더니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그래도 잘 갈고 무사히 출발은 했는데 당황해서인지 오랫만이라 그런지 친구놈 픽업해서 시내를 운전하는 데 영 낯설더군요

 

 

저 친구놈이 제가 불안해보였는 지 중간에 운전대를 강탈(?)해서는 고속도로를 그냥 내리 달려버리더군요..^^;;;

 

저희 셋이 만나는 건 육년만이예요. 지난 번에도 썼지만 저 친구랑은 상해살 때 무척 친했답니다. 재밌는 건 저 두 사람이 함께 살기도 했는데 제가 남친을 거의 본 적이 없다는 거지만요.

 

 

강진에 사시는 가시님도 드디어 오셨습니다. 같은 전라남도라도 끝에서 끝인지라 가까운 거리는 아닌데 마침 광주에 볼일도 있으셨다고 해서 합류를 하셨답니다.  

 

 

뭐가 그리 즐거운 지는 묻지 마세요. 우리 이장님 사모님이 아주 재밌으시거든요..ㅎㅎ

 

저 친구는 제 성질에 남친에게 꼼짝 못하는 게 너무나 신기하답니다...-_-  아니 저희가 지금 만나고 있는 자체도 잘 안 믿기나 봅니다..ㅎㅎ 오늘 전화가 왔는데 이 곳으로 짐싸들고 내려올 지도 모르니 방하나 내 달라네요..ㅎㅎ

 

 

 

 

 

다음날 느즈막히들 일어나 둘은 떠나고 저는 점심때쯤 어머님이 오셔서 하루종일 일을 했답니다. 거기다 하루 세끼를 하기까지..ㅎㅎ

 

저녁에 저 의자에 앉았더니 온 몸이 솜방망이 같더라니까요. 그래도 저기 앉아서 포도주를 마시니 참 좋더군요. 거기다 수요일엔 깜깜한 상태에서 천둥번개까지 치며 비가 내리는 데 환상이었어요.

 

일어났더니 곳곳에서 안개가 피어오릅니다.

 

 

저 바로옆이 이런 개울입니다. 비가 많이 온 뒷 날은 물소리가 아주 좋습니다. 남친은 후에 저 개울위에다 정자를 짓겠답니다..^^

 

 

원래는 없었는데 지난 번에 새로 만든 대문입니다. 서울에 다녀온 사이 노란옷을 입었네요.

 

 

저는 그냥 이런 식의 통나무가 쌓여있는 게 좋았는데 본인은 오케이목장같지 않냐며 좋아하네요..ㅎㅎ

 

 

문밖엔 아랫집에서 이렇게 토종닭을 키웁니다. 아무때나 울어대서 문제긴 하지만요..ㅎㅎ

 

 

벌통이 두 개 더 늘었습니다. 더 늘어날 듯해요.

 

 

제가 서울에 가 있는 사이 새롭게 만들어진 부엌입니다. 아무것도 없었는데 이 곳에서 뭔가를 만들어먹는 다는 게 신기하기만하네요

 

 

개수대앞의 문을 열어놓으면 저런 모습입니다...^^

 

어젠 밤중에 서울에 있는 남친 후배가 직장동료랑 나타나는 바람에 늦게까지 술을 마셨더니 오늘 술병이 나서 손님들 가는 것도 못보고 하루종일 자다깨다 헤맸습니다만..ㅎㅎ 잘 지내고 있습니다.

 

때론 섬같은 유배지에 있는 느낌이기도 하고 세상에 저희 두 사람만 있는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합니다만 고즈넉하고 편안합니다.

 

신기하게도 늘 이 곳에 살았던 것같은 기분일 때도 있습니다.

 

가시님과도 이야기했지만 너무 극에서 극으로 이동을 했는데 별 큰 차이를 못느끼는 건 도쿄의 아파트속에서도 전 세상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때문지도 모르겠구요.

 

제 삶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요. 남의 인생도 아닌데 제가 제일 궁금하네요..^^;;;

 

어젠 광주에 있는 마트까지 다녀왔는데 내일은 담양에 선다는 장에 가보려구요

 

또 안부를 전하겠습니다

 

 

 

 

2008.06.06. 장성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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