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망 좋은 방

사야가 바쁘다.

史野 2008. 2. 19. 18:22

바쁘다

 

연애를 하니 그것도 장거리를 연애를 하니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당연히 바쁘다..ㅎㅎ

 

 

멀리 사는 것도 서러운데 우리는 이런 저런 이유로 만나기도 쉽지 않다. 그래 조금은 늦어진 발렌타인데이 세러모니다..^^;;;

 

이 동네 내가 포도주를 사는 집에서 공짜로 시가를 선물로 줬는데 그 사람이 시가피는 것을 좋아해서 몇 개 더 샀다.

 

 

 

말했듯이 조카 졸업식에 다녀왔다. 원하는 대학에 간 것도 대견한데 총동창회장상도 받았다. 그 명문고에서 날리다니 어찌 대견하지 않겠는가?

 

한 놈 졸업식엔 멀기도 하고 넘 이른 시간이라 못갔는데 그 놈은 교육감상을 받았다더라. 두 놈다 그 대단한 학교에서 입학금어쩌고 면제인 일부장학금도 받고 들어갔다니 날라리 고모 혹은 이모가 가오가 선다..ㅎㅎ

 

얼마전 좀 심각한 일이 있어서 스트레스성 폭식을 해댔더니 저렇게 탱글탱글해졌다. 나이들어 살이찌니 좋은 점은 만나는 사람들마다 피부가 넘 탱글하다고 감동(?)한다는 거다.

 

나야 날씬해지고 싶어 안달이 난 인간은 아니다만 바지가 맞는게 없는 관계로 아무래도 다이어트에 돌입해야할듯하다..ㅜㅜ

 

아무리 탱글해졌어도 나가기만 하면 아직도 아가씨인데(물론 울 오빠말로는 그렇게 말해놓고 뒤로 돌아서는 다들 ' 아 먹고살기 힘들다' 할거라지만..ㅎㅎ) 갑자기 머리를 빠글빠글 볶았더니 양배추인형처럼 전형적인 아줌마삘이 난다.

 

차마 그 모습으로는 나갈 수가 없어서 일요일에 종친회모임이 우리집에 있어서 일도와주러 갔었는데 내내 야구모자쓰고 일했다..

 

종친회에서 재밌었던 건 누군가가 나랑 자기랑 12촌이라며 누구야 이름까지 불러가며 반가운 척을 하는거다. 사야가 누군가? 어머 그럼 남이네요..ㅎㅎ

 

요즘은 달리기할 시간이 부족하기도 해서 꾸준히 달리지는 못하는데 지난 주에 여기서 마포대교까지 달렸다. 장거리를 뛸 생각에 천천히 달렸더니 십오킬로도 안될 것 같은 거리인데 대충 한시간 오십분이 걸리더라. 마음같아선 계속 뛰고 싶었지만 배도 고프고 낡은 신발을 신고 뛰었더니 발바닥도 좀 아프고 해서 그냥 지하철을 타고 돌아왔다.

 

하도 떠돌다 와서 그런지 서울이 참 아름다운 도시란 생각이 자꾸 든다. 한강다리아래 모여있는 철새며 햇살에 빛나는 강물이며 제대로된 도시계획으로 발전시켰으면 어디다 내놔도 빠지지 않는 도시가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말이다.

 

어쨌든 무소카놈을 빨리 꼬셔서 성산대교출발 한강을 끼고 이십킬로를 달려보고 싶다.

 

지난 번에 올렸던 고구마가 이렇게까지 자랐다. 두 갈래로 무조건 자라기만 하길래 저렇게 양쪽으로 누여놓았더니 중간에서도 저리 풍성하게 잎이 나기 시작해서 무진장 행복하다.

 

날이면 날마다 쳐다보며 저 줄기중간에서도 잎이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고구마하나 키우면서도 이리 난리니 농사지으면 더 행복하지 않을려나? ^^

 

지난 번 갑자기 멜을 보냈다는 친구랑도 드디어 연락이 되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기에 멜 확인도 안했었다며 얼마나 좋아하던지..

 

당장 어제 다른 친구 둘과도 통화를 해서 이번 일요일에 만나기로 했다. 멜보낸 친구는 초딩때부터 다른 친구들은 중1때부터 친구니 햇수로만 올해 이십구년이다. 그래서일까 본지는 칠팔년도 넘은 것 같은데 당장 지지배 어쩌고 부터 너무나 자연스럽다.

 

역시 썼듯이 대학때 사고치고 결혼해서 딸내미가 올해 대학가는 친구는 그렇다고 해도 다른 두 친구들도 애들이 벌써 중학생이란다. 다 나랑 같은 해에 결혼했으니 그게 당연한데도 내 친구들이 벌써 중학생들의 학부형이라니 기분이 묘하다. 목소리들은 하나도 안변했던데 어떤 모습들일지 기대만땅이고 일요일이 너무 기다려진다.

 

우리때부터 두발은 자유라서 머리를 땋거나 커트를 칠 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하얀칼라 빳빳하게 세우던 그 교복세대인데 그 세월이 아득하다.

 

그러니 생각나는 일.

 

중1때 내가 미화부장이었는데 한국에 잠시 나오신 담임선생님을 뵈러 갔다가 졸업하고 이십년만에 다른 선생님도 만났다. 그 분께는 단 한번도 배워본 적도 없었는데 우리 선생님이 '우리 00이 기억 안나니?' 물으셨더니 ' 왜 기억이 안나냐? 너희반 미화부장이었잖아' -_-;;

 

아니 내가 학생회장을 한 것도 아니고 당신반 학생이었던 것도 아니고 친구네 반 그것도 이십년전 별볼일 없는 미.화.부.장. 이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계시다니 기절하는 줄 알았다..(맹세하건데 이상한 환경미화로 학교를 떠들석하게 한 적 절대 없다..ㅎㅎ)

 

우짜든둥 사야는 내일 치악산으로 떠난다.

 

사야의 산행동지이신 소라님께서 산행제안을 해오셨기에 얼씨구나하고 가기로 했다. 사야의 본이 원주이기도 하고..ㅎㅎ 고등학교때 두번이나 그 곳에서 야영을 했던 관계로 그리운 곳이기도 하다. 산아래서 자고 다음 날 산행을 할거니까 야간산행을 하진 않겠지만 지금도 텐트에서 얼굴빼고 올려다보면 쏟아질 것 같은 그 별들을 잊을 수 없다.

 

육개월가까이 이러고 살면서도 지치지도 않는 걸 보면 14년 동안 거기서 어떻게 그렇게 잘 버티고 살았었나 싶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만나고 싶은 누구라도 한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을 하고 살았다니 말이다...

 

 

 

 

2008.02.19 서울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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