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마음이 산란하다.
그래서 일까 몸도 찌뿌둥한게 실제로 아프거나 혹은 무기력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어쩌면 몸무게가 한참을 늘어버려 몸이 무거운데다 달리기를 쉬고 있기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돌아온 지 육개월이 넘었고 이제서야 꿈에서 깨어나듯 내게 닥친 현실을, 나란 인간을 직시하고 있기때문이겠지.
그럴때 이렇게 절에 가서 얻어마시는 차는 활력이 된다.
아니 솔직히는 절 찻집이 아닌 절방에서 스님이 타주시는 차를 얻어마신 건 난생 처음이었다.
스님의 손놀림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
뜬금없는 함박눈이 내렸던 다음 날, 또 절에 갔다.
이름도 멋진 선다원, 언제 한 번 저 곳에서도 차를 한 잔 마실 수 있으면 좋겠다.
오랫만에 야외로 나갔더니 눈은 쌓였어도 성큼성큼 봄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져 어지러웠던 기분.
경기도의 어느 절, 그는 무엇을 기원하는 걸까.
위기의 여자라고 외치지만 사진속의 사야는 편안해 보인다.
15년만에 해본 양배추머리가 낯설기는 해도 재밌어 자꾸 거울을 쳐다보곤 한다.
저 머리모양하나로 그렇게나 남편 눈치를 본 것일까.
얼마전 신랑은 전화통화를 하다 그랬다.
'나는 이기적이지만 너는 자기희생적이다' 라고...
나를 그렇게 만든 것 역시 성장과정일까.
어떻게해든 이 위기를 잘 넘겨야할텐데 자신감이 점점 없어지고 움츠려드는 나이
내가 가진 능력이라는 것이 사교장소에서나 빛을 발할 뿐 쌀로 바꾸기엔 택도 없다는 걸
마흔두살의 사야는 이제야 절감하고 있다.
스스로를 책임진다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는 걸 말이다.
내가 원하는 인생은 후회가 남지 않는 인생
아니 할만큼 했다고 말 할 수 있는 인생인데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이 나이에도 길을 보여줄 누군가가 간절히 그리운 건
그만큼 잘산다는 것이 힘들기 때문인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인걸까
새삼스러울 것도 없건만 산다는 것이 막막한 날들이다..
2008.03.06. 서울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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