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망 좋은 방

황당했던 음악회

史野 2008. 3. 13. 23:10

어제 세종문화회관에서 한 런던필과 백건우씨의 음악회에 다녀왔다.

 

한국에 와서 몇 연주회를 가긴 했어도 정식으로 이렇게 내 돈내고 또 듣고 싶었던 백건우씨 연주를 가는 건 처음이라 꽤 기대했었다.

 

비싼 연주회를 꽤 가보긴 했어도 요즘 내 처지도 처지인데다 함께가는 고기공놈(이번엔 서로 내주는 게 아니라 각자 지불..ㅎㅎ)과 상의해서 중간가격을 고른게 그래도 십이만원.

 

특히나 고기공놈은 태국인 소장님도 모시고 왔고 그렇게 비싼 연주회는 처음이라고 연주시작전 떨린다는 말까지...^^;;;

 

세종문화회관이야 엄청 드나들던 곳인데 너무 오랫만이라 묘한 기분도 들며 자리를  찾아 앉았더니 너무나 후졌더라는 거다. 그 태국인 소장님도 실망하셨는지 돈을 세이브해서 더 비싼표를 사야겠다는 말씀까지 하시더라.

 

그래도 뭐 어쨌든 무대는 잘 보이길래 설마했는데 음향이 정말 너무나 형편없더라는거다. 이건 소리가 분산되고 튀고 난리가 아닌거다. 그런 상황이라면 아주 클래식한 곡을 들어도 괴로울텐데 초반 현대음악들은 듣기가 거북스러울 정도.

 

기대했던 백건우씨의 프로코피예프 피협도 전혀 감상할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오케스트라가 커지면 피아노소리는 전혀(!) 들리질 않는거다. 오죽하면 고기공놈은 좀 들릴까 몸을 앞으로 숙여보았다고 했겠는가.

 

쉬는 시간 나와서 이런 저런 이야길 하다 그 놈은 차라리 이십만원짜리 티켓을 살걸 그랬다고 아니 속이 상해서라도 한번 이십만원짜리 자리에선 어떻게 들리나 봐야겠다던데 한장의 팔만원이면 그게 적은 차이인가.

 

후반부 차이콥스키의 비창은 워낙 익숙한 곡이기도 하고 교향곡이라 좀 낫겠지 싶었는데 낫기야 좀 나았다면 그래도 소리는 영 속이 답답한 기분. 음악감상은 커녕 딴 생각만 열나 하다가 남들 헛박수칠때 따라치는 실수까지 했다..-_-

 

어쨌든 앞으로 이 곳에서 음악회가기는 힘들겠으니 음악회가기 좋아하는 나로서는 속상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니 아무리그래도 그렇지 십이만원씩이나 하는 좌석이 어떻게 그렇게 엉망일 수가 있단 말이냐고????

 

세종문화회관의 음향시설에 큰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보통 음악회를 다녀오면 벅찬 감동에 끝나고 마시는 술한잔이 단 법이거들 어젠 둘이 쓴 맥주를 들이키며 현실적이 되어 돈의 위력이니 어쩌니 둘다 속상한 이야기만 잔뜩 했다지.

 

한잔 더 한다고 우리집에 와서 씨디를 틀었더니 그때서야 피아노소리가 감동적으로 들리더라. 아무래도 서민은 집에서 씨디로 감상이나 해야하는가보다.

 

젊은 지휘자도 넘 궁금했고 오케스트라 편성도 특이해서 무대를 내려다보며 잔뜩 기대했었는데 너무나 황당하고 실망스러운 연주회였다.

 

고기공놈은 돈주고 좋은 경험한 셈 치자는데 나는 억울하다. 그 돈이면 씨디가 몇 장인데 내돈 돌려도..ㅎㅎ

 

 

 

 

 

 

2008.03.13. 서울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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