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야에게는 컴플렉스가 하나 있는데 운전을 못한다는 거다.
그게 뭐 컴플렉스까지냐하면 사연이 역시 구구절절하기때문이다..ㅎㅎ
사람에게만 인연이라는 것이 있는 게 아니라 사람과 행위에도 인연이란 것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운전과 나는 '영 아니올시다' 이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를 당했던 경험이 있던 탓인지 무서운 것도 이유라면 이유겠다.
어쨌든 그래도 미혼시절 면허학원에 등록을 하고 시도를 해본 적이 있었다. 학교다닐때 시험공부도 안한 내가 설마 필기공부를 했겠냐고??? 그래도 워낙 찍는 실력이 타고난 지라 간신히 턱걸이로 붙었다지..ㅎㅎ
그런데 당시 새롭게 일을 시작하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학원을 가는둥 마는 둥 하다가 보는 시험마다 탈락. 예전에 면허따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러다가 주행은 가보지도 못하고 필기시험 유효기한이었던 일년이 지나버렸다.
학원을 제대로 다녔건 안 다녔건 일단 학원비도 아깝고 여자가 칼을 뽑았으면 두부라도 썰어야하는 관계로 필기시험을 또 보러갔는데 거기선 찍는 것도 안 통했는 지 떨어졌다..^^;;;
아 필기까지 또 떨어졌는데 무신 염치로 시험볼 생각이 났겠는가? 아니 사실은 자존심이 상해서, 드러워서 관뒀다..흐흐
문제는 결혼하고 생겼는데 파티에 초대를 가면 운전을 못하는 나는 당연히 술을 맘껏 마시고 운전담당인 남편은 겨우 한잔 마신 후 무알콜맥주로 버티기 일쑤
한국이야 택시비가 싸니까 택시타고 다니면 되지만 독일에서 술마시고 택시를 탄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 다른 애들도 술마시면 새벽이건 어떻건 파트너들이 다 차가지고 데리러 왔다.
이런 불공평한 사태가 어디있냐고 제발 면허를 따라는 신랑에게 아직은 독일어가 안되어 필기시험을 볼 수 없다고 버텼다. 내가 총맞았냐? 면허따면 한번씩 돌아가며 술을 마셔야하는데 그 기쁨을 포기하게? ㅎㅎ
몇 번은 시부모님이 데리러 오시기도 하고 몇 번은 차를 놔두고 그 밤중에 술취한 상태로 둘이 걸어온 적도 있다지.
그러다 나도 안되겠다 싶어서 면허를 따려고 결심한 그 때 바로 운명의 장난인지 자전거를 타다 사고가 나서 팔꿈치 관절을 부러뜨리는 사태발생.
대수술이었던지라 박아놓은 심들을 예정했던 일년이 아닌 이년후에 빼내었을 땐 이미 더블린시절.
더블린은 운전석이 오른쪽이니 왼손으로 기아를 넣어야하니 또 어찌 시험을 보겠는가말이다. 설사 어찌 딴다고 해도 당시 우리차는 독일에서 가져가 베테랑운전자인 신랑도 남의 차 유리도 깨는 마당에 내가 어찌 그 차로 운전을 할 수 있었겠냐고?
그래 맨날 뭘할때도 신랑 아니면 리즈가 픽업해야하는 사태발생..ㅎㅎ
리즈는 처음에 어디를 갈려고 내게' 오늘 누가 운전할래?' 물었다가' 나 운전 못하는데?' 란 내 대답에 기절초풍직전까지 갔더랬다. 미국인인 리즈에겐 차가 신발이나 마찬가지라며 운전못하는 사람 처음 봤다더라..-_-
나도 나이도 들어가는데 독일로 돌아가면 꼭 따리라 다짐했지만 아시다시피 독일로가 아니라 상해로 오게되었고 그때부터 우리부부의 차없는 인생이 시작되었다지. 상해에서야 차가 있었다고 해도 거의 운전사를 채용하는 상황이었으니 필요한 것도 아니었고 이차 저차 어쨌든 마흔이 넘은 지금까지 면허없는 인생을 살게 되었다는 야그다.
그 사이에도 시댁에 혼자가게되면 꼭 연로하신 시어머니가 운전을 하셔야하니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지...ㅜㅜ
예전에 잠시 언급했지만 돌아와서 당장 면허를 딸 생각이었는데 그게 왜그렇게 내키질 않는건지 또 이리 미루고 저리 미루다가 이젠 도저히 더.이.상.은 미룰 수 없다는 판단아래 오늘 드디어 면허학원에 전화를 해서 내일 약속을 잡았다
당시 학원에서 S자하다가도 화단으로 올라간 전적이 있는데다 시험장에선 시동을 연달아 꺼뜨려 출발도 못해보고 떨어진 내가 과연 자동도 아니고 2종 수동에 도전해보기로 했다는 말씀..우하하하
왜 웃냐고? 겁나서 웃는다..-_-
요즘은 그때보다 면허따기가 쉬워졌다던데 당시보다 몇 배나 비싼 돈을 주고 이번에도 못 딴다면 그 무슨 망신이란 말이냐.
울 트레이너 날더러 도대체 리상은 못하는게 뭐냐고 했는데 운전은 정말 잘할 자신이 없다지.
어쨌거나 만약에 경천지동할 일이 생겨 내가 면허증을 손에 넣게 된다면 달러빚을 얻어서라도 차를 사야겠다..ㅎㅎ
하긴 누군가는 맨날 술마시고 대리운전시킬거면 그냥 고이 택시를 타고 다니라던데 그럴 수는 없다. 나도 기동성을 가지고 좀 날아봐야겠다, 란 생각을 하니 기분은 갑자기 좋다만 아 암담하다..
내가 어느 날 블로그문을 걸어잠그고 안나타나면 그건 면허에 떨어지거나 포기하고 창피해서 잠적한 걸거다..흑흑
아 그건그렇고 학원에 전화했더니 어.머.니. 성함이 어떻게 되시냐더라..
아줌마도 사모님도 아니고 어.머.니라니 내가 누구의 어머니란 말이냐..ㅎㅎㅎ
2008.03.17. 서울에서..사야
보너스
이건 내가 이번에 받은 그 사람이 직접 만든 초코렛이다. 여자친구도 아니고 남자친구가 직접 만든 초코렛받은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해..ㅎㅎ
유감스럽게도 사정이 있어 직접 받지는 못했다만 서울까지 공수해주신 건 그의 어머님이시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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