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망 좋은 방

고향집을 다녀와서

史野 2008. 3. 23. 11:28

 

고향은 태어난 곳일까 아님 자란 곳일까.

 

어제 엄마랑 오빠네 식구들과 고향집과 아빠산소에 다녀왔다.

 

태어나서 이년 정도밖에 살지 않았지만 이 집이 내가 태어난 집이다..아니 나뿐 아니라 우리집 사남매중 세 명이 저 집 저 가운데 보이는 방에서 탯줄을 끊고 세상에 나왔다.

 

방이 세칸에 부엌이 하나 작은 창고가 하나. 주변에 민가라고는 없는 아주 동떨어진 집. 내가 저 외딴 집에서 첫 울음을 울며 세상에 나왔을때 이렇게 지구를 수도없이 돌만큼의 비행기를 타고 온 세상을 내 집인양 떠돌며 살게 되리라고는 누가 상상을 할 수 있었을까.

 

저런 시골오두막집에서 태어났으니 내가 어찌 필리핀같은 나라가서 수영장딸린 집에 사람써가며 살고 싶겠냐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고 쓰레기더미에 쌓여 폐가가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저 집이 내게 의미가 큰 건 아빠가 손수 지으신 집이기때문이다. 갓 결혼하셔서 엄마와 살려고 흙으로 직접 벽돌을 만들고 하셔서 말이다. 그러니 오십년이 넘은건가.

 

지금은 주변에 축사도 생기고 비닐하우스등도 정신없이 있어서 주변 분위기가 많이 망가졌지만 칠년전인가 내가 태어난 집을 보여주겠다며 저 곳에 함께 갔던 신랑이 ' 너는 참 낭만적인 곳에서 태어났구나, 감탄햇을만큼 호젓하고 분위기 좋은 곳이다.

 

저 곳을 처음가보는 조카는 그저 다 신기하다..ㅎㅎ

 

 

집옆으로 있는 건초장인가? 정말 쓰러지기 일보직전이다만 여전히 있다는 사실에 그저 반가왔던 마음.

 

 

뒤에서 본 모습. 한국에 돌아올 마음이 없었을 때조차도 이상하게 이집이 많이 생각났더랬다. 주변에 쓰레기들이라도 없었다면 그나마 좀 보기가 나을텐데하는 안타까운 마음.

 

 

그리고 옆에서 본 모습이다. 사실 저 방이 아주 마음에 들더라. 서재나 찻방으로 이용하면 좋을듯...^^ 물론 내가 이 집을 고쳐 들어와 살까했더니 울 조카놈 ' 고모 새로 짓는게 빠르지 않을까요? ' 하더라만..ㅎㅎ

 

그래도 우리가 떠난 뒤에도 할아버지가 혹은 큰 아버지가 또 혹은 사촌들이 이상하리만치 누군가 꽤 오랫동안 살았기에 그나마 아직도 저 정도가 유지된 것이 아닌가 싶다.

 

 

말그대로 뒷간이다. 저렇게 다 터져있다.

 

 

마당에 있는 펌프. 어린 시절 놀러가면 저기서 물을 퍼올리곤 했었는데 지금은 전혀 쓰이지 않는 듯하다.

 

 

다 쓰러져가는 집이지만 처마밑에 제비집에 세 채(?)나 있더라. 혹 제비새끼라도 떨어질까 밑에 판자를 대놓은 사람은 누구였을까.

 

이 서울땅에 내 몸하나 누일 곳 찾기도 어려운데다 번잡한 도시에서 쉽게 피곤해지는 나는 저 곳으로 낙향을 할까를 심각하게 고민했었다만 막상 오늘 가보니 내가 살 곳은 아니란 생각.

 

엄마와 오빠는 저기에 가니 밀려드는 추억으로 난리가 아니더라만 나는 살았던 곳도 아닌데 왜이렇게 저 곳에 저 집에 끌리는 지 모르겠다.

 

아빠에 대한 그리움일까 아님 내가 태어난 장소가 나를 부르기때문일까.

 

경기도 여주니 서울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데 가능하다면 저 집을 그대로 복원해서 가끔이라도 가서 쉴 수 있는 곳을 만들면 참 좋을텐데..

 

 

돌아오는 길 이름도 신기한 쌀밥정식을 시켜먹었더니 반찬이 많기도 하다. 한국에 돌아오니 신기한 것도 많다.

 

혼자갔더라면 산소랑 기껏 고향집에나 들어갔을텐데 오며 가며 큰엄마도 작은엄마도 사촌들도 만났다. 결혼식후 처음인 사람들도 많으니 도대체 얼마만의 만남인지..

 

하긴 동양에 오고나선 시간이 없단 핑계로 아빠산소에도 참 오랫만이었다. 외롭단 느낌, 혼자란 느낌이 들때마다 참 자주도 들락거리던 곳이었는데 말이다.

 

 

아빠가 돌아가신 지도 벌써 27년.

 

중학교 2학년이었던 사야는 이제 마흔 두살이다..

 

 

 

 

2008.03.23. 서울에서...사야

 

 

35927

 

 

 

'1. 전망 좋은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야의 혼자도 잘사는 법  (0) 2008.04.11
운전면허 중간보고  (0) 2008.04.02
새로운 도전  (0) 2008.03.17
황당했던 음악회  (0) 2008.03.13
위기의 여자  (0) 2008.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