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잘 사는 분이 한 둘이 아니시고 나처럼 겨우 칠개월넘게 혼자 산 주제에 이런 글을 쓴다는 건 좀 웃기다만 그래도 사십년가까이 한번도 혼자 살아본 적이 없는 여자가 그것도 십사년동안 결혼생활을 했고 혼자서는 잘수도 없던 여자가 이렇게 잘 견디고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아 결론은 또 자화자찬이라지..ㅎㅎ
혼자살 때 가장 중요한 건 무엇보다 사는 곳에 만족을 해야하는 거 같다. (아 이건 뭐 둘이 아니라 셋이 살때도 마찬가지겠지만)
글고 날이면 날마다 좋은 점만 자꾸 감동을 하며 스스로에게 주입을 시키다보면 정말 내가 사는 곳이 궁전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중요한건 당연히 먹거리다. 우리가 늘 하는 말에 이게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란 말이 있듯이 잘 먹으면 일단 행복해지는 게 인간이다.
물론 혼자먹으려고 뭘 한다는 건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긴하다. 무엇보다 양의 조절이 문제고 나같이 같은 걸 두끼먹는 걸 싫어하는 인간도 두끼를 먹어야하는 일이 종종 생기곤하니 말이다.
그래도 밥이 보약이라고 잘먹어야 건강하고 맛있는 걸 먹어야 행복한 법.
그러기위해선 무엇보다 집에 뭔가 만들어먹을 수 있는 것들이 대충 구비되어있어야한다. 나는 제주도에서 냉동생선같은 걸 종합세트로 시켜서 우선 냉동고에 보관해놓고 요긴하게 사용한다.
그리고 먹는 양이 적으니 가능하면 건조식품들도 준비해놓는다. 물론 모든 걸 건조식품으로 해결할 수는 없으니까 야채같은 건 사오면 씻어서 글라스락같은 곳에 보관한다. 그럼 신선도도 오래갈 뿐 아니라 귀찮거나 할때 잘라넣기만 하면 되니 그렇게 편리할 수가 없다.
자주 쓸 일이 없는 생강도 이렇게 저며 넣어놓으면 꽤 오랜 시간 쓸 수가 있다.
이게 내 아침 밥상인데 거창해(?) 보이지만 산 반찬이 세 가지 미리 만들어놓은 게 한 가지 한거라곤 밥하고 국끓이고 삼치를 된장발라 구운게 전부다. 밥하는 동안 국끓이고 생선구우면 되니까 시간은 별로 안걸린다. 삼치는 그냥 구워도 맛있고 저렇게 된장묻혀 구워도 맛있지만 된장푼물에 생강만 져며넣고 조려먹어도 간단하고 괜찮다.
거기다 평소 심심할때..^^ 미리 맛간장을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놓고 쓰면 편리할뿐 아니라 영양에도 좋고 맛도 좋고 그만이다.
저 국도 황태조금 찢어서 말린표고랑 불려 맛간장이랑 마늘넣고 달달 볶다가 물붓고 콩나물 (당연히 미리 손질해놓은..ㅎㅎ) 넣고 끓이다 다시 맛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고추가루 좀 뿌려준게 전부다.
저런 거 조차도 하기싫을 때는 그냥 물에 맛간장만 넣고 냉동만두넣어 간단 만두국을 끓여먹기도 한다. 물론 이때도 일품요리라는 단점을 극복하기위해 냉장고에 있는 몇 가지 야채를 첨가하고 김도 넣고 하면 보기도 맛도 영양도 훨씬 좋다.
꺼내 썰고 어쩌고도 귀찮을때는 직접 가위로 숭숭 썰어넣으면 편리하다지..^^
맛간장은 사람마다 만드는 법이 다르겠지만 나는 간장이랑 물에 말린 표고버섯 다시마 말린 새우를 넣어 끓였다 액만 식혀 사용한다. 게으른 맘같아서 멸치도 넣고 싶지만 그건 그냥 국 끓일때 따로 넣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만약 보쌈같은 걸 시켜먹고나서 남은 것들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그 재료로만 김치찌게를 끓여놓으면 청소겸 다음 날 아침이나 점심 별 걱정없이 행복한 식사를 할 수도 있다.
짬뽕같은 경우도 당연히 남는데 그걸 면만 빼고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다음 날 데워 찬밥같은 걸 말아먹으면 아주 색다르다. 물론 전 날 남은 단무지는 그 자리에서 채쳐서 역시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간단히 무쳐먹으면 반찬으로도 훌륭하고 말이다.
사실 나는 혼자도 넘 잘해먹고 사는 데 왕오바하는 내 엄마 얼마전 전화로 또 한 걱정을 하시길래 고민하다 처음으로 이모랑 엄마를 함께 오시라고 해서 저녁한끼 해드렸다.
유감스럽게도 사진은 안 남았지만 반찬이 열 가지도 넘었다지..^^
물론 평소에 해먹는 정말 단순 반찬위주로 준비했다. 마흔이 넘은 딸내미 이젠 그만 믿어주셔도 좋으련만 어쩌겠냐 그게 엄마의 한계라면 받아들여야지.
어쨌거나 먹을 수 있는 야채종류도 사다 심었다. 하도 신기해서 재미삼아 산건데 과연 잘 키울 수 있을 지. 저러다 보니 집에 화분이 삼십개나 돠어 물주는 것도 일이다.
아 물론 상추도 샀다. 화분을 사서 옮겨심어야하는데 아직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 옆은 감자다. 고구마키우는데 너무 재미가 붙어서 감자도 잘라봤더니 싹이 나서 넘 기쁘다.
정말 식물을 키운다는 건 생각외로 정성이 많이 드는 일이라는 걸. 나처럼 백수가 아니라면 참 힘들겠다 싶을만큼 손이 많이 간다
어쨌든 요즘은 운전때문에 하루가 간다.
이왕 시작한거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에 이래저래 검색을 해보다가 아직 주행연습도 못들어간 주제에 벌써 시내연수까지 예약을 해버렸다.
연수샘에게 전화해서 한 말. 저 23일에 주행시험봐요. 그래서 잡힌 첫 날짜가 26일이다..ㅎㅎ
요즘은 정말 날이면 날마다 자동차에 대해 혹은 운전에 대해 읽느라 하루해가 저물고 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거 그리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시작한거 가능하면 잘하고 싶고 또 남들에게 민폐끼치고 싶지도 않으니까.
연수가 너무 빡세고 연수샘이 사람 드럽게 민망하고 자존심상하게 하는 스타일이라길래 고민많이 했는데 어쩌면 그 조차도 내가 극복해야할 대상일지도 모른단 생각이다...^^;;;
내일부턴 고기공님이랑 사박오일 합숙특훈에 들어간다. 뭐 대단한 건 아니고 봄도 오는데 가벼운 옷을 입고도 자신감있게 거리를 걷자 뭐 이런 프로젝트랄까.
지금 날이면 날마다 인터넷검색하고 어쩌고 운전공부하는 데서 알겠지만 나는 의외로 독한 구석이 있다. 그러니까 고기공놈은 그동안 죽었다..하하하
맘같아서 내일 당장 그 놈 끌고 백양사아래 벚꽃길을 구경가고 싶지만 그것도 접었다.
사실은 머리복잡한 일이 정말 많다만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은 훨씬 더 복잡스럽다만 그래도 그냥 물흐르듯이 맡겨가며 잘 지내보련다.
요즘은 특히나 나를 보며 성격이 팔자를 만든다는 걸 새삼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야는 지금 아주 잘 지내고 있다...
2008.04.11 서울에서 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