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내게 늘 뭔가 복잡한 의미의 도시였는데 유럽인들이 미국으로 건너갈때부터의 영화의 영향, 내가 좋아하는 우디앨런의 영화 등등 가보지도 않아놓고서 뭔가 친숙한 의미이자 또 미국을 대표하는 듯한 그 도시의 권위랄까 그런것에 대한 거부감. 911이후로는 더 뭔가 접근하기 어려운듯한 그런 느낌의 도시였달까
시어머니는 늘 뉴욕은 대단한 도시라고 그러셨고 신랑 역시 늘 내게 뉴욕을 보여주고 싶어했다. 시차때문에 일찍 자고 일찍 잠들어 아침부터 길을 나선 날. 그러니까 뉴욕시간 팔월 육일. 썼듯이 간단히 옆 카페에서 식사를 하곤 센트럴파크를 걷는데 날씨도 안 도와줬지만 냄새며, 영국식 가든이라 그렇다던데 꽃하나 제대로 피어있지 않는 공원이며 눈살이 찌푸려지던 장면들이 많았다.
드디어 메트로폴리탄뮤지엄. 쉬는 날이긴 했지만 어쨌든 반갑고 프랭크스텔라 전시회도 열리던데 결국은 못봤다.
뉴욕엔 진짜 교회가 많던데 대부분이 나중에 유럽식을 모방해서 지은 교회들이다보니 볼만한 게 별로 없었는데 네오로마네스크양식인 이 교회는 멋지더라.
내가 초반에 뉴욕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이유중 하나는 세상에 고층건물이 이렇게 많기 전에 이 도시가 그랬다는 그러니까 그 과거의 눈으로 봤어야하는데 지금 모던하기 이를데없는 건물들이 즐비한 세상에서 촌스러워(?) 보이는 고층건물들이 내게 어필하기 어려웠다는 것. 이 건물은 꽤 오래되었다는데도 무지 모던해서 잠시 놀램..ㅎㅎ 그 후론 계속 그래 나는 2007년에 뉴욕을 걷고 있는게 아니라 몇 십년전이라 생각하자 어쩌고 스스로에게 자꾸 마술(?)을 걸었다는..^^;;;
그 유명한 오번가를 별 느낌없이 지나고 록펠러센터앞에서 담배를 한 대 피웠다. 여기 쯤 걸어오니 그제서야 아 이 도시에도 사람이 사는구나란 느낌이 들었으니 웃긴가? ㅎㅎ 저 뒤에서는 무슨 아침쇼를 생방송하는 중.
우리아파트에 사는 미국인들도 가끔 오버액팅을 많이 해서 내가 늘 흉보는데 정말 왜들 그렇게 반가운 척 친절한 척 잘 아는 척들 말들을 시켜대는지 다시 한 번 절절히 아 그래 미국이구나, 했다지.
한참을 걸었더니 목도 마르고해서 간단히 쥬스한잔 마시러 들린 가게. 별거 별거 다 있는 저런 가게들이 참 마음에 들더라. 간단한 식사를 무진장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가게들이 의외로 많더라는 것.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아무래도 이 큰 도시의 인상을 제대로 익히려면 투어버스를 타야겠다고 생각해서 좀 춥긴했어도 타임스퀘어로 버스를 타러갔다. 티켓을 팔던 애는 흑인이었는데 함부르크에 산 적이 있다나. 어쨌든 독일어를 꽤 잘하더라.
뉴욕의 건물들이 인상적이었던 건 저 뒷 건물처럼 중간 중간 테라스가 들어가 있는 건물들이 무진장 많더라는 것. 도쿄에도 좀 있는데 다 작은 건물들이라 꼭 도쿄의 건물들을 뻥튀기 해놓은 느낌이었다..ㅎㅎ
내나라 국기마냥 너무나 많이 봐왔던 미국기가 여기저기 흩날리고 뒤로 엠파이어스테잇빌딩이 보인다. 장소마다 영화들이 떠오르는 걸 보니 헐리우드 영화 싫어한다고 잘난척하던 나도 미국영화를 꽤 많이 본게야..-_-
브루클린행 투어버스로 갈아타서 출발을 기다리다가 잠시 담배를 피어내려갔다. 저 뚱뚱한 흑인운전수 아줌마는 또 어찌나 친절한지 출발하려고 했지만 네가 담배를 피운다는데 그걸 못 기다리냐고 천천히 피우란다.
비가오면 어떻하냐니까 자기네는 서비스가 하도 좋아서 비닐판쵸까지 준비해놓았다나. 얘야 너 혹시 열대비 맞아봤니? 비닐판쵸로는 택도 없단다..ㅎㅎㅎ
당연히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영화가 떠오르고 긴장되는 브루클린행. 신랑이 예전에 왔을 때는 정말 겁이 날 정도였다는데 이젠 전혀 위험하거나 하진 않단다. 그래도 놀라왔던 건 그 쪽으로 들어가자마자 흑인이 압도적으로 많더라는 것.
저기 어디쯤 월드트레이드 센타가 있었다는데...
원래 오리지널 뉴욕은 맨하탄이었다가 브루클린도 편입되고 어쩌고 아저씨의 설명을 들으며 지나가던 길거리. 요즘은 무지 비싸진데다 대부분 맨하탄에서 일을 해서 낮에는 한산하지만 저녁부터는 난리가 아니란다. 교통사정도 맨하탄과 비교 좋은 편이라서 여긴 택시보단 자가용을 많이 이용한다고..
투어를 끝내고 조금 늦은 점심을 먹는데 양을 보니 역시 미국이다..ㅎㅎ
신랑앉은 쪽으로 바람이 불어서 내 선그라스를 빌려줬고..ㅎㅎ 저 바께스에 여섯병이 담기는게 훨씬 싸기에 내가 마실테니 걱정말라며 또 시켰다지. 사실 저 빠께스맥주는 싱가폴 마지막날도 둘이 몇 바께스를 비웠는 지 모른다..-_-
자 그럼 맛있게 먹었고 술도 얼큰하게 마셨으니 자기야 걷자..ㅎㅎㅎ
2007.08.10. San Francisco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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