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공항가는 길
나는 보통 기차를 이용하지 않는데 막히는 걸 질색하는 신랑은 금요일 저녁이라며 이미 나리타행 기차표를 끊어놨다. 짐을 끌고 기차를 타는 건 나에겐 쥐약. 결국 플랫폼에 도착해선 이게 할 짓이냐고 이거 하나만으로 벌써 여행을 다 망친기분이라고 마구 승질을 떨었다..-_-
그 기차를 타고 가는 한 시간, 신랑은 그 사이 또 전화회의를 하고 나는 맥주 한 캔 조미오징어 한봉지 놓고 창밖을 보며 드디어 여행을 시작한다. 기차가 불편하긴해도 풍경은 물론 버스보다 낫다.
보딩은 일찌감치 끝냈건만 이륙에 밀려서 거의 50분가까이 딜레이된 비행기. 안그래도 저녁 비행기라 늦은 시간 도착인데 엄청 피곤하겠다.
웰컴 샴페인을 한 잔 더 달라고 했더니 완전 찍혀서는 매번 술 더 드릴까요 물어보던 승무원..캐세이퍼시픽도 손님이름을 외우던데 얘네도 그러더라. (세상에 내가 그만 잘려고 화장실을 가는데 그 앞에서 날더러 술한 잔 더 가져다 놓을까요 하더라는..-_- )
영화를 찾아보니 마침 엄정화의 로빈꼬시기가 있어서 영화보며 밥먹다보니 (대화도 없이 각자 해드폰끼고 밥먹음) 두 시간. 비지니스석이라고 의자들이 다 편한 건 아닌데 싱가폴에어라인 의자는 드물게 편한 의자더라. 그래 펼 수 있는 데까지 펴놓고 기적처럼 세 시간 넘게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비행기는 벌써 고도를 낮추어 싱가폴에 접근중이었다.
도쿄시간 새벽 2시 현지시간 새벽 한시. 총 비행시간 여섯시간 오분. 시차 한 시간. 서둘러 나오는데 더운 나라만의 특유의 공기가 확 끼쳐온다. 깜깜한데다 거리의 나무들은 어찌나 넓게 퍼져있던 지 피곤하기도 한데다 이건 무슨 이상한 나라의 블랙홀로 빠져들어가는 기분.
싱가폴 호텔담당은 신랑. 알뜰한 신랑이 예약한 호텔은 어떨까 싶었는데 나름 괜찮네..ㅎㅎ 당근 금연방이었다는 것과 샤워를 할려니 더운 물이 잘 안나오더라는 것.
어쨌든 잽싸게 인터넷 연결해서 인질어떻게 되었는 지 보고는 그냥 쓰러져 잠이 들었다.
아침에 깨보니 창밖문에 수증기가 가득. 갑자기 홍콩생각이 나며 드디어 실감이 난다.' 그래 더운 나라에 왔구나'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에 신랑네 싱가폴지사가 들어있다고 낭군님께서는 또 월요일아침 전화회의에 참석하러 가시겠다더라.
방에서 금연이라고 담배를 안 필 내가 아니지..ㅎㅎ 우리 방은 31층이었지만 일층의 에레베이터옆에 있는 분수옆의 흡연석에 내려갔더니 분위기 좋네..^^
위에서 내려다보면 이런 모습. 양쪽으로 하나씩 있다.
이 호텔도 중정이 있다보니 내려다보는 맛이 있네..^^
느긋하게 아침식사를 하고는 그 유명하다는 쇼핑센타를 탐험하러 길을 나섰다.
아시겠지만 나는 쇼핑을 좋아하는 여자애가 아니다. 자기야 그냥 밖으러 나가면 안될까? 하다 만난 스타벅스..저기만 그런 건 아니고 깔끔한 카페들이 진짜 많던데 어쨌든 마음에 들더라. 사진은 별로 잘 안나왔지만..ㅎㅎ
도시조성이 정말 잘 되어있더라.
오늘도 무슨 국경일인데다가 8월9일도 싱가폴 개천절인지 뭐시긴지라서 인지 여기저기 준비로 바쁘다.
신랑이 모든 관광객은 저 사자상앞에서 꼭 사진을 찍어야한다고 우겨서..^^;; 살이 많이 찐건 알고 있었는데도 저 바지가 너무 끼는 데는 충격..ㅎㅎ 어쨌든 생일에도 신었던 저 신발을 신고 오늘 사야가 모든 싱가폴바닥을 밟고 다니게 된다는 것.
날씨는 나빴지만 그 덕분에 걸어다니기가 좀 수월해서 오늘은 밖에서 보내기로 결정.(카메라는 포기했다..-_-)
저 낭만적으로 보이는 곳이 식당가라던데 저녁먹으러 갈려다가 쓰러져 잠들어버렸다..-_-
나야 처음이지만 싱가폴이 벌써 여섯 번째인가 하는 신랑말에 의하면 이것도 만들어진 지 얼마 안된다는 푸드코트같은 것.
홍콩카드로 돈도 문제없이 뽑고 걷다 자켓을 떨어뜨렸길래 놀래 뛰어가 봤더니 어쨌든 그 자리에 제대로 있고..도쿄에서 간 내 눈에는 너무나 깨끗하다 보긴 힘들어도 어쨌든 깨끗한 거리..
우선은 일단 여기까지..
to be continued
2007.07.28. Singapore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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