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묻은 신발

니가타현의 무라카미(村上)에 다녀왔다

史野 2007. 6. 18. 17:47

그렇게 술도 만땅 취한 주제에 밤도 꼬박 새우다시피한 아침 공교롭게도 신랑이랑 오랫만에 온천에 가기로 한 날. 꼭 필요한 것들만 챙겨넣고는  소파에서 그대로 깜박 잠이들었다.

 

안자고 또 여기서 뭘 한거냐는 신랑소리에 놀라깨보니 서둘러야할 시간. 부랴부랴 씻고 도쿄역으로 갔더니만 니가타행 기차가 이층기차다..ㅎㅎ 우리집이야 비행기빼고는 모든 창가좌석은 내자리인데 나야 늘 자연을 벗삼아 살지만 사무실인생인 신랑이 오랫만에 타는 기차인데 그럴 수는 없지. 예외없는 법칙이란 없는거거든..^^

 

평소같으면 아침부터 맥주를 마셨겠지만 술생각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이 그저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다 어찌어찌 무라카미에 도착. 입실시간까지는 남기도 한데다 걷기를 좋아하는 우리부부. 열차에서 간단히 요기도 했겠다 무작정걷기 시작.

 

 

아 이럴수가. 이렇게 낭만적인 곳이라니..

 

 

실제로는 바닷가를 따라 걸을 생각이었는데 강가도 넘 좋다. 주말인데도 사람들도 별로 없고 날씨도 좋고..

 

 

그제서야 정신이 좀 든 나는 전날 세미나이야기며 멜론님과 만났던 이야기며 혼자 열나게 떠들며 걷고 또 걸었다.

 

 

신랑이나 나나 방향찾는데는 타고난 지라 드디어 바닷가. 아 이 어촌은 고기잡이배말고 저런 보트들도 있네.

 

 

처음 보는 일본해(내가 속초에서 보는 바다는 동해지만 여기서 보는 바다는 일본해다..^^) 의외로 바다낚시 나오신 분들이 많다

 

택시로 팔분걸린다는 거리를 두 시간가까이 걸려 도착한 온천의 우리 방. 바다가 보이는 방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넘 좋다. 거기다 사람이 별로 없었는지 옆방까지 주는 바람에 두 배 넓은 곳.

 

지난 번처럼 방에 온천이 딸린 곳에 가고 싶었지만 거긴 다 만실이었고 대신 이 곳은 개인온천을 빌려준다는 곳. 바닷가를 바라보며 일단 맥주를 마시고 또 마시는데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있다보니 홍콩아파트가 또 왜그렇게 그립던지..ㅎㅎ

 

 

여탕 온탕으로 나뉘어 바다가 보이는 온천에 들어갔다가 또 빌려준다는 온천에 갔더니(사진없슴..ㅎㅎ) 아 정말 넘 멋지더라. 저녁식사를 하러 방으로 올라오니 마침 석양.

 

 

저렇게 수평선에서 그대로 지는 석양을 보는 건 또 얼마만이던가.

 

 

망원렌즈를 가져오지 않은 걸 후회하며 일단 줌으로 대충 한장 찍고

 

 

창밖을 내다보며 준비해주는 저녁만찬 시작...

 

 

내가 석양보다 더 좋아하는 시간 바로 이 시간..

 

 

우리가 먹었던 최고의 일본식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늘 그렇듯이 이렇게 정성스런 대접을 받으며 우아하게 식사를 할 수 있구나 감동하는 일본의 코스요리들.

 

역시나 이야기는 일본문화와 서양문화의 차이점, 혹은 그 유래, 또 혹은 그 문화를 지켜내는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등 평소엔 안마시는 일본술이 수도 없이 들어왔다 나가고...

 

 

온천을 별로 가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아침상까지 방으로 갔다주는 곳은 처음. 아직 모든 음식이 도착전인데도 저 풍부한 식탁이라니..

 

둘다 벌써 온천을 마친 시간이라 기분좋게 아침을 먹었다. 일어나자 마자 커피부터 마시는 나는 식사후 커피를 주는 줄 알았으면 미리 달라고 하는 건데 후회도 했다지..ㅎㅎㅎ

 

 

우리 와봤던 온천중에 최고였던 거 같다는 신랑의 이야기를 들으며 길을 나섰다.

 

 

역시 기차시간이 충분하니 오던 길을 걸어서 되돌아가야지.(넵 보시다시피 새떼가 살고 있습니다..ㅜㅜ)

 

 

앗 이런 올때는 몰랐었는데 저 멀리 아직 잔설이 있는 산이 있었구나..

 

 

낭만적이다 독일같다 어쩌고 하며 걷는 길. 자기야 우리 쉬었다 가자..^^

 

잠시 쉰 신랑은 가져간 잡지를 읽고 나는 만화책을 읽다보니 독일처럼 습기가 없다보니 추워지는 거다. 그래 그늘에서 자발적으로 햇볕으로 기어나왔다지..ㅎㅎ

 

 

클로버가 가득한 곳에 서있던 자전거며 공기는 맑고 습기는 거의 없고 새소리 벌레소리 물소리 뭘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목가적인 풍경들.

 

 

모르고 갔는데 그 곳은 또 십세기부터 연어가 잡히던 곳이란다. 그래 연어박물관에 들렸다 바로 앞에 있던 연어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신랑은 좀 간단한 걸 시켰지만 호기심 많은 내가 참을 수가 있어야지. 그래 나온 저 셋트메뉴 거의 다가 연어요리다..ㅎㅎ

 

어쨌든 놀라왔던건 박물관에 연어가죽(?)으로 만든 자켓이며 모자며 지갑이 있더라는 것..^^;;;

 

 

바로 옆은 연어공원.

 

 

역으로 가다보니 집집마다 연어를 말리는 풍경. 온천에만 가면 넘 감격해서 일년에 한두번 가는 주제에 자기야 내가 다음 달에도 예약할게 큰소리치며 걸었다지.. 

 

역에 도착해서는 또 신랑에게 창가자리를 양보하며 자기야 이건 뽀뽀 세 개 짜리야..ㅎㅎ (우리집은 모든 비용이 뽀뽀다..^^) 그러나 너무 착한(!) 나는 넘 비싼게 아닌가 싶어 여름이기도 하니 세일이라며 두 개 반으로 깎아 줬다지.

 

문제는 영화처럼 딥키스(!)도 아니고 아가에게하는 뽀뽀를 어찌 반개만 하겠는가? 당근 신랑은 세 번을 똑같이 했고 나는 또 거스름돈을 줘야 한다고 한개를 돌려줬으니 창가자리는 뽀뽀 네개. 앗싸 인생은 아름다와..ㅎㅎㅎ

 

무라카미 출발후 한시간 가까이 니카타에서 기차를 갈아타야하는데 우리 기차가 7분연착. 기다릴테니 걱정말라는 방송이 나온거야 그러려니 하지만 내리지마자부터 그 긴 갈아타는 곳까지 내내 역무원들이 서서 안내를 하더라는 것. 원래 낯선 곳에서 시간도 없고 갈아탈려면 우왕좌왕하기 마련인데 중간 표 검사까지 안하면서 안내원들이 체계적으로 안내를 하는 모습이 넘 감동스러웠다. 아 정말 이런면에선 너무 대단한 나라다.

 

역시 일본이다란 생각으로 자리를 찾아 앉았는데 이번엔 우리가 창가자리도 아닌데다 앞에 계신 어느 우아해보이는(!) 아주머니께서 두 시간을 넘게 떠드시는데 거의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내가 일본어를 잘은 몰라도 대충 급은 아는데 엄청 우아하신 분께서 어찌 그리 남들 생각안하고 우아하게 웃으시고 우아하게 떠드시는지..ㅜㅜ

 

좋았던 여행이 반감이 되는 안타까운 사연은 있었지만 그래도 정말 오랫만에 신랑이랑 떠났던 짧은 여행. 우리부부가 열광하는 온천여행. 그리고 우리부부를 늘 감탄하게 만드는 그 전통과 우아함.

 

그랬다, 금요일뿐 아니라 사야의 주말도...

 

 

 

2007.06.18. Tokyo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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