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름다운 동네를 지나 바닷가로 가야겠단 생각으로 골목을 내려가기 시작하는데 저 골목의 삼분의 일밖에 안되는 폭의 골목에 앉아 있던 흑인애와 아랍애가 나를 보고 갑자기 일어서더니 바싹 앞을 막아서는 거다. 순간 너무 당황을 해서는 돌아서려는데 흑인애가 F를 외치며 욕을 하는 사이 아랍애가 내 카메라 가방을 낚아챈다. 옆으로 매었는데 얼마나 세게 당겼는지 내가 나뒹굴었다는.. 다행인건 넘어지니 차라리 방어하기가 쉽더라는..ㅜㅜ
정말 그렇게 여행다녔어도 이런 일 처음인데 괜히 마음이 불안했던 게 아니었던 거다. 어쨌든 소리를 지르니 놓고 올라가는데 이 흑인애 계속 욕을 한다. 겁도 났지만 나도 웃긴게 그 상황에서 그 욕은 내가 할 소리거든?..ㅎㅎ
마침 그 순간 저 다락방같은 곳의 창문이 열리며 남유럽남자같이 안 생긴 애가 얼굴을 내밀고는 괜찮냐고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대충 설명을 해주고 이 길이 위험하냐고 물었더니 위험하진 않지만 이런 일이 생기니 어쨌든 조심하라더라.
그런다고 기가죽어서 호텔방으로 돌아가거나 할 나도 아니고 또 저렇게 금방 사진기까지 꺼내들고 사진도 찍어댔지만 찜찜한 건 사실. 거기다 카메라 가방에 여권이며 비행기표며 적지 않은 현금이며 다 들었는데 정말 아찔하더라. 여권을 한 번 잃어버려봐서 아는데 그럼 나중에 일본비자까지 받아 들어가야하니까 무지 복잡해지고 말이다.
감상하고 어쩌고 할 기분은 아니고 사진 몇 장 찍고 골목길을 서둘러 내려왔다.
내려와서 올려다 본 성이다. 그런 일이 생기면 특히 기분이 나쁜게 그 후 내게 가까이 오는 흑인이나 아랍애들을 잠정적 도둑으로 경계하게 된다는 거다..ㅜㅜ
어제 밤의 그 광장에서 점심을 먹고 술 한잔을 하며 쉬다가 맘도 몸도 피곤해서 관람버스를 탔다.
저 다리 올리고 앉아 있는 애가 나다..ㅎㅎ
그냥 걷기엔 불가능한 길을 날씨도 좋은데 구경하고 다닐 수 있으니 관람버스가 좋긴 좋다.
일요일 오후라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나와 즐기고 있었고.
벼룩시장을 발견하곤 버스에서 내려 어슬렁 거리다 아버님 드릴 작은 선물도 하나 사고.
포르투칼민속댄스경연대회 같은 것도 잠시 구경하다.
바닷가쪽으로 나갔더니 한가로이 독서를 즐기며 낚시를 하는 노부부.
저 자리를 노렸건만 쟤네들이 한 발 빨리 가는 바람에 바로 앞에 앉아 맥주 한 잔 하며 앉아 있으니 좋다.
더 앉아있고 싶었지만 기억에 돌아갈 길이 만만치 않은 듯해 일어난 시간.
관광객들도 몇 명 보이고 항구를 따라 걷는 것까진 좋았는데..
아뿔싸 그 건너에 호텔이 있었던 거였고 한참을 걷다보니 저 거리엔 나혼자..낮에 그런 일이라도 없었으면 덜 불안했을텐데..ㅜㅜ
차들은 쌩쌩달려 그나마 다행이긴 했지만 (급하면 차도로 뛰어들면 되니까..ㅎㅎ) 택시도 안보이고 급한 마음으로 서둘러 걷는데 정말 사람하나 레스토랑하나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 또 잔머리 굴려 항구쪽이 아니라 건물 많은 쪽으로 간다고 걷기 시작한게 완전히 길을 잘못 들어서 한 시간을 넘게 인적 드문 깜깜한 길을 걸었다나 어쨌다나. 정말 할렐루야 아멘이다..ㅎㅎ
어찌어찌 택시를 잡아타고 호텔로 돌아오는데 어느 방향으로 갔던건지 걸었다면 다시 한 시간도 넘게 걸렸겠더라
그래도 호텔근처에 오니 다시 마음이 편안해져서..ㅎㅎ 좀 걸어나와 간단한 요기와 술 한 잔하고
느지막히 일어나 그나마 그 후진호텔에서 봐줄만한 전망좋은 곳에서 아침식사를 간단히 하는 걸로 리스본에서의 시간을 마감. 시차때문에 네시간이 걸려 프랑크푸르트로 돌아와 또 세 시간도 넘게 걸려 시댁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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