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삼년 째인 2000년 시월
휴가를 쿠바로 갈까 고민하는데 인도네시아 살던 친구가 놀러오라고 난리였다. 우리가 동양으로 올 줄 알았으면 그때 당근 쿠바를 갔겠지만 나는 한국도 들릴겸 인도네시아로 정했다.
다디던 직장은 어차피 휴가도 못줄 형편이었고 어떤 못된 여자때문에 때려치고..ㅎㅎ 출발
나랑 친구다. 내 생애 첫 열대우림 등반. 저 큰 게 고사리다..ㅎㅎ
저날 저 친구가 날더러 사야야 너는 산에서까지 우아하구나 그래서 충격먹었다.
독일인들에게 그건 욕이다..ㅜㅜ
작년 신랑생일에 나타났고 구월말에 또 삼주가까이 나타난다는 친구랑 그 집 식구들. 내가 싫어한다는 마누라다..ㅎㅎ 저 때도 어찌나 열받게 하던지. 여행가는 차안에서 그저 창밖이나 보게 할 것이지 저 조그만애들에게 책까지 펴놓고 공부를 가르치더라고..ㅜㅜ
거기다 기사아저씨가 힘들텐데 자꾸 시켜먹는 것도 모잘라서 이렇게 여행도 해보고 얼마나 좋겠냐는거다. 그래 내가 자기식구들하고 여행을 다녀야 좋지 주인집 식구들끌고 밥도 따로 먹는데 뭐가 좋냐고 구박했다..
아 애들은 너무 귀엽고 착하다. 특히 저 남자아이는 자기랑 놀아달라길래 나는 나이가 많아서 못 놀아준다니까(물론 귀찮아서..ㅎㅎ) 너 나이 몇 살이야? 울 엄마보다 더 많아? 하하하. 저 여자애는 우리보다 한참 연상이다..^^
한번도 성적인 구분을 둔 교육을 시켜본 적이 없다는데도 날더러 너는 여자가 왜 담배를 피느냐? 혹은 여자가 왜 노트북을 쓰냐? 이런 말을 내게 해서 그 엄마가 캡 열받았다..ㅎㅎ
어쨌든 묵었던 곳. 사야야 뭐가 그렇게 좋니? 활화산도 구경하고 자연은 좋았지만 사람때문에 힘들었던 여행. 그런데 홍콩시절 신랑이 또 인도네시아를 가자고 했으니 내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겠는가...ㅎㅎㅎ
친구들과 일주일을 보낸 후 우리는 발리로 갔다. 마침 더블린에서 함께 근무했던 애가 자카르타여행사에서 일하길래 팔아줄겸(?) 한국인들 패키지를 끊었는데 실수였다. 함께 다닌 인간들도 별로 였고 관광지도 별로.
나중에 우연히 신혼여행팀에 합류했는데 우리가 이주간 여행중이라니 어찌나 부러워하던지. 참 그러고보니 인도네시아행 비행기가 거의 신혼여행팀이었는데 스튜어디스가 우리도 신혼여행가냐고 물었었다...ㅎㅎㅎ
아니라고 결혼 7주년 기념여행이라고 그랬는데 신혼부부들마저도 어떻게 그 쪽이 더 신혼부부같다고..^^
하긴 뭐 작년 중국여행에선 신랑을 남자친구냐고 묻던데 애가 없어서 그런가? ㅎㅎ
그리고 옮겨간 곳은 여행자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한 독일인이 운영하는 방갈로. 방안에서 그대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데다 방도 넓고 조용한 곳이라 너무 좋았다. 발리에서 절대 가지 말아야할 곳을 적어놓은 안내서가 있는 데 다 한국인 패키지로 갔던 곳..ㅎㅎㅎ
보트여행때 주인장도 독일인이었고 서로 소개시켜주고 그런다던데 이 곳도 인도네시아에 있는 독일인들이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는 곳이란다. 발리에 가서 주인이랑 독일어 쓰는 재미..ㅎㅎ
파도가 너무 위험하다고 해서 수영은 할 수 없는 바다였지만 까만모래가 인상적이었던 곳. 안그래도 뜨거운 모래가 까만색이다보니 더 뜨거웠는데 맨발로 내려갔다가 팔짝팔짝 뛰고 난리도 아니었다. 수영은 바닷물을 끌어다놓은 수영장이 따로 있었는데 나는 비키니수영복을 위에만 가져간 불상사가 발생해서 수영은 못했다..ㅎㅎㅎ
맥주를 보아하니 아침은 아니다만 식사를 하고 저녁엔 술을 마시곤 하던 정자.
그 곳에서 아침마다 저렇게 고기잡이 배들이 나가는 걸 구경하곤 했다.
너무 신기한 건 파도가 저렇게 밀려오는데 저 상태로 배가 나가더라는 것.
하루종일 바다만 바라보기도 하고 가져간 책을 읽기도 하고 수다를 떨기도 하고...
발리는 참 평화롭고 아름다운 섬이란 생각이 들었던 지역이다. 나야 다시 가본 적은 없지만 신랑이 작년부터 일주일 씩 가는 곳. 내년에도 발리로 가려나? ㅎㅎ
아 다음 주 금요일이면 여행을 떠나는 데 여행준비는 안하고 또 이렇게 쓸데없는 짓만 하고 있다...
2007.07.20. Tokyo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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