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묻은 삶

신랑의 한국어로 보는 우리 생활

史野 2007. 5. 6. 16:33

아 어제도 만땅 취해서 글 올린건데 지금도 취했다.

 

휴일 마지막 도쿄는 오늘 비가 흩날리는 데 어제 먹을려다 만 또띠야를 오늘 먹었더니 음식의 질은 팍 떨어졌다만 어쨌든 어제 산 알자스산 백포도주가 너무 맛있어서 기분은 좋다.

 

어제 나는 적포도주를 신랑은 백포도주를 샀는데 나는 내거라고 신랑은 입맛만 다시게 하고 (마신 맥주가 얼만데 그 포도주를 다 마시다니 미쳤다.그리고 그냥 잤냐고? 아니지..ㅜㅜ) 오늘 자기 백포도주도 입맛만 다셔야 공평하단 신랑에게 무슨 소리냐고. 난 진심으로 나눠마시고 싶었는데 자기가 싫다고 한 거라고 우기고..ㅎㅎ

 

점심에 앉아 밥먹으면 늘 한국이 도마에 오르지만 오늘도 열 이빠이 받아 마구 열을 냈다. 아니 동해건 일본해건 무슨 상관이라고 그걸로 그렇게 사생결단이니 뭐니 열을 낸단 말인가?

 

우리나라가 해결해야 할 외교문제가 얼마나 많은데 그런 쓸데없는 데다 정력을 낭비하고 있냐고???? 힘이 남았다면 독도나 잘 지켜라..ㅜㅜ

 

한국 욕하는데 재미붙였냐고? 아니 아무리 내가 사랑하는 내 남자 앞이라도 한국 욕하고 있으면 피가 마른다. 살이 마르면 몰라도 쓸데없이 왜 피는 마르고 난리냐만.

 

어쨌든 휴일 나흘째

 

삼일 붙어 있다가 이틀 떨어져 있고(이러면 누군 신랑이 출장이라도 간지 알겠지만..ㅎㅎ) 또 나흘을 연달아 붙어 있으니 좋아 죽겠다. 아 누가 나 좀 말려줘. 난 내 남자가 왜 이렇게 좋은거야? 하.하.하

 

아 이것도 남녀가 붙어있으니 당연히 좋지 이런 식으로 오바(?)하는 분들 없길 바란다. 그냥 나는 사람이 그리워서 그런다. 그냥 사람이 그리우면 얼마나 좋겠냐만 마음에 맞는 사람이 그리우니 더 외로운 거지만

 

어제도 나가다 이리스를 또 우연히 부딪혔는 데 어찌나 미안하던지. 아 정말 이리스는 나보다 백번 나은 인간이다. 잘못은 내가 했는데 그래도 또 여행 떠난다며 돌아와서 전화하겠다니..ㅜㅜ

 

걔네는 골든위크도 다 지났는데 이주간 베트남이랑 캄보디아로 여행간다더라. 정말 눈물나게 부러운 독일인들은 삶의 질로만 보자면 한국의 재벌들보다도 낫다.

 

각설하고 붙어있다보니 또 우리부부의 언어습관이 넘 웃긴데 우리부부는 95프로 정도 독일어를 쓰지만 나머지 오프로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상황에 따라 마구 섞어 쓴다. 이 말은 95프로의 독일어도 개판으로 한다는 말이 되겠다..ㅎㅎ

 

어쨌든 어제도 쇼핑센타를 돌다 맥주를 잔뜩 마신 내가 화장실에 가야 했는데 사람이 많다보니 기다리는 걸 싫어하는 내가 온 화장실을 헤매고 다니다 결국 포기하고 줄을 섰다.

 

신랑은 밖에서 가게 구경하기로 했는데 나와보니 그 복잡한 곳에서도 내 남자는 키도 크고 서양인이다보니 눈에 확 띄더라.

 

자기도 그래서 내가 자길 못 찾을까 걱정은 안했다며 하는 말.

 

Weil ich ein 따런(大人) bin. 이러는데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내가 큰 사람이니까 이런 말을 독일어랑 엉터리 중국어 섞어 쓴거다..ㅎㅎ

 

이야기 했듯이 나는 내 남자가 발렌타인데이에 한국어로 보낸 편지에 감동해서 이 남자랑 결혼을 한거나 마찬가지인데  이 남자는 지금 한국어를 못한다.

 

그래 내가 맨날 사기결혼이라고 하는데 어떤 한국 남자왈 결혼할 때 사기 안치는 인간도 있냐더라..ㅎㅎ

 

각설하고 오늘의 주제인 신랑의 상용 한국어

 

남편- 너무 좋아한다. 오죽하면 자길 제발 남편이라고 불러달랄까. 자기가 자길 말할 때도 맨날 남편이다.

 

지독한 담배냄새- 담배를 안 피우는 신랑은 담배 냄새를 무지 싫어하는데 내가 담배를 막 피우고 자기에게 가면 온 오바를 다 해가며 지독한 담배 냄새를 한국어로 외쳐대서 내게 구박을 받는다. 여기에 지독한 방구냄새. 지독한 버섯 냄새 등의 변용이 있다.

 

귀신이다!!- 예전에 아는 동생 하나가 고스트 바스타인지 뭔지 영화를 봤는데 그 영화에 나오는 찐빵귀신이 나랑 너무 닮았다는 거다. 그래 날 찐빵귀신 언니라고 불렀다. 그 이야길 언젠가 신랑에게 했더니 너무 좋아하면서..ㅎㅎ 내가 마스크를 하면 찐빵 귀신, 달걀 팩을 하면 달걀 귀신 혼자 신났다. 바람에 어쩌다 문이라도 닫히면 한국어로 앗 귀신이다!!! 이런다지..^^;;;

 

또 짜증-  사실 이 말을 제일 자주 하기 때문에 맨 위로 올라 갔어야 하지만.. 한 승질 하는 나는 누가 내 말을 못 알아 듣거나 같은 걸 두 번 물어보거나 그러면 마구 짜증을 내는 데 그럴때마다 신랑이 하는 말.ㅎㅎ 외국인들이 못하는 발음이 예를 들면 ㅈ ㅉ. ㅊ 등의 경음 격음의 미세한 차이인데 신랑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저 짜를 발음할려고 온 몸을 뒤트는 거 보면 진짜 웃긴다. 그래 짜증을 내다가 그냥 웃는다지.

 

똥- 이건 된 발음 하니까 생각이 나는데 화장실 간다는 표현이다. 언제 썼던 거 같은데 시댁에서 자기야 어디가? 그랬더니 똥! 하고 외쳐서 역시나 된 발음은 당근 안되는 시어머니. 남들이 얼굴에 교양이라고 써있다고 할 만한 내 시어머니가 '얘야 덩이 뭐니? ' 해서 자지러졌던 기억..ㅎㅎ 또 잘 쓰는 말엔 물똥이 있다..^^;;

 

커피 왔어요- 말했듯이 주말엔 신랑이 먼저 일어나 커피를 끓인다. 자다 깨서 커피가 옆에 없으면 화를 버럭 내는 데 그럴 때 그 무마용으로 쓰는 말이 한국어로 커피 왔어요..ㅎㅎㅎ

 

경기 혹은 경기도- 내 이름은 경이 들어가고 고향은 경기도다. 그래 신랑이 나를 '경기'라고 부른다. Du bist mein 경기. 이러는데 너는 나의 경기야 이 말이다. 그럴때마다 내가 하는 말 '자기야 나 이사갔다니까 경기도 안 살고 경상도 산다고!!!' ㅎㅎㅎ

 

가득한 집- 동양에 와서 살면서 배송비가 싸니까 한동안 '행복이 가득한 집' 잡지를 구독했었다. 그래 이 남자 맨날 하는 말 우리 집은 가득한 집. 자기야 뭐가 가득한데? 말을 하라고!!!

 

맛 없어요- 감히 내가 한 음식에 어찌 이런 말을 쓸 수 있겠는가? ㅎㅎ 신랑이 이 말을 쓸 때는 자기가 싫어하는 음식을 내가 그래도 먹어야 한다고 일부러 해줄 때.

 

울보- 이거야 뭐 내가 워낙 잘 울어서 그런거니까 설명이 필요없슴..-_-

 

바보- 이것도 예전에 썼었지만 평강공주가 바보온달이랑 결혼해서 온달장군이 된다는 이야길 하며 내가 평강공주 자긴 바보온달이라고 주입을 시켰다. 그런데 이 진짜 바보가 아무 앞에서나 '나 누구?' 그럼 '평강공주' '자기 누구? '그럼 '바보 온달' 그러더라고..ㅜㅜ

 

온달장군은 언제 되냐고 하도 졸라서 진작에 장군을 시켜줬으니 이젠 지난 이야기다만 역으로 이젠 툭하면 날더러 바보란다..^^;;

 

아 더 많지만 어쨌든 여기까지..

 

그리고 상용어는 아니고(상용어면 큰일 나지..ㅎㅎ) 신랑이 아는 한국욕이 하나 있다. 예전에 친구결혼식에서 우리 말고도 국제커플이 하나 있다보니 어찌 외국어 이야기가 나왔고 어느 웃기는 친구가 그런 이야기말고 각 나라말로 욕을 하나씩 해보자고 했다.

 

내가 욕을 안 쓰지만 그래도 욕을 모르는 건 아닌데 그 순간엔 죽어도 생각이 안 나는 거다. 그랬더니 이 친구가 ' 아 한국말에는 욕이 없구나 그래서 니가 그렇게 고상한거구나' 이러며 놀리는데 어찌나 약이 오르던지. 머리를 깨고 기껏 생각해 낸 욕이 말하자면 상(上)욕이었다.( 이 한자가 맞나? ㅎㅎ)

 

그렇게 나는 위기(?)를 넘겼는데 일은 다음 날 생겼다. 결혼파티야 늦게 끝나니까 점심 때까지 자고 있는 내게 신랑이 무슨 새끼야 밥먹게 일어나라는 것.

 

허걱 그 친구야 한국어를 모르니까 그냥 몇 번 말해보고 지나갔지만 신랑이야 한국어를 좀 아니까 그걸 기억했던 것. 잠이 확 깨면서 일어나선 그런 말은 하는 게 아닌데다 그건 여자에게 쓰는 게 아니라니까 이 남자 한술 더 떠선 그럼 너는 여(女) 무슨 새끼라는 거다.

 

나는 그런 순간엔 이성을 잃는다. 그저 한국어를 제대로 가르쳐야한단 신념에 불탄 나머지 거기에 해당하는 여자 욕을 그것도 발음까지 열심히 가르쳤다..흑흑

 

그 안되는 발음으로 연습까지 했으니 어디 써먹고 싶어 죽을려는 신랑. 하도 한국가서 써먹겠다고 벼르길래 울며겨자먹기로 그때 왔었던 친구네 집에 가서 써 먹을 기회를 줬다지..^^;;

 

고달픈 인생에서 웃자는 이야기다..ㅎㅎ

 

연휴 마지막 날이고 여긴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데 얼큰하게 취해선 기분도 좋고..^^ 작년 오월에 도쿄에 딱 삼일 해가 났던 걸 생각하면 뭐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 들 어떠하리 해만 나와주면 감사하겠단 심정이다.

 

그리고 이건 보너스.

 

 

따끈따근 한 내 모습..ㅎㅎ 이야기 했듯이 운동을 안하러 가는 날 늘 나는 잠옷 차림인데 이왕 잠옷차림일 거 좀 이쁜 옷 좀 입어보자란 마음으로 잠옷이 된 내 드레스다...ㅜㅜ

 

기껏 폼 잡고 신랑이랑 데이트 할 때 입을려고 사왔더니만 신랑이가 '헉 너는 임신도 안한 애가 왜 임신복은 입고 있니' 이런 데 충격받아 일년 내내 옷장 속에 있었다지..^^

 

몸무게는 다시 돌아와서 아주 절망적이다만 역시나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철학으로 버티기로 했다..ㅎㅎ

 

참 그러고보니 그 때 올렸던 만우절 스페샬 야한사진이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어서 황당하다. 야한 사진이란 말이 들어가 있어서 그런가? 왜그렇게 클릭하는 사람들이 많은거지? ㅜㅜ

 

어쨌든 저 뒷 배경은 우리 아파트 전망을 망쳐가며 올라가고 있는 새로운 아파트다. 정말 요즘 도쿄는 지진방지 기술을 개발해서인지 날이면 날마다 스카이라인이 변하고 있다..-_-

 

 

 

 

또 오랫만에 음식사진

 

설마 저것만 먹었겠냐만 휴일에 나름 애쓴 것. 메뉴를 짜느니 어쩌느니 폼은 다 잡았지만 설마 게으른 내가 진짜 그랬겠냐고..ㅎㅎㅎ

 

휴일이 지나면 그 황당한 미국비자도 받으러 가야하고 이래 저래 할 일은 많다만 어쨌든 휴일뿐 아니라 봄날도 차츰 멀어지는 나른한 오후가 가고 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역시나 술취한 사람이다..하.하.하

 

 

 

 

2007.05.06 Tokyo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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