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댁에
모셔다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로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하는데.....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주었습니다.
주인아저씨가 안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
주었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 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넌즈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외면해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두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을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 놓고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
오래 전 신랑과 한국에 갔을 때 당시 칠순이시던 이모가 밥을 사주겠다고 하셨다.
겨우 오천원짜리 뷔페였지만 엄마까지 네명 이만원이면 이모에게 적은 돈이 아니었던 지라
고마운 마음에 없는 시간까지 내어 나갔다.
오천원이 아니라 삼천원짜리 밥도 자식에게 사주겠단 소리를 하는 적이 없는 내 엄마는
꼭 당신이 하신 요리인양 신랑이 먹지도 않는 떡이며 나물이며 접시가 넘치도록 날라다 놓으셨다
그런 엄마가 미워서 도대체 뷔페에서 누가 이렇게 상다리가 부러져라 놓고 먹냐고.
알아서 먹을테니 제발 촌스럽게 이러지 좀 말라고 마구 짜증을 냈더랬다.
시인의 어머니와 내 엄마는 전혀 다른 사람이지만
그래도 자식의 입에 뭐라도 하나 더 넣어주고 싶은 그 에미의 마음까지 다르진 않을텐데..
엄마 미안해. 오늘도 전화를 할 순 없어
아직은 웃으면서 엄마 목소리를 들을 자신이 없다구.
제발 이번만은 선물 바꿔오란 소리로 언니들 힘들게 하지 않고
그냥 기쁘게 받아줬으면 좋겠다.
그러게 왜 눈물은 짠걸가.
아니 엄마의 눈물은 쓰겠지
엄마는 나보다 훨씬 외로운 사람이니까..
나는 도대체 언제 쯤이 되어야
엄마 생각을 하며..
이런 글을 쓰며..
뼈 아픈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는 걸까
도대체 엄마는 왜 나를
이렇게 바보같은 인간으로 낳아놓은 거냐고..
2007.05.08. Tokyo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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