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 묻은 책장

박규태-아마테라스에서 모노노케 히메까지

史野 2007. 5. 3. 21:32

누구나 신이 될 수 있다

 

2006-01-19 11:27

 

나는 사실 일본에 오기전까지는 일본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지금도 뭐 아는 것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여기 알라딘에서만 봐도 일본만화나 소설 드라마, 음악등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무지 많은데 상해살때 중국어 공부한답시고 일본드라마를 몇 개 본거 말고는 그들의 문화를 접해본 것도 없었고 말이다.

 

예전에 일본에서 사역하시던 어느 목사님이 일본에는 귀신이 많고 합리적인 기독교가 뿌리내리기가 힘들다는 말씀하신 것을 들은 적이 있다한 번은 친구 마유미랑 종교와 죽음 뭐 이런 것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녀가 어찌나 쿨하게 죽음에 대해 생각하던지, 죽음이 뭔가 죽은 후에 인간은 어떻게 되는 가 뭐 이런 문제에 정신병이랄 만큼 집착하던 나는 그녀가 무지 부러웠다.

 

그녀는 그랬다.' 어머 얘 잘 살다 죽으면 그만이지 뭐 그런것까지 생각하고 그러니?'

 

처음 이사를 와서 동네탐험을 하며 놀랬던 건 우리 동네에 좀 과장하자면 한집건너 하나 무슨 종교에 관계된 건물이 있었다는 거다. 처음 들었던 생각은 일본인들의 신앙심 뭐 이런게 아니라 저들이 다 어떻게 먹고사느냐 였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이 동네가 에도시대에 사형장이었다는 거다. 그러니 원한서린 영혼을 위로하려고 많은 종교시설이 있다고 이해해야하나..

 

사실 그게 이 책의 핵심이기도 한데 일본인들은 억울하게 죽은 원혼들이 해꼬지를 한다고 생각해서 그들을 아예 신으로 만들어버리고 숭배한다는 거다. 그러니까 딴짓을 못하도록 계속 달래는 거라고 할까.

 

저자는 그래서 야스쿠니신사참배 문제도 그런 각도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하는데 내게 어필하는 바가 많았다.

 

종교가 세상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관용성때문이다.  기독교를 예를 들자면 예수를 믿지 않으면 구원을 받을 수 없기때문에 예를 들어 나같은 사람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늘 불쌍한 영혼이 되어 버렸다. 사찰에 불을 지르거나 단군동상을 망가뜨리는 사람들도 있잖나 말이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태어나면 신사에 가고 결혼할때는 교회에서 하고 장례식은 불교절에서 한다니 종교의 관용성에 대해서만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듯하다

 

그리고 사람이 죽으면 모두 신이 된다니..

 

특히 재밌는 건 그들의 신화에 나오는 이자나기와 이자나미 남매의 대화인데

 

나의 몸은 잘 자라고 있는데, 한 곳이 전혀 자라지 않아요..나의 몸도 잘 자라고 있는데 한 곳이 지나칠 정도로 자라고 있소, 그러니 내 몸에서 지나치게 자라는 부분을 당신 몸에서 전혀 자라지 않는 부분에 집어넣어 국토를 낳으면 어떻겠소?

 

하하 이렇게 낭만적인 대화가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래서 단군할아버지도 아니고 국토를 낳았다니

남녀의 성관계의 정당성(?)과 국토 그러니까 자연으로 대표되는 현세적인 것에 대한 일본인들의 집착을 저 대화가 모두 보여주는 게 아닌가 한다

 

인간은 근원적으로 해탈을 할 능력이 없다는 처절한 절망감에서 출발하는 정토진종의 창시자라는 신란이라는 인물도 퍽 매력적인데 악인이야말로 구원을 받는 다는 그의 악인정기설은 지독한 절망감과 패배감을 맛본, 인간의 한계를 절절히 경험한 사람이라면 절절히 공감이 가는 주장이다

 

기원설화부터 옴진리교까지 일본의 종교를 훓는 이 책은 꼭 일본종교로서라기보다 종교라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다

 

종교로 읽는 일본인의 마음이라는 제목해제처럼 그래서 일본인의 마음이 읽혀진건 아니지만 이제 왜 마유미가 그렇게 얘기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