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 묻은 책장

고바야시 다다시-우키요에의 美

史野 2007. 5. 3. 21:18

아름다운 그림들을 보고 든 생각 

 

2006-01-13 16:23

 

우키요에란 말보다 내겐 일본 채색판화로 더 친숙한 그림들, 인상주의 화가들을 열광하게 했고 심지어 고흐에겐 일본이 이상향으로 까지 여겨지게 만들었던 그 일본의 서민예술.

 

이게 호쿠사이와 히로시게 두 이름과 함께 내가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알던 지식의 전부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에도(지금의 동경)시대에 유행하던 우키요에의 중요한 화가 12인과 그 시대의 중요작품을 판화와 욱필화로 나누어 쉽게 설명한 입문서로 참 좋은 책이다.

 

처음 보는 이름들이 많고 일본의 역사나 문화사에 일천한 관계로 이 것 저 것 들춰보느라 개인적으로는 쉽지 않은 책읽기였으나 문장은 평이하고 대표화가와 대표작을 중심으로 그 시대와 작품경향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다

 

그 전 세대까지는 우키요憂世,' 근심스런 세상', 이었다는 단어가 '잠시 동안만 머물 현세라면 조금 들뜬 기분으로 마음 편히 살자.' 는 사고방식으로 바뀌면서 우키요浮世가 되었단다

 

목판화와 동판화를 찍어본 경험이 있는 나는 목판화로 그런 아름다운 작품들을 생산해 내었다는 사실도 물론 놀랍지만 18-9세기에 벌써 판화를 인쇄해 출판하고 소설에 삽화가 들어가 날개돋힌 듯이 팔렸다는 말이 낯설고 신기하다.

 

그리고 우키요에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가부키 배우들의 판화는 지금으로 얘기하면 유명인들의 사진을 소유하듯 그런 의미였다니 당시 판화의 그 싼 가격도 가격이려니와 그렇게 즐길 대중이 확보되었다는 사실도 무척 흥미로운 부분이다.

 

거기다 기모노의 색이나 패턴 또한 현대적으로 봐도 나무랄 곳이 없을만큼 현란한데 아무리 가부키 배우나 유곽의 게이샤들이 첨단 유행을 걸었다고 해도 심지어 살이 훤히 보이는 그 직물기술과 색감에 대한 감각등은 입이 벌어질 정도다.

 

워낙 유명한 호쿠사이나 히로시게 작품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대단했지만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하루노부의 작품은 이런 작품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내겐 충격이다.

 

그의 작품에 영감을 받아 드뷔시가 바다을 작곡하기까지 했다는 대 화가 호쿠사이의 생애는 특히

감동적이었는데 그의 그 대담하고 과감한 표현방식이 그냥 얻어진게 아니라는 새삼스런 깨달음이었다.

 

늘 화풍을 바꿔가는 시도를 해가며 노력했던 이 화가는 90세에 생을 마감하며 '하늘이 내게 오년의 시간을 준다면 진정한 화공이 될 수 있었을텐데' 하며 눈을 감았다니, '스스로 그림에 미친자'로 불렀던 노화가의 마음이 전해져 가슴이 싸해졌다.

 

칠십에도 화풍을 바꾸고 새로운 것을 향해 가려던 호쿠사이. 그게 그림이 아니더라도 과연 나는 그 나이가 되어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할 용기가 있을 것인가. 일을 하지 않는 나는 앞으로 명성 어쩌고 하는 거랑 관계도 없겠지만 그래도 내 삶에 새로운 걸 시도해 볼 생각은 커녕 그냥 내가 가진 것에 안주하고 어떻게든 지키려 발악을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나는 화가에도 관심이 많지만 그 화가를 있게 한 주변 환경이나 후원자에게도 관심이 많은 편인데 이 책에도 마음에 드는 후원자가 하나 나온다. 화가 우타마로를 알아보고 지원한 이 후원자는 출판업자 츠타야 주바부로라는 사람인데 이 책에는 몇 곳 짧게만 언급이 되어서 그를 알아보기 위해서라도 일본어를 제대로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젊은 나이에 이 쪽에 투신해 안목을 가지고 화가를 지원했던 멋쟁이 사업가다.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와 관심거리를 많이 제공한 그런 책이었음에도 별 네개를 줄 수 밖에 없는 건 쉬운 글 읽기 였음에도 새로운 인명도 인명이거니와 앞에 언급된 화가들과 뒤에 나열된 작가들을 연결하느라 수도 없이 앞 뒤 왔다 갔다 해야하는 수고로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동경에 산지 벌써 2. 이 곳에 여행자로서가 아닌 거주자로 살면서 느끼는 건 이들의 문화가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오래되고 전통이 있다는 거다.

 

팬티도 안 입고 칼이나 차고 난리치는 쪽발이의 나라는 사실은 오랜 시간 지속되온 나름의 문화와 전통으로 무장한 그런 나라였다라는거.

 

물론 떠돌아 다니면서 수도 없는 일본인들을 만나 사귀었고 그들이 가진 교양과 문화적 전통을 느끼지 못한 건 아니지만 실제로 매일을 살아 보는 건 또 다르다.

 

문화는 돈이 있는 곳에서 피어난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연극을 보고 판화를 소유하고 그러겠는가.이건 내가 어렸을때 우리집에 가장 볼 만한 것이라고 달력그림이었다는 거와 일맥상통할거다.

 

아테네의 철학을 그들이 노예를 소유하고 시간이 남아돌지 않았다면 상상할 수 없듯이, 아무리 계급구별이 그리 명확하진 않았다고 해도 제일 아랫계급이었던 초닌(町人)이라 불리던 상인계급이 향유했던 이 판화문화는  그들이 가졌던 경제적 풍요를 바탕으로 한다.

 

기가막혔던 건 다른 한국인들과 비교 일본에 대해 상대적 열등감을 극복했다고 나름 자신하던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출판문화며 그림이며, 내 나라와 비교해 보기위해 내가 가지고 있는 조선의 모든 책을 들춰보았다는거.

 

그러니까 내가 나았다고 생각했던 그 병은 아직도 완치되지 않은 고질병인지도 모르겠다.

 

병이란 명의도 중요하고 자신의 마음가짐도 중요한 것이니 백프로까지는 못 되더라고 일본을 객관적으로(명확한 타인으로볼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이건 전적으로 내 자신을 위해, 아무래도 한동안 일본관계 서적을 탐독하는 일로 소일해야겠단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