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따라가며 문화읽기
2006-01-16
이 책은 일본원시시대부터 메이지정부 전까지의 문화사이다. 문화사라고 하지만 저자가 일본사상사를 전공했기 때문인지 일본신화며 정신사적인 서술부문이 많은 편이다.
하긴 예전 문화라는 게 종교를 빼고 생각하기 어려운 만큼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문화사라도 역사는 역사. 저자는 학습된 자가 아닌 내가 때론 거슬려할 정도로 확고한 진보사관아래 일관성있게 일본문화사를 기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나본부설을 당연한 역사적 사실로 본다던지 (나도 우리학계주장을 무조건 신뢰하는 건 아니지만 진보학자가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을 그렇게 확신에 차 기술하다니!) 장장마다 일본의 독특한 문화에대한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걸 보면 굉장한 애국사학자란 생각이다.
중국과 한반도에서 유입된 이란 표현이 없는 건 아니지만 구체적 영향에 대해 기술하는 건 중국이나 유럽영향에 비해 거의 없고 호류사 금당벽화마저도 작품만 언급이 되니 이거 또 나만 그렇게 알고 있는건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
그는 또 우키요에로 대표되는 에도초닌 예술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데 이건 순수미술로서 예술을 바라보기보다 의미를 부여하고자하는 진보사학자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그러나 우키요에가 서양미술사에 끼친 영향에 대해선 또 사례까지 들어가며 상세히 서술하며 자랑스러워하고 있으니 이 또한 모순이다.
사실 민중문화나 민중이 소외된 문화에 대해 목소리들을 높이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동서양 통틀어 자랑스러워하는 문화적 유산들은 거의 가진자들의 문화였다. 책에서도 언급되는, 그가 자랑스러워하는 일본문화도 결국은 그가 그렇게 아끼는 민중들이 만든 건 아니었다는 거.
그런 의미에서 그가 유감스러워하는 에도시대의 초닌문화야말로 내가 보기엔 일본역사상 가장 처음 나타난 민중의 문화, 진정한 대중문화다.
늘 일본문학의 오랜 전통이 궁금했던 나로서는 가타카나가 8세기부터 벌써 쓰여져 수백년을 거치며 정착되어온 문자라는 거에 그 실마리를 보았다. 그러니까 겐지모노카타리처럼 11세기에 여성에 의해 쓰여져 오랜 세월 수없이 읽힐 수 있는,고유문자는 없었더라도 누구나 읽고 쓰기 쉬운 문화적 기호의 연속성이 있었다는 거다.
일본이라는 국호의 오랜사용도 그렇지만 쓰마도이콘이라는, 남편이 처의 집을 방문하는 형태의 결혼풍습이 에도시대전까지 행해졌다니 우리와 다른 일본문화의 특색을 알아보는데 역시 실마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더라.
결혼풍습의 변화에 따른 시댁과 남편에게 예속된 여성의 지위하락에 대한 저자의 분노가 하도 명확해서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그들의 기록하고자하는 오랜 습성과 끊임없이 현세적 아름다움에 집착하고 즐기려는 시도는 저자가 여러 곳에서 언급하듯히 독특한 일본인만의 문화인지도 모르겠다.
초반 그가 기슬하는 일본의 기원신화가 남태평양쪽 설화와 유사성이 많다는 건 내게 흥미로운 사실인데 저자가 추측하는대로 고대엔 일본이 대륙과 붙어있어 일본인들이 일본땅으로 넘어왔다면 왜 설화는 바닷쪽과 관련이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원시시대부터 메이지정부전까지 일본에 유입된 사상과 풍습 문화등을 대체적으로 일관적인 관점으로 기술하고 있어서 내게 전반적 일본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59년 초판 발행당시 조금 언급이 되었었다는 메이지시대의 이야기를 81년 개정판을 내면서 빼버렸다는게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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