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싸우다가만 말까?
2006-04-03
내가 저자를 아는 건 이 시리즈가 전부다. 나는 그가 매체에 쓴다는 다른 글들을 읽어본 적이 거의 없고 그러니까 그의 전작들을 두 권 읽은게 그에 대해 아는 전부^^;; (그의 글 이전에도 그가 성공회대 교수라는 것이 내게 주는 나름의 아우라가 있다는 걸 고백해야겠다)
한국을 오래 떠나있다는 이유로 늘 뭔가 미진하고 그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제대로(?) 알고 싶다는 나름 욕망에 시달리는 내게 그 두 권의 책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한나라당대표와 그의 부친에 대한 생각은 과장해서 120퍼센트 나와 의견을 같이해 그의 글이 통쾌하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이 나왔다는 걸 알고는 지금 상황이 대한민국사를 읽을 겨를이 없음에도(이것도 물론 과장이다. 읽고 싶은 책을 읽지 못할 만큼 내가 뭔가에 매어있는 건 아니니까) 구입을 했고 또 읽기 시작했다. 그가 변한건지 아님 내가 변한 건지 모르겠지만 평소 잘 읽히던 책이 이번엔 참 어렵게 읽혔다는 거에서, 도대체 여러 생각이 머리를 마구 치고 돌아다녀서 너무 괴로왔다는데서 나름 문제의식은 출발한다.
그의 많은 글에 공감함에도 그의 이번 책을 읽다 내내 나를 괴롭혔던 건 그 역시 다른 쪽(이게 수구이던 뉴라이트이건)에 대해 타협의 여지가 전혀 없더라는 거다 그저 자기 얘기하기 바쁘다. 특히 그와 동시대의 뉴라이트진영의 몇 몇들을 나이값 못한다는 식으로 무진장 비판하는데 과연 같은 나이의 그는, 아니 그가 생각하고 그가 이해하는 역사는 다 옳은 걸까.
한국적 상황이 그렇긴 하지만 뭔가 다른 걸 기대하는 나같이 보통사람은 그 주장속에서 예전 당쟁을 일삼던 조선시대 사대부들과 해방후의 좌익진영과 지금 서로 물고 뜯기 바쁜 현재까지
대한민국현대사의 그 처절하고 안타까운 장면들이 줄줄히 떠올라 힘들었던 거다.
물론 나는 그 수구도 뭣도 아닌 스스로를 자유주의자라고 생각하는 그저 그런 사람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받은 교육과 읽는 책과 성향을 보자면 저자와 같은 과에 가깝다. (물론 나는 절대 학습(!)받은 자가 아니지만 말이다.)
역사청산이나 바른(?)역사 알기 등 모두 관심이 무진장 많음에도 불구하고 하나 내가 확실히 아는 게 있다면 각자 주장하는 바 각자 겪은 시대상황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거다.
그러니까 역사의 진실(그 진실 자체를 믿지 않아서 이런 리뷰를 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앞에 선 인간들의 주장은 제 각각 일 수 밖에 없다는 거고 늘 역사가 해석의 문제이듯이 그 해석이 당대 민중들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가는냐에 촛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나 조선일보를 무진장 신뢰하는 사람이나 가끔 어딘가 나타나 생난리를 치는 베트남 전쟁 참전용사들이나 모두 다른 외계인들이 아닌 우리 나라 사람들이라는 거다.
그들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다. 아니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오만이다. 어떤 형태로건 그들도 우리 현대사를 장식하는 그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접점을 찾을 수는 있겠지만 그들의 경험과 인식까지 그 누군가가 대신해 줄 수는 없다.
그리고 국가보안법을 철폐한다던지 하는 설문에서 그들은 국민의 다수를 차지한다. 저자도 울분하고 나도 울분하지만 정말 정치적 소신이 하나도 없고 역사의식조차 없어보이는 야당의 대표가 무진장 어필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결론은 '저런 나쁜 놈'들이 아니라 혹은 '저런 놈들을 다 쓰러버려야하는' 게 아니라 저들과 타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건 저쪽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서로 말이 안되는 족속들이라고
내내 욕만해대서야 어떻게 머리 맞대고 이 나라의 미래에 대해 논할 수 있단 말인가.
누구하나라도 제대로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수구가 가고 진정한 보수가 온다면 대화를 하겠다는 태도는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이 시간을 다시 그 대단한 역사라는 것이 판단하게 될 때 조선시대 당쟁이랑 마찬가지로 그저 편가르기 싸움이나 했다고 후손들이 한심해할지 누가 알겠는가 말이다.
이건 위에 언급했듯이 내가 변해서, 혹 요즘 내 우울함과도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14년이나 나와 사는 나는, 그것도 늘 같은 사람들이 아니라 사는 곳이 그 사이 다섯 번째인 나는, 외출했다하면 몇 번이나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말해야 하는 나는, '나는 한국사람입니다'를 외치고, 행동을 하면서 그게 내 딴에는 민간외교관이란 자부심으로 행복했었다. 그런데 이젠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부끄럽고 내가 한국에 대해 뭘 아는지 과연 내가 한국을 편들고 주장하던 내 역사의식이란 것이(그게 과연 있었다면 말이다) 옳은 가에 확신이 없어 무진장 우울하다.
그렇다 나는 내가 만났던 오대양 육대주의 그 수 많은 사람들과 눈을 빛내며 하던 한국인으로서의 토론에 대해 더이상 자신이 없다. 그럼 상황도 상황이니 국적이라도 바꾸면 어떻겠냐고 물을지도 모르겠지만 국적을 바꾼다고 해서 내가 한국인이 아닌건 아니다.
그저 재외한국인으로서의 안타까움 거기다 그게 마흔이 되어서도 판단미숙한 나란 개인적 인간의 한계이기만을 바란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며 간절히 들었고 그래서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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