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신 알기의 여러움
2006-07-18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서 무엇이 중요한 가 내게 묻는다면 무엇보다 건강이다. 이건 몸을 마음대로 놀릴 수 있는 사지의 건강함, 세상을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눈과 귀의 건강함이 먼저 포함되긴 하지만 정신건강도 빼놓을 수 없다.
육체적 장애는 식별이 가능한 반면 정신적 장애는 심각한 자폐증같은 게 아니면 타인뿐 아니라
본인도 감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특히 한국사회처럼 정신적인 병에 대해 배타적인 사회에서는 그 장애를 인정하고 내어보이기란 훨씬 큰 어려움이 따른다.
남보다 예민하다는 생각만 했지 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되는데 참 오래 걸렸다. 그저 남들도 잠을 잘 못자는데 혹은 남들도 나만큼은 죽음을 두려워하는데 정도로 자기합리화를 하고 싶었다고 할까.
병을 인정하는 것보다 어려웠던 건 완치가 되지 않을거라걸 받아들이는 거였다. 지금은 그저 크게 아프지 않기만을 스스로 조심하고 마음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걸 너머 왜 남들과 다를까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는데 이런 종류의 책들을 찾아 읽는 것도 나름 노력이라면 노력이겠다.
어쨌든 나는 내 병이 불치의 병이라는 걸 인정하고 난 후 역설적으로 좀 편해졌다. 물론 평생을 자신과 싸워야하는 마누라를 지켜봐야하는 남편의 몫은 무시하자면 말이다.
이 책은 미국에서 정신과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미주한국인 신문에 실었던 칼럼을 모아놓은 책이다. 칼럼이 연결되는 것도 있긴 하지만 하도 짧아서 말하다 끝나버리는 것 같은 느낌를 남기는게 큰 단점이라면 단점이긴 해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나오는 개념들과 저자가 만났던 환자들과의 이야기들은 이해하기 쉽게 서술되어있다.
나처럼 책에서 뭔가 길을 찾아보려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인간의 심리나 사회현상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씩 훍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모든 인간이 추구하는 것이 있다면 행복일 거다. 사랑을 하거나 재산을 모으거나 명예를 추구하거나 심지어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도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이다. 어제 보았던 모래시계에서 윤회장이 그 나이가 되도록 어떻게 하는게 행복해지는 건지 잘 모르겠단 말이 나오던데 누구나 노력함에도 또 쉽지 않을게 인간의 행복일거다.
같은 상황아래서도 각자 느끼는 것이 모두 다르니만큼 어떤 것이 객관적으로 행복인가는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 바꾸어 말하면 행복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인간일 수록 자신을 알아가는게 더 절실한 지도 모르겠다.
이곳 인터넷세상에서도 그렇고 지인들중에서도 그렇고 가끔 안그래도 될 것 같은데 유난히 불행해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더 나아가 나보다 훨씬 행복해야할 사람들이 더 불만족해하고 스트레스 만땅으로 살고 있는 걸 보면 안타깝다 (그래 또 오바다..^^;;) 내가 보기엔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건 본인이 느끼기 전에는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니 더 안타깝기도 하고 말이다
나 자신을 제대로 알고 인정한다는 것. 하긴 그게 쉬운 일이라면 세상이 지금보다 열배는 더 평화롭겠지. 벌써 마흔인데 언제쯤 나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고 나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될까.
그리고 그렇게 노력하다보면 언젠가 이 삶도, 죽음이라는 것도 초연하게 받아들일 그런 날이 올까.
읽을때는 가볍게 읽었는데 책장을 덮고 나니 이 생각 저 생각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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