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 묻은 책장

마르트 르베르-정신분석 혁명

史野 2007. 5. 3. 20:35

당신 정말 대단한 인간이었군요 

 

2006-06-07 16:19

 

작년에 슈니츨러의 꿈의 노벨레를 읽고는 웹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프로이트가 슈니츨러의 육십세생일즈음에 보낸 편지를 읽게 되었다.

 

그를 도펠갱어로 생각한다는 그리고 자기가 그렇게 힘들게 발견했던 사실들을 슈니츨러는 타고난 듯하다는 그런 내용과 그래서 일부러 더 슈니츨러에게 접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내겐 좀 특이한 내용이었고 그래서 육십대중반에 그런 솔직한 편지를 쓸 수 있는(물론 그는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말라고 하긴 하지만) 프로이트라는 인간이 궁금해졌다.

 

프로이트는 굳이 정신분석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도저히 비껴갈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언급이 되는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전혀 모르는데도 그를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사람이 바로 프로이트다난 그의 책을 단 한권도 읽어본적은 없지만 그가 개발한 정신분석치료, 자유연상기법에 의한 상담치료를 받은 적은 있으니 재밌다 결국 나도 그에게 어느 정도의 빚은 진거 아닌가.

 

실제로 만물의 영장이고 자신의 의지로 삶을 살아가는 듯한 멋진 인간인 우리들이지만 꿈이라던지 감정이라던지 근거없는 혐오나 공포라던지 우리가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많은 문제들을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내가 나라고 믿는 나와 남들이 나라고 생각하는 나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고 말이다.

 

산다는 건 어찌보면 그 나를 이해해가는 과정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 두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하는데 (한번은 이미 늦었다고 포기하라는 말까지 들었단다) 그게 내가 가진 극심한 죽음의 공포와 관련이 있는 건지, 혹은 너무나

사이가 좋았던 부모 아래서 최초의 소외를 경험했던 건 아닌지. 사실 이런 저런 나름의 분석(?)을 해보는 건 흥미롭기도 두렵기도 한 일이다.

 

작년에 이 책을 반 정도 읽다가 어찌 한국을 가게 되었고 그 후 이상하게 흥미를 읽어버려 그만 던져놓고 말았는데 몇 주전 슈피겔지에 프로이트기사가 실린데다가 올해는 그의 탄생 백오십주년이라고도 하길래 다시 읽었다. 물론 너무 오래된 관계로 처음부터 시작해야했지만 말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 책은 프로이트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입문서로 최고다. 얇은 책은 결코 아니지만 번역도 좋고 장이 나눠져 짧게 한 주제에 대해 언급이 되므로 이해하기도 쉽다.

 

오랜 가난과 반유대주의 그리고 신기한 학문과 성이론에 따른 배척 또 말년의 병등 보통사람이라면 견디기 힘들었을 상황속에서도 끝임없이 학문에 대한 열정과 자기성찰로 일관하는 그의 삶은 참 감동적이다.

 

그를 따르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그를 떠나 조금씩 다른 이론으로 그를 대적하기시작할때 그가 취하는 태도나 편지등을 읽다보면 끊임없이 자신을 통찰하며 정신분석을 통해 세상에 보탬이 되려는 이 학자의 노력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물론 고등학교때 작문실력을 인정받았다고 친구에게 위대한 작가의 편지를 읽는 거라는 둥, 약혼녀에게 당신이 아름다운 여자는 아니라는 둥의 표현을 읽는 건 또 다른 재미다.

 

그가 뼈를 묻고 싶어하던 빈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했고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래도 연표로 확인된 금혼식을 치룬거나 그의 딸이 그의 사상을 물려받고 16년간이나 그의 옆에서 그를 보살폈다는 사실만 보면 그는 나름 괜찮은 인생을 살았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정신분석이란 학문이 세상에 태어난지도 백년이 넘었는데 문외한인 나로선 그 사이 어떤 발전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직 우리 나라에서는 정신병이라는 편견이 여전히 큰 듯하여 안타깝다.

 

어떤 이유에서건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억압에서 자유로와질 수 있는 날들을 위해, 그리고 한 달하고 하루가 지났지만 그의 백오십주년 탄생일을 위해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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