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 묻은 책장

김학철-우렁이 속 같은 세상

史野 2007. 5. 3. 20:29

역사는 과연 신화에 불과한가 

 

2006-05-25 13:27

 

먼저 이 책에 대해 말하자면 이 책은 역사책이 아니다.김학철선생님의 산문집이다. 왜 이 책을 구입하자 마자 읽지 않았던가 후회할 정도로 책은 유머스럽고 깊이있고 저자의 인생이 녹아있는 아주 솔직한 문장들로 채워져있다.

 

그러나 내게 이 책이 중요한건 '독립운동사의 과대망상증'이라는 단락이다실제 조선의용군출신인 그가 내어놓은 이야기에 난 경악을 금치못했다.내가 당연하게 배우고 자랐던 독립운동사에 대해 그는 거짓말이라고 한다. 다 부풀려진 이야기라는 것이다. 봉오동전투나 청산리대첩등의 전과가

수백배 과장되었다는 거다.

 

그의 육성을 들어보자.

 

' ..일본군과 맞서싸우긴 싸웠지만 열번에 아홉번쯤은 지는 싸움을 했으니 말입니다' 그 어쩌다 한번쯤 이긴다는 것도 적군을 한둘 또는 서넛 살상을 하면 아주 괜찮은 것들로 여겼습니다...'(p.175)

 

'조선의용군항일전사'라는 책에 조선의용권의 함화공작에 감동해 일본군이 총을 버리고 이백명이 투항했다는 것도 포로 두 명잡았던 거에 불과하다며 그 이야기를 읽고 '너무 놀라 당장에 까무러쳐 뻗어버리지 아니하고 그래도 간신히나마 목숨을 부지해가지고 이렇게 글까지 쓰고 있다는게 이게 천우신조가 아니고 또 무엇일 건가'(p.173)라는 특유의 유머스런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다.

 

새 친일파라고 온갖 욕을 다 듣는 김완섭의 주장이 표현에 문제가 좀 있더라도 사실 맞는 거 아닌가. 왜곡도 이만하면 금메달감이고 개념이나 이성의 일탈로 말하자면 소풍도 모자라 우주여행이라고 불러도 되겠다. 이러면서 도대체 일본의 역사왜곡을 욕할 자격은 있는 건가?

 

물론 그는 조선의용군편집부의 과장이라고 어느정도 면죄부를 주기는 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살아있는 증인이 아니라고 하면 그만 사실이 아니었다고 공론화를 하고 책도 고쳐야하는 게 아닐까.

 

집에 있는 책을 확인해보니 전부 과장된 진술로 얼룩져있고 심지어 이이화의 한국사이야기에는 저자가 그 자리에 있었던 듯 한편의 감동적인 드라마가 기술되어 있다.

 

 역사라는 건 단지 한가지 일만가지고 무조건 믿어버리는게 아니라 당시 상황과 연관해 파악하고 되도록 사실을 기록하려고 노력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신화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나는 베트남사람들을 만나도 얼굴을 못들겠고 이젠 필리핀에서 개판치는 한국인들때문에 필리핀친구를 만나도 미안하고 나를 지탱하던 민족적 자존심이라는 걸 어디서 찾아야하는 건지 혼란스럽다.

 

자아가 형성되고 내내 들었던 게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인데 나도 누구처럼 시일야방성대곡이라도 해야하는 건지 가슴이 답답하다

 

내가 역사책에 쓰여진 모든 것들을 다 믿을만큼 순진한 애는 물론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없이 왜곡된 역사적 사실로 인해 알게 모르게 내게 형성된 가치관이나 분노등에서조차 자유로울 수는 없다.

 

맘같아선 내가 만났던 오대양육대주애들을 다 찾아다니며 아니라고 내가 했던 말은 다 거짓이었다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을 지경이다.

 

도대체 내가 아는 것은 어디까지 진실인가. 내가 싸워야할 적은 나인가 타인인가.

 

'식민지 감옥과 종주국 본토의 감옥은 법적 질서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한다. 미군이 오끼나와에 상륙작전을 감행해서 일대 격전이 벌어졌다는 위급존망지추임에도 불구하고 본토의 형무소들에서는 단 한명의 정치범도 처형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를 입증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6.25
, 남쪽은 남쪽대로 또 북쪽은 북쪽대로 군대들이 철수할때, 각각 감옥안의 정치범들을 씨알머리 하나 남기지 않고 싹 다 학살을 해버렸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가, 또는 무슨 주의를 표방하는 나라가 이렇게 잔인무도하게 동족의 양심수들을 학살해치워도 되는 건가'(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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