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 묻은 책장

임지현-적대적 공범자들

史野 2007. 5. 3. 20:49

진정한 학자

 

2005-05-29 22:15

 

한국을 오랫동안 떠나있는 나는 90년대에 한국사회에 형성된 담론등에 무지하다.

소위 인기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책을 읽기 시작한 것도 동양에와 한국책 구하기가 쉬어진 후이다.

 

어떤 식으로 얘기가 진행되어지는 지 잘 모른는 상태에서 피상적 뉴스만을 접한다는 건 퍽 고통스러운 일이다.

임지현은 얘기는 들어보았지만 읽어볼 생각까지는 못하다가 그가 주장한다는 고구려사며 민족주의에 대해 궁금해 결국 이 책을 구입해 읽었다

 

미국대통령선거전에 모습을 드러낸 빈라덴에대해 나역시 적대적 공범관계(꼭 이 용어라 딱 집어서는 아니지만)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다가 고구려문제로 나라가 들썩거릴때도 같은 생각을 했었다.

 

도대체 고구려인이 우리랑 같은 말 하는거 들어는 봤냐고, 어떻게 그렇게들 너무나 당연한 문제로 생각하고 흥분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그리 흩어진지 오래지 않은 영어만 해도 뉴지랜드사람과 미국의 텍사스출신의 영어가 얼마나 다른가

민족을 논할때 빠지지 않고 얘기되어지는게 언어인만큼 이 관계 역시 연구되어져할 부분이 아닌가한다.

 

임지현은 그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것들에 대해 너무도 명쾌하고 설득력있게 자신의 반론을 제시한다.

우리가 믿는 역사의 정통성이라는가 한민족이 연속성이라던가 그런 것들이 얼마나 허구적인것인지 우리는 안다.

 

심지어 태어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순수한 단일민족이라는 얘기만해도 얼마나 코메디인가.

그의 표현을 빌자면 그런식의 담론은 소수를 억압하는 기제로 사용될 뿐이다.

 

책내용중에 그가 아는 동구권학자가 그 오래된 문제인 고구려사논쟁이 너무한거 아니냐고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내 외국인 지인들 역시 무인도를 가지고 그 난리냐고 독도문제에 대해 냉소했다.

그들이 뭘 몰라서라고 흥분할게 아니라 타자의 시선으로 보면 별게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안그래도 세상엔 사람 목숨이 추풍에 낙엽 떨어지듯 하는 분쟁지역이 널려있지 않는가.

그의 식대로 다르게 생각하기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믿는다.

 

자기비판에 너그럽고 자신을 객관화해보는 노력을 하지 않는 사회는 자기 아집과 편견에서 헤어나오기 힘든 법이니까.

 

다양한 생각,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 보고 회의하는 것이 진정한 학문의 자세 아니겠는가.

 

이런식의 객관화하려 노력하는 글이 자칫 잘못 이용될 수도 있음을 스스로 알고 있는 학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것이 학자적 양심이라고 믿는다.

 

책장을 덮기도 전에 올해 대학에 들어간 조카에게 당장 책을 주문해 주었다.

 

자신의 논리가 확고한 상태로 서술된 글이라 읽기도 어렵지 않은데다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글을 써대는 학자가 있다는게 안심이 되어 행복한 글 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