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 묻은 책장

조대엽-아들과 함께 걸은 실크로드 6000Km

史野 2007. 5. 3. 18:27

멋쟁이, 그러나 조금 불편한 그의 시선 

 

2006-07-02 12:11

 

실크로드를 여행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이 책 저 책을 검색해보다가 아들과 함께 걸은 실크로드라니 구미가 당겨 구입을 했다. 거기다 배낭여행이니 정보얻기도 쉬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말이다.

 

치과의사인 저자는 일년에 한 번 정도 병원문을 닫고 장기간 여행을 한다고 하는데 그 대단한 실크로드를 겨우 중학생인 아들과 삼십육박을 여행하다니 그 아들 정말 행복하겠다.(실제로는 북경에서 시안까지 사인가족이 시안에서 파키스탄 라호르까지 둘만 여행한다)

 

저자가 서문에서도 밝히지만 보통 다른 의사들은 환자가 많다는 이유로 수입에 대한 생각으로 결국 못하다고 만다던데 내가 생각해도 아무리 개인병원이라지만 그렇게 오래 문을 닫고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삶의 태도는 멋지다. (물론 병원문을 닫는 기간 간호사들 월급도 지불하겠지? 그렇담 그 간호사들도 어부지리도 부러운 인생이다..^^)

 

중국어를 미리 좀 배워서 여행을 시작한 것도 그렇고 필담까지 이용하는 아들의 적극적인 태도등 특히 자식키우는 사람들이라면 여행때문이 아니라도 한 번 읽어봄직하단 생각도 든다.

 

문제는 여행을 하면서 풀어놓는 저자의 시선인데 근본적으로 중국에 대한 깔봄 소수민족이나 파키스탄인에 대한 편견등이 머리에 박혀있는 인상이었다.

 

어느 버스안에선가 한 유럽애가 유색인종에대한 멸시가 있었다는 식으로 기술을 했던데 내 입장에선 책을 내내흐르는 저자의 시선이 그랬다.

 

물론 여러가지 열악하고 역시 또 야껴가며 여행해야하니 그런 인상들을 받을 수 있고 이게 물론 개인여행기니까 본인의 생각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거가 당연한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어느 곳인가를 여행하면서 보는 것은 단면일뿐인데 그 한가지를 침소봉대해서 일반화시켜버리는 실수를 저자뿐 아니라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다.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면서 지인들이 방문을 올때마다 내가 강조하는게 있다. 니가 보는게 다가 아니고 그리고 눈으로 봤다고 하더라도 그게 꼭 사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내가 상해에서 엄청난 양의 적포도주와 초를 샀을때 다른 사람이 보면 아 상해사람들도 포도주를 엄청 마시고 초를 좋아하는구나 해버릴 수가 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지 않은가.

 

혹자는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내가 가서 봤더니 이렇더라는 얘기를 하면 안가본 사람들이야 당연히 그 걸 가감없이 받아들이고  그런 식의 잘못된 정보가 또 다른 사람의 시선을 방해하는 악순환이 된다.

 

저자는 가는 곳마다 중국인이 너무 시끄럽다고 불평을 하는데 내가 다니면서 경험을 한걸로는 한국인들이 더 시끄럽다. 물론 이건 내가 개인적으로 중국어가 참 아름다운 언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겠지만 강약이 없는 한국어가 더 시끄럽게 들릴 수도 있다는거다.

 

그리고 일본인들이 늘 그렇듯이 영어를 못하는데 라는 것도(이건 저자뿐 아니라 거의 모든 한국인들의 신앙인듯 하다만) 내가 보기엔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 발음문제가 가지고 일본인들을 무지 놀리는데 우리 귀에는 괜찮은 것처럼 들리는 우리나라사람들 발음도 서양인들이 못알아듣기는 마찬가지다제대로 발음한 것 같은데 상대가 못 알아듣는 안타까운 경험을 해보신 분들 많을거다.

 

내 남편같은 경우는 한술 더떠서 일본사람들이 한국인들보다 영어를 더 잘한다고 생각까지 한다.

 

한국어발음이 서양인들에게는 너무 어렵고 일본어 발음은 쉬운 편인데 그게 그럼 거꾸로도 마찬가지 아니겠냐는 의견을 내놓은 적이 있는데 설득력이 없지 않았다. 실제로 여기서 독일어학원을 다녀본 결과 독일어발음 좋은 일본인들을 무진장 많아 놀라기도 했다.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싸다는 이유로 술집에서 마구 시키고 팁도 호기롭게 주는 행위같은 것도 문제이긴 마찬가지다. 팁 몇 번 받아 한달생활이 가능하다면 누가 힘들게 일을 하고 싶어하겠는가. 상해같은 경우 밀려드는 한국인들로 인한 중국인 현지처들의 문제도 답답한 것중 하나다.  

 

얘기가 좀 멀리나갔는데 우리가 여행을 다니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시야를 넓히는 데 있다. 그 시야는 물론 우열가리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는데서 넓혀진다는 건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일거다.

 

내 눈에 거슬리는 게 많아서 리뷰가 이렇긴 하지만 이 여행기 나름 재밌다. 그리고 저자같이 여행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고 말이다.

 

무엇보다 저자가 넘었다는 중국과 파키스탄을 연결한다는 캐라코람하이웨이를 나도 언젠가 꼭 넘어보리란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