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 묻은 책장

진회숙-클래식 오딧세이

史野 2007. 5. 3. 17:40

빗맞은 코드 

 

2005-06-07 14:34

 

 

음악에 관한 글을 읽기로 하고 주문한 책이긴 하지만 역시 이 책은 내용이 어렵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랑 코드가 맞지 않아 읽는데 오래 걸렸다.

물론 깔끔한 글쓰기였던 박종호의 책을 먼저 읽었던 이유도 있고 내가 개인적 이야기가 많이 들어간 수필이라는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글쓴이는 본인의 개인적 이야기와 서양으로의 여행 영화 그림등의 이야기를 통해 음악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데  주관을 객관하려는 너무 단정적인 표현들을 써서 거슬리는 구석이 몇 있었다.

읽는데 오래걸렸던지라 표시해놓은 것도 아니고 뒷부분에서 하나만 얘기하자면 말러의 음악을 이야기하는 곳

'..하지만 Der Trunkene 라는 삭막한 단어로는 동양의 술취한 자의 의미로 제대로 담아낼 수 없다'(p.278) 

전자는 결코 삭막한 단어가 아니다. 꼭 술에 취했을때만이 아니라 우리말도 그렇듯 봄에 취하거나 어떤 행복한 감정의 폭을 나타내도 쓰는 아주 낭만적인 말이다.

내겐 차라리 우리말보다 독일어가 더 그 의미를 잘 담아내고 있는 듯 보인다.

 

거기다 음악을 포함한 서구 현대예술의 전개과정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의사전달기능의 퇴화 라고 할 수 있다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

예를들어 지금보면 너무나 멀쩡한(!) 세잔의 그림들도 그 시대에는 인정받지 못했다.

예술은 예술가들의 끊임없는 실험정신과 노력으로 이 만큼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게 내 생각이다.

현대음악이 대다수의 문외한들을 소외시키는 음악이라는 표현도 나오는데 어차피 우리가 듣는 고전음악들도 당시 대다수의 문외한들을 소외시켰던 귀족들의 향연이지 않았는가

한 폭의 그림 보듯 클래식을 그려놓은 음악에세이라는 말이 책표지에 써있는데 하도 다양하게 이것 저것을 섞어놓아 무슨 그림을 그리려고 했는지 내겐 명확하지 않았다고할까.

물론 개인의 음악적 경험을 쓴 책이니 그 취향에 맞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고 그런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음악에세이를 그려놓기 위해 진짜 그림들과 삽화, 사진들을 꽤 많이 넣어놓아 읽기보다 보는 재미가 있었다.

대부분 유명한 곡들이라 읽는데 부담도 없고 이 책덕분에 슈니트게라는 작곡가를 알게된 것도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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