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정말 사랑했을까.
2005-10-04
어느 날 전화가 걸려온다. 내 남자가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으로 병원에 누워있다고. 뜨거운 여름 날 .부담스러워 저주스럽던 그 태양이 사라졌어도 반갑지 않은 아니 방금 전의 그 태양이 그리울만큼 모든 빛이 사라지고 어둠만 남는 순간. 거기서 멈추기만 해도 좋을텐데 그는 그의 애인과 나란히 중환자실에 누워있다.
그럴때 나는 어떤 생각을 하게될까.
출장을 떠난 배우자가 의식불명이 되어 누워있어 아무말도 해줄 수 없는 상황에서 분노에 몸을 떨던 버려진 두 배우자가 사랑을 한다는 소설이다. 현실에서는 그 남자가 뚱뚱하고 막무가내라 매력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그러니 저 여자가 내 남자를 좋아했지하는 마음을 갖게할지도 모른다.아님 배신감에 몸을 떨던 여자가 상대여자의 산소호흡기라도 떼어버리려 달려들지도 모른다.
그런데 소설에서는 무인도에 버려진 두 남녀가 사랑을 하게되듯, 내 상처를 공감하는 누군가에게 어느 날 어깨를 기대며 이해받고 싶어지듯, 그렇게 가까와진다.
내가 처음 접해보는 김형경은 간결하고도 명확하게 이런 소설같은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진짜 소설로 만들어버렸다.
내 남자가 바람을 피건 내가 바람을 피건 그런 사실들은 언제고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 나는, 그리고 격정적인 감정도 늘 세월과 현실에 부딪히며 변한다고 믿는 내겐, 이해못하는 건 아니라도 조금은 막연한 이야기다.
과연 그렇게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배우자가 바람을 피운다는 걸 전혀 감지하지못 할 수가 있을까 그건 자신이 그냥 믿어버리고 단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은 자신만의 단절된 세계가 아니었을까. 그들의 문제는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상대를 또 관계에대해 성찰해보지 못한데 있었던건 아닐까. 그래서 무너져내리고 새롭게 처한 상황을 감당하지 못해 새로운 사랑이라고 믿어버린건 아닐까.
소설속에서 묘사되는 그들이 서로사랑하게 되는 과정도 내게는 그리 설득력이 없다. 나를 배신해놓고도 절대 침묵하는 상대의 침대주위에서 내게 열패감까지 느끼게하는 라이벌의 그에게(혹은 그녀에게) 그리 쉽게 끌릴 수 있다는게 내겐 믿어지지 않으니까.
물론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면 그런 상황에서라도 그런 상대를 만난게 부러울뿐이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길. 그리고 네 사람이 아닌 두 사람으로 다시는 상대의 그림자에 가려 허상을 진실이라고 믿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랄수 밖에.
어느 순간에 당신의 삶이 아주 달라질 수 있다고. 그리고 그 삶은 또 다른 변수를 가져올 수 있다고 아주 담담하게 말하는 이 소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이다.
지독하도록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감정의 변주에 속수무책으로 몸을 맡겨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절히 공감하게되는 묘사들로 가득차있다.
아 맞아 그때 내 감정이 아마 그런거였겠지. 그래서 나는 그렇게밖에 행동할 수 없었던거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데에 망설임없이 별 네개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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