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출입국 관리소에 불이나 외국인들이 개죽음을 당했단다.
외국인노동자문제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건만 특히 이런 일이 생기면 가슴에 찬바람이 인다.
어떤 관련기사들이 올라오나 지켜보고 있었더니 정부쪽의 무성의한 태도나 본인들이 저지른 방화라고, 불법체류자라고 목숨귀한 줄 모르고 줄줄히 달리는 댓글들을 보다보면 분노를 참지 못하겠다.
나도 아일랜드에 살때 어찌 불법체류자의 신분이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재입국을 시도할때 일주일안에 비자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 나라를 떠나야한다는 도장을 받았을 뿐 감금을 당하지도 욕설을 듣지도 입국거부를 당하지도 않았다.
도대체 내 나라사람들은 뭐가 그렇게 쌓인게 많아서 이렇게 각박하고 잔인한걸까.
백인들이면 벨보이도 대학교수가 되고 개나 소나 폼잡고 돌아다녀도 되는데 우리보다 못사는 유색인종은 왜 사람취급도 못 받는 걸까.
결국은 열등감인데 지금은 대한민국이 먹고 살만하지만 워낙 못살았기에 그 한이 유전자가 되어 흐르는 걸까. 그래서 이젠 우리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에게 그 한을 푸는 걸까.
이렇게 떠돌며 살아도, 여행이랍시고 수많은 나라들의 공항을 들락거려도 나는 인종차별을 받아본 적이 없다. 내가 특별히 비싼 옷을 입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예쁘게 생긴 것도 아니건만 어디를 가나 사람취급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출입국이 까다롭다는 미국이야 가보지 않아 뭐라 할 수 없지만 역시 까다롭기 유명하다는 히드로공항에서도 내가 문제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무사통과했더랬다.
내가 차별을 받았던 건 다름아닌 내 나라에서다. 국제결혼을 하겠다고 동분서주할 때나 한국에 갔다가 여권을 잃어버렸을 때 내가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하나를 믿을 수 없을만큼 그지같은 취급을 당했다.
나는 여권이 있어야 남편에게 그리고 내 집에 갈 수 있는데 외국에서 여권을 잃어버린 것도 아니고 내 나라에서 그 여권 만들기가 어찌나 힘들던지 한국 재외국민법이 어찌나 그지 같던지 너무 서러워서 신랑에게 전화해 울었더랬다. 네가 범죄자가 아닌데 설마 여권이 안 나오겠냐고 시간의 문제일뿐이니 참고 기다리라고 위로하던 신랑.
상황설명을 했더니 심지어 중국쪽에서도 편의를 봐줄테니 아무 비자나 받아 들어오라던데 당신같은 사람관리하는 법은 없으니까 말이 되건 안되건 따지지말고 자기들 시키는대로 하라던 불친절한 외무부직원들.
황당한 영구귀국 사유서를 제출하고 이혼당한 여자 취급을 받으며 외무부로 구청으로 동사무소로 뛰어다녀 어렵게 받아든 여권. 내가 이 여권이 그렇게 소중해서 그 수모를 참아냈던가 싶은게 결혼하고 처음으로 국적포기까지 생각했더랬다.
자기들이 그래야한다고 우겨서 말소된 주민등록을 살렸더니만 이젠 또 연금내라고 건강보험료내라고 한단다.
(그러고보니 지인말에 외국인노동자들에게도 국민연금을 받는 다는데 그건 도대체 무슨 연유인지 모르겠다.)
범죄자도 아니고 자국민인 나도 좀 다르다는 이유로 그런 대접을 받았는데 못사는 나라사람들이 내 나라에서 당하는 설움이 얼마나 클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부끄럽다.
사실 잘나가는 서양주재원들 사이에서도 한국에서 살아남으면 세상 어디가서도 살아남는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 아닌 국가사람들은 오죽 하겠는가.
나는 세계 어느 공관이나 출입국관리소는 무섭지 않지만 한국은 겁난다. 그렇게 공항을 드나들어도 미소 짓는 사람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잘나야지만 좋은 대학을 나와야지만 돈이 있어야지만 이뻐야지만 대접받고 사는 사회. 그러니 장애인이 설 곳이 없고 똑같은 차 똑같은 옷 똑같은 취미를 가지려고 발버둥치는 사회.
우리끼리는 모든 게 용서가 되고 괜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사회. 해외에 나와서까지 구별짓고 끼리끼리 뭉쳐 다른 집단을 배척하는 우리들.
하긴 그 좁아터진 서울에서도 강남사람들이 강북사람들을 무시한다는데 더 못사는 사람들을 무시말라고 외치는 게 순진한건가.
이런 일이 한번씩 생길 때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모습이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제발 다음 생에선 부자나라에 태어나기를
목숨걸고 남의 나라에 가서 설움받으며 개죽음을 당하는 일은 없기를
빌고 또 빈다.
2007.02.13. Tokyo에서..사야
사진은 하도 황당하길래 저장해 놓았는데 어디서 가져왔던 건지 기억이 나질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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