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다녀가고 집안청소 좀 하느라 언제 도착하는지도 연락을 못드렸더니 도대체 오긴 오는거냐고 어머님께 전화가 왔다.
나도 정신없어서 몰랐는데 막 미국에 계신 시고모님이 다녀가셨다고 해서 어머님도 힘드실텐데 괜히 가서 더 힘들게 해드리는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되었는데
역에서 시부모님과 눈물의 상봉을 하며 자식은(나도 자식이라면..ㅎㅎ) 아무리 봐도 힘들지 않은 법인가
자꾸 바라보고 행복해하시는 부모님들을 보니 정말 그 먼거리가 어찌나 야속하던지..
늘 그렇지만 막상 도착하면 어제도 그제도 거기에 살았던거 같이 자연스러운 곳..
하긴 13년동안을 내집처럼 들락거리니 오죽하겠는가.
이번엔 정말 어느 날은 세수도 안하고 하루종일 정원에 앉아 책만 읽었다.
철없이 아 집안일 안하는거 넘 좋다 이랬다가 심지어 아침커피를 침대에서 마시고 모든 걸 배달받아 먹다가 왔다..ㅎㅎ
저녁엔 셋이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술잔 놓고 하다가 깜깜해지면 별바라보기도 하고 하루는 날씨가 넘 좋아서 바베큐를 도전..
늘 남편하는거 바라만 보다가 내가 불을 피울려니 얼마나 힘이 들던지 식사를 하게되었을때의 그 감동이란..ㅎㅎ
불이 곧 꺼질까봐 걱정했는데 마무리 감자까지 잘 구어지고 울어머님께 불피우기 학위도 받았다..하하하
이것만 사진 왕창 찍었는데 내가 놀고 먹은게 아니라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하다가 왔는지 알릴 대외용이라그랬더니 울어머님 한 열장은 찍으셨나보다..흐흐
작년 세례식에 갔던 울 신랑 대자가 토요일에 나타나서 함께 몇 시간을 보내고 이 날 술 왕창마시고 사진기를 켜놓고 자서 그 다음부턴 사진 못찍었다..ㅜㅜ
난 특히 시부모님친구분들사이에서 인기짱인데 나만가면 너도 나도 만나고 싶어하셔서 가끔은 고통스럽다..ㅎㅎ
이번엔 아무도 안뵐려고 했는데 결국 또 세분이나 뵙고 왔다..^^ 한분은 꼭 만나야할 친구어머님이시기도 한데 걔네집은 넘 멀고해서 대신 어머님만나 저녁시간을 보내고 선물도 대신 드리고 친구랑은 전화로 때웠다..
남편에게 친구집에 안갔다고 했다가 한소리들었지만 난 걔 마누라보다 걔네엄마랑 말이 더 잘 통한다..흐흐
이 집은 아니었지만 시부모님과 나가서 산책하다가 한밤중에 비어가든에서 맥주도 마시고 괴테가 아래 앉았었다는 나무도 만져보고 그랬다..^^
이번에 가장 힘들었던건 우리 아버님이셨다.
항암치료때문인지 작년에 비해 갑자기 너무 늙어버리신거다.
안그러셨었는데 자꾸 불길한 발언을 하시고..
내년 봄에 꼭 동경에 오시라니까 당신이 살아계시면 오시겠다니..ㅜㅜ
그래도 십년만에 새로사신 차에 행복해하시고 여전히 침대맡에는 영어소설과 사전이 놓여있어서 그나마 다행이긴 했지만 어찌나 적응이 안되고 마음이 아프던지..
현대적인 전화기를 구입해놓으시고 시도해보시다가 안되어 포기하고 장에 넣어놓으셨다길래 내가 할테니 꺼내달라며 눈물이 날것 같은 걸 간신히 참았다.
역시 이번에도 어머님이랑은 책정보 교환하느라 바빴구..ㅎㅎ
지난번 올렸던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책을 우연히 동경에서 영어로 구입을 했다가 이번에 가면서 읽었더니 책도 마음에 들고 읽기도 워낙 쉬어서 어머님께 드렸다.
안그래도 영어수업이 자꾸 어려워져서 그만 포기할까 속상하셨다는 어머님 쑥쑥 읽힌다고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그냥 시간떼우기 좋은 소설하나 읽고 또 어머님드리고 어머님은 한국에서도 유명한 산도르마라이 책을 하나도 안 읽었다니 열정을 추천해주셔서 또 읽고..^^
정신과 의사가 쓴 성적욕망이 들끓던 도시가..ㅎㅎ 무대인 소설책하나 빌렸는데 안그래도 내가 읽으면 어떤 얘기를 할지 궁금하셨다며 크리스마스때 꼭 잊지 말고 얘기를 하자신다...ㅜㅜ
정신분석학에 대해 아는거 하나도 없는데 그냥 나가서 살걸 괜히 빌렸다..ㅎㅎ
가기전 날 날씨도 좋은데 빨래 해 말려줄테니 깨끗한 옷으로 가져가라고 가면 어차피 네가 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정말 칠순이 넘은 노인이면 친정엄마라도 그렇게 못할거 같은데 어찌 이런 복을 타고난건가 싶을정도로 어머님사랑이 눈물겹다.
갈 시간이 다가와서 시간이 넘 빨리 갔다고 섭섭해하시던 어머님 갑자기 얘 그래도 한 명은 니가 동경가는걸 슬퍼하는게 아니라 기뻐하니 위로 받는다..하하하
2004. 08.13 東京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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