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도시에도 아침은 밝아오고..
내가 어디 가겠는가? 결국 또 청소부가 두드리는 소리에 깼는데 몇 번 두드렸는지 벌써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린다..^^
미안해하는 애에게 짜증을 내고는 뭐 저런 애가 다 있나 투덜대며 옷을 입었지만 걔 잘못도 아니다 이 부지런한 나라에서 누가 호텔에서 10시가 다 되도록 자고 있겠냐..ㅜㅜ
평소같으면 그냥 아침을 걸렀겠지만 갈 길이 얼마고 또 낸 돈이 얼마냐?
ㅎㅎ
부랴 부랴 내려가서 평소보다 훨 잘 챙겨 아침을 먹었다 여행은 뭐니 뭐니해도 밥심이다..^^
몇 곳만 보고 점심때 정도 프라하로 이동하기로 최종결정하고 호텔뒤 멘델스존이 마지막 2년(1845-47)을 살던 집이 있다고해서 찾아갔다.
그가 작곡하던 작업실의 가구며 콘서트홀이며 보고 있자니 그의 음악을
들을때와는 달리 백오십년이 넘는 세월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들도 나와 같이 사랑을 하고 음악을 듣고 삶이 괴롭기도 했을거라는
새삼스러운 자각.
관람객이 나밖에 없던 관계로 와줘서 너무 고맙다는..^^ 아가씨의 말을
뒤로하고 서둘러 집을 빠져나왔다.
길을 걷다보니 어두웠던 어제와 달리 콘서트홀이며 오페라하우스며 한때 날리던 문화도시 모습답게 당당하다.
1723년부터 1950년 세상을 떠나기까지 바흐가 성가대지휘자겸 오르간주자로 있던 토마스교회.
지금의 명성과 달리 그는 당시 2급 취급을 받았다고 하고 윗사람들과 잘 못
어울려 어려움도 참 많았다고 한다.
월급도 그리 많지 않았다는데 1721년에 두 번째 결혼을 하고 그 후 애를 열 세명이나 더 낳았으니
얼마나 속이 타는 가장이었을까?
교회안에선 누군가 오르간을 연주하고 있고 관광객들이며 현장학습을 나온 아이들로 난리가 아니다.
교회는 조용한게 최고인데 유명한 교회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다.
어디를 가나 똑똑한 거지들은 교회앞 이런 데 자리잡고 있다. 꼭 아일랜드에서 계산대앞에 성모마리아그림을 붙여놓는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ㅎㅎ
사실 독일같은 경우는 사회보장이 잘되어 있어서 거지들에게 돈을 주면
마약값이라고는 하지만 나같으면 마약때문이라도 그 추운데 바닥에 앉아 있을건 같지 않기에 주는 편이다.
아무리 먹고살게 없어서는
아니라고 해도 구걸하는 모습을 보는건 추운데 더 춥게한다..ㅜㅜ
교회건너편에 악보상이 있었는데 낡고 오래된 악보들을 거리에 내놓고 싼값에
팔고 있다 이럴때 뭔가 악기를 연주할 줄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폼으로라도 하나 사볼까하고 뒤적이다가 관두었다..ㅎㅎ
바흐박물관에서 반가왔던건 말로만 듣던 첼로의 전신이라는 6현의 비올라 다 감바를 본 것이다!!
바흐시대의 악기가 여러종 전시되어있는데 현대악기와는 많이 달라서 그때 그런
악기들로 연주된 음악은 어떤 분위기였는지 과연 다른 악기로 연주하는데 같은 악보라도 그걸 같은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 건지 뭐 그런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뭐 같은 음악일 필요는 없는거지 뭐..ㅎㅎ
그 곳에서 바흐의 커피칸타타 CD를 사고 싶었는데 있다고 잘난척하던 아줌마 한참을 찾다가 결국 없단다.바쁠땐 독일에서 뭐 물어보면 안되고 맥주도 시켜마시면 안된다..-_-;;
그때 카페얘기하며 썼듯이 이 곳은 커피칸타타가 작곡된 도시이고 카페역시
번성했다는데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중 하나라는 아라비안커피나무 (1711) 라는 카페에 커피박물관이 들어있다.
역시나 스피커에선
커피칸타타 그것도 지난 번에 올렸던 딱 그 부분이 반복해서 흐르고..ㅎㅎ 삐걱거리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보니 이것 저것 볼만한 것이
많다.
갈 길은 바쁜데 햄버거라도 사서 역으로 뛸까도 생각해봤지만 그냥 구시청
건너 재즈카페에 자리잡고 앉았다
뭐하자고 하는 여행이냐 먹자 마시자..ㅎㅎ
프라하에서 누가 날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가끔씩 괜찮은 재즈콘서트도 열린다는 복층으로 된 카페 이층에 앉아
아래층 다양한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갑자기 내가 오랫동안 라이프찌히에 살고 있었던 것 같은 착각도 들고 참 편안하다.
아님
떠도는데 익숙한 내 피가 편안해하는 건지도 모르겠다..헤헤
언젠가 꼭 다시 와서 여유있게 머물고 싶은 도시다.
또 친절한 아줌마랑 오랜(?) 상담끝에 프라하표랑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뮌스터로 돌아가는 밤차까지 모두 예약을 하고는 왜그렇게 금방오느냐는 구박까지 받으며..ㅜㅜ 그 곳을 떠났다.
드레스덴에서 갈아타는 시간이 30분정도 있었기에 잽싸게 체코돈으로
환전도 하고 기차를 타니 독일경찰 체코경찰이 나란히 여권검사를 한다.
아 곧 국경을 넘어가는구나.
6명이 앉아가야할 기차칸은 텅비어있고
식당차에 가서 작은 포도주 한 병을 사다가 앉았더니 차창밖은 칡흙같은 어둠인데 다시 긴장감과 기대감이..
가끔식 스쳐가는
가정집
반짝이는 성탄장식이 정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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