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sten Leuzinger. 마이요카의 봄
정말 오랫만에 김포공항에서 내렸다.
이젠 더이상 공항에 내리고 떠나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데도 김포공항에 내리는 그 날은 공항구석구석 왠지 내 애잔함이 묻어있는것 같아 가슴이 싸했다.
늘 유럽쪽에서 들락거렸기에 먼길을 떠나던 당시의 안타까움이 아직도 내 마음에 각인되어 있던 탓일까
이번엔 몇 년만에 처음으로 엄마때문에 울지 않았다.
엄마가 가여워서이기도 하고 미워서이기도 하고 내 한국방문은 늘 엄마에 대한 애증으로 처절했었는데..
이젠 엄마가 내게 준 상처를 잊어가는 걸까.
아님 소멸해가는 인간의 한계성에 그냥 나 역시 무릎을 꿇는 걸까.
더이상은 엄마생각에 눈물흘릴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내 엄마가 앞으로 남은 인생을 당신다운 강함으로 잘 살아내시기를 바란다.
어차피 인생의 행불행이란 각자의 역량만큼 주어지는 것 아니던가
정말 뛰어가 만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으니 끊임없이 다림질을 하거나 포도주 병을 비워도 빈껍질만 남은 것 같은 그런 순간들이 내게 있다
그래서 한국에 가면 소화불량이 되어 허덕일만큼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번엔 할 일도 많았고 절대 강행군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결국 또 만나고 만나며 허겁지겁 빈 속을 채우느라 정신없는 날들을 보냈다.
특히나 사이버속에서 성큼 성큼 걸어나온 사람들 (이건 예전에 어떤 분이 최초 번개를 하고 쓰신 말인데 내가 잠시..^^)
늘 소통을 하다 만나니 이것 저것 설명할 필요도 없고 금방 말도 잘 통해 할 말이 진짜 많았다.
하긴 원래 매일 전화하는 사람들이 더 수다떨 거리가 많은 법 아닌가.
세상에 나와 통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게 왠지 든든하고 가슴 따뜻하다.
돌아오는 길
멀리 도쿄타워가 보이기 시작하니 어찌나 반가움이 밀려오던지.
잠시 머물다가는 곳이고 언제까지 머물지 모르는데도 집에 오기때문이었겠지.
내가 한국에 간사이 결국 승진이 결정되었다기에 여러가지가 궁금했는데 돌아와보니 상황은 더 답답하고 암담하다.
마누라가 일주일이나 비웠다 오는 날인데도 그 집 남자는 열시가 넘어 퇴근했지만 그래도 이 곳이 내게 집인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그 남자가 아닌가.
이 답답한 상황과 불투명한 미래를 사랑하지는 못하더라도 나는 잘 이겨내고 보듬고 가겠다고 그에게 또 내 스스로에게 자꾸 다짐을 하며 다시 일상을 시작한다.
2005.03.08.東京에서...사야
사진설명
첫장은 월요일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가방끌고가서 뵌 수천님과 메이아이님 그리고 혹시 모르실까봐
사야입니다..ㅎㅎ
둘째장은 금요일 모였던 분들입니다 한 분은 먼저 가셔서 못 찍었구요...^^
가을바람님 사시는 너무나 멋진
문터골이라는 곳 벽난로 앞입니다.
대학로에서 술을 마시다가 한밤중에 6명이 택시를 대절해서까지 모두 그리로 이동했다는 믿지못할
얘기가..ㅎㅎ
가을바람님 사막님 해피님 렌더맨님 가시님 순입니다..^^
토요일 한장이 더 있어야하는데 그 날은 너무 열심히
얘기만하다가 흔적을 남기지 못했네요..^^
모두 처음뵙는 분들은 아니지만 사막님 빼고는 전부 사이버세계에서 걸어나오신 분들입니다.
뵐 수
있어서 정말 반가왔습니다
더군다나 처음 뵙는 분들도 서로 너무 부담없이 얘기들을 해주셔서 혹 벌쭘하지 않을까했던 제 생각이
기우였답니다...^^
얼마나 추웠던지 저 하얀겉옷은 그냥 갈때만 입을려고 했던건데 하얀색이다보니 중간에 드라이크리닝까지 해가며 줄창 입어야했더랬지요..ㅜㅜ
내 이름을 불러주고 내게 의미가 되어준 그대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이거 근데 김춘수시인가족에게 저작권료 지급해야하는 걸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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