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몇 년째 하고 싶었던 여행을 못해서 그냥 어딘가로 떠나야한다는 건 내게 일종의 강박관념이었다
아버님이 괜찮으시면 짧게라도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어머님께도 신랑에게도 말을 해놓은 상태긴 했지만 막상 어떻게 될지는 조마 조마 특히나 절망하시는 어머님도 걱정이었다
떠나고 싶다는 생각만 있다가 정말 퇴원하신 아버님이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영어수업을 가신다는데 안도감과 함께 솔직히는 아니 내가 동경에서 왜 이렇게 왔는데.. 상황을 너무 가볍게 여기시는 아버님께 섭섭함도 있었다.
그래 가자 결국 떠나기 전 밤 어머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결정을 잘했다는 시어머님 갑자기 담배피우는데까지 따라 나오셔서는 이 추운데 네가 혼자 먼길을 간다니 너무 슬프다하며 울먹이신다..(이런 면은 내 시어머님 정말 짜증스럽다..ㅜㅜ)
어쨋든 들어오니 간단히 들고갈 가방과 모로 된 내복을 챙겨주신다.
감사하다고는 내려와서는(시댁에 가면 우리가 묵는 곳이 지하실이다..^^) 대충 짐을 챙겨놓고 설레임인지 음악을 듣다가 늦게서야 잠이 들었다.
일어나보니 10시가 다 된 시간 놀라 뛰어올라가보니 시부모님은 벌써 수업을 가셨구 계단에 어머님이 남기신 쪽지와 조그만 초코렛상자가 놓여있다.
쪽지를 읽으며 좀 깨우시지 내가 정말 가지 않길 바라신건 아닐까하는 생각을하다간 대충 씻고는 서둘러 짐을 챙겨 기차역으로 뛰었다 (돌아오시면 정말 못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ㅎㅎ)
근데 어디로 가지 이렇게 늦어버렸으니 프라하는 글렀는데..ㅜㅜ 역시나 역에 도착해 상담을 해보니 가장 빠른 기차를 타도 밤 9시반에나 도착한다는 거다.
가본적도 없는 도시 말이 통할 지도 모르는데 정해놓은 호텔도 없고 그 밤중에 뭘한단 말인가.
그냥 가까운 네덜란드쪽으로 튈까 이래저래 역무원과 상의를 해서(독일 역무원들은 진짜 친절하다 환승지역에 대한 의견이며 갈아탈 시간 등등 세월아 네월아 자세히도 설명해준다 물론 그런 사람 뒤에서 열차표만 살려는 사람은 진짜 열받지만..ㅎㅎ) 라이프찌히로 표를 샀다.
16살때 처음으로 라이프찌히를 방문한 괴테가 감동을 했다는 도시
텔레만이 오지 않아 토마스교회에서 일하게된 바흐가 20년을 넘게 머물렀던 도시
라이프니츠 레싱 슈만 노발리스등이 공부했다는 오랜 대학의 도시
꼭 가보고 싶었던 도시이긴 하지만 요즘 구동독 분위기가 안좋다고 해서 걱정반 기대반.가서 분위기보고 계속 프라하로 이동을 할까 어쩔까
막상 기차가 역에 도착하니 와우 그렇게 멋있는 기차역 처음 본다. 그래 말이 안통하는 곳도 아니고 무슨 일이야 있겠냐.
먼저 역에서 여행책자를 하나 사들고 나가니 다섯시반 어둡고 추운데 멋진 호텔들이 눈에 띈다.
어차피 이 여행이야 내가 내게 주는 선물이니 그냥 눈 딱 감고 저런 호텔에서 자버려?
순간 이런 생각이 안드는 건 아니었지만 내가 갑부냐? 따뜻한 방이 그리웠지만 눈물을 머금고 더 시내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유럽을 12월에 여행하면 너무 어둡긴 해도 좋은게 여기저기 크리스마스 시장이 선다는 거다.
나무로 만든 조그만 집들에 여러종류의 물건들을 팔고 사람들로 북적 북적 그 사이를 돌아다니다보면 정말 살 맛난다.
먼저 도착한 곳은 니콜라이 교회 이 곳에서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는 불씨가 생겨났다.
여전히 교회앞에서는 데모하는 사람들로 정신없다..^^
어찌어찌 호텔을 찾아들어갔는데 충격적으로 비싸고 방은 일본보다도 작은 거 같구..ㅜㅜ 싸다고 생각하고 찍어들어간 곳이라 운이 없는 편이었지만 그래도 위치는 좋아서 다행이다
냉장고에서 맥주하나 꺼내마시니 드디어 실감이 난다 아 낯선 도시.혼자 떠나왔구나.
밖으로 나와 더 많아진 사람들 사이를 걸으며 또 다른 분위기의 도시를 걷다보니 차가운 공기마저도 마음에 든다.
한참을 사람구경을 하며 돌아다니다 찾아들어간 카페 북적북적한 곳에서 혼자 밥먹을땐 운없으면 바맨과 끊임없이 수다를 떨어야한다는 단점이 있긴해도 바가 최고다.
우연히 찾아들어간건데 전통의 카페라서 기분도 좋고 맛있게 먹고 종업들이 단골손님들과 온갖 인생얘기를 다 하는걸 들으며 내가 술 잘 마시게 생겼는지 그 얘기도중에도 잔이 비면 또 마실래 물어보는 이쁜 애 덕분에 그 지역 흑맥주를 세 잔이나 마시곤 그 집을 나왔다.
바흐가 일했던 토마스교회를 어둠속에서 감상하고 그 옆 기념관 속에 있는 아무도 없던 낡을대로 낡은 술집에서 또 한 잔을 마시고 나와보니 이제 거리는 완전히 고요속에 잠겨있고 어디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플륫소리를 따라가보니 아버지와 아들인지 모자를 앞에 놓고 열심히 이중주를 하고 있다.
아까는 없었는데 바보들 왜 사람도 없는 이 시간에 연주를 하는건지 나라도 그냥 지나가면 안될거 같아 혼자 서서 한 곡이 끝났때까지 듣고 돈을 넣어준뒤 떠나왔다
인적없는 추운거리를 따라 흐르던 플룻소리는 어찌나 맑고 또 처절하던지..
삼차를 가려고 라이프찌히 대학근처를 서성였는데 꼭 들어가고 싶었던 바를 대충 들여다보니 분위기는 좋아 보이는데 넘 이상한 애들이 많다
내가 아무리 여자가아니라 인간이 되어가는 나이라도 이 정도 미모에 그 곳에 들어갔다간 괜히 남자들사이에 싸움만 일으킬 거 같아 포기..ㅎㅎ
호텔로 돌아와 맥주 한 잔을 마시며 티비를 켜니 내가 본 적이 있는 일본영화를 방영하고 있다.
영화를 보는 둥 마는 둥 여행책자를 들여다보며 여기서 그냥 머물것인지 아님 무리를 해서라도 프라하를 가야할 것인지를 고민만하다가 어찌 잠이 들었다.
2005.01.05 東京에서...사야
사진을 올릴때는 그냥 사진 설명식으로 간단히 끝났는데 여행기를 쓸려고 하니 자꾸 길어지네요
이야기는 이어집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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