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여행기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간단다
세 학기째 다니면서 한번도 안따라갔었는데 이번엔 북경이라고 하니 가보고 싶었다
물론 영계들만(?) 가는 곳이라 나보다 나이많은 일본아줌마랑 같이 가기로 합의를 본게 힘이 되었다
월요일 저녁에 출발해서 토요일 아침에 돌아오는 짧지않은 여행이었다
갈때와 올때 다 기차의 싸구려 침대칸에서 14시간을 간다는 게 조금은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기대가 되었다
특히 100명정도 되는 학생들 중에 북한 사람들이 여섯 명이라고 해서 기대가 더 되었다
기필코 말을 해보리라...ㅎㅎ
월요일수업을 마치고 오래 한국음식을 못 먹을 것 같기에 친구랑 춘천닭갈비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기차안에서 먹을 김밥도 샀다
4시에 학교에서 모여 학교차로 상해기차역으로 갔다 젊은 애들은 컵라면이며 맥주를 박스채로 들고 난리가 아니었다
드디어 기차안 너무나 작은 칸에 문도 없고 양쪽으로 침대가 세 개씩 여섯 개가 들어있었다
보니 여자 남자가 나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마구 섞인데다가 아는 사람들도 없는 것 같아 아는 한국애를 구슬러 그 일본애가 있는 방으로 표를 바꾸었다
바꾸고 보니 또 내 침대가 삼층. 밑에서 바라만 봐도 무서운게 아닌가?
도저히 그곳에서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마침 보니 또 모르지만 한국학생(참고로 우리 학교에 한국학생이 70프로가까이 된다고 하니 이번 여행도 한국사람들이 월등 많았다)..노인공경(?)을 위해 바꿔달라고 했더니 아래자리가 더 비싸단다..ㅠㅠ
그 차이만큼 맥주를 사주기로 하고 결국 바꾸는데 성공..ㅎㅎ
그때부터 싸온 밥을 나눠먹고 맥주를 사고 여행기분을 내기 시작했다..^^*
어찌어찌 놀다가 잠이 들고 아침에 보니 곧 북경이란다
기차안에서 고양이세수를 하고는 드디어 밖으로...
마중나온 가이드와 함께 호텔에 도착했는데 아직 12시가 안되었다고 청소가 안되어있단다
올라가보니 거기도 무슨 파티를 했는지 수박에 달걀껍질에 난리도 아니다
14시간이나 기차를 타고 오고 잠도 제대로 못잤는데 잠시 앉을 자리도 없다
간신히 짐만 놔누고는 드디어 여행의 시작.
늘 TV로만 보던 천안문광장과 자금성으로 향했다
모든게 어찌나 넓고 크던지...
피곤하기도 하고 여행가이드의 중국어가 잘 들어오지도 않아 대충 따라만 다녔다
어쨋든 난 북한 아저씨들에게 말을 시켜볼려고 하는데 6명이 몰려다니며 자꾸 피한다
식사할때도 자기들끼리만 앉는다
그래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기회를 보는거야..ㅎㅎ
어쨋든 맛없는 저녁을 대충먹고 너무 피곤해서 쉴려고 했더니 아는 애들이 밖을 구경가잖다
내가 누구냐? 또 껀수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대한의 아줌마가 아닌가..ㅎㅎ
일본아지매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관계로 쉬기로 하고 우린 셋이 출발을 했다 나가다보니 같이 온 캐나다 미국 두 사람을 만나서 합치고 북경에서 유명하다는 후통거리를 헤집고 다녔다
꼭 우리나라 60년대 집들처럼 다닥다닥 붙어있고 잠옷입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사람들..이상한 냄새 가득한 먹자골목..
나보다도 훨씬 잘 깍는 미국아저씨는 몇가지 물건도 사고 한 두시간을 돌아다녔더니 젊은 애들 둘은 디스코텍을 간단다
여기서 잠시 고민했지만 혼자 방에 있을 짝꿍도 걱정되고(?) 어제 기차간에서 과하게 마신 술도 방해가 되고 난 그냥 방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도 유명한 몇 곳을 돌아보고 저녁에 유명하다는 북경오리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내 짝꿍인 일본아지매랑 캐나다인 미국인 이렇게 넷이 유명한 집을 찾아간거다
문제는 이 캐나다 아저씨인데 중국에서 오년이나 살았다는데도 아직도 중국말을 못알아듣는다 그러니 자꾸 영어를 써서 한국애들의 불평을 사는데도 자긴 못알아듣는데 어쩌겠냐는 완전 배짱이다
영어를 대충 알아만 듣는 일본아지매는 밥먹다가 지쳐서(?) 잠깐만 돌아보고는 방으로 돌아가고 우리 셋은 북경의 가장 번화한 거리를 배회하다가 바를 찾아 들어갔다
생음악을 연주하는 바인데 중국남자 하나가 서양노래를 기타를 치면서 열창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또 나 미국아저씨가 기타를 잘 친다는 정보를 입수했기에 주인에게 기회를 달라고 요청을 했다
한 번 무대위로 올라간 이 아저씨 너무 열심히 치느라고 안내려온다..ㅎㅎ
어쨋든 목적(?)이었던 북한아저씨들과는 말도 못해본체 시간이 자꾸 가서 속상했다
목요일에 만리장성을 갔는데 올라가다보니 경사가 너무 심해서 도저히 못올라가겠는거다 그래도 조금은 올라갔는데 내려가는 것도 무섭고 그냥 난간을 붙잡고 주저앉아 버렸다
그런 내가 불쌍해보였는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한마디씩 한다 그러면 어떠랴 난 여기서 죽을 순 없다..ㅎㅎ
정말 만리장성을 쌓을때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게 절절히 실감이 나더라
만리장성에 오르지 않으면 멋진 중국인이 아니라는 말이 있지만 난 뭐 중국인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랴..ㅎㅎ
올라가다 포기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내려와서 기웃거리고 있는데 저 구석에 두 명의 북한 아저씨들이 보인다 아무리 같이 다녀도 만리장성 올라가는 속도까지는 못맞추는가보다^^*
난 아닌척하면서 일본아지매랑 조용히 다가갔다 (이 일본아지매는 나의 목표를 알고 참 그동안도 많이 도와주었다 물론 매번 실패로 끝났지만..ㅎㅎ)
물건을 만지작거리는 어린 아저씨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다 대답을 안하고 웃기만 한다..ㅠㅠ
그래도 내가 누구냐? BBC방송에서도 알아주는 한국의 아지매가 아니냐 (아 물론 걔네들은 욕으로 쓴거지만 난 의지의 한국아지매라는 의미로 칭찬으로 듣기로 했다..^^*)
귀찮지 않을 정도로 옆을 돌면서 말을 시켰더니 드디어 대답을 한다..아 하나님 감사합니다..ㅎㅎ
좀 나이든 아저씨가 우리가 그리 젊어보이지도 않는데..ㅠㅠ 어떻게 중국까지 공부를 하러 왔냔다.
그래서 친절하게 중국으로 공부를 하러 온게 아니라 남편들이 일하러 왔는데 할 일이 없어서 공부하는 거라고 말해줬더니 막 웃는다
그 나이든 아저씨왈... 남편들을 공대해야지 이런 델 혼자오면 됩네까?? 하하하
원래 남편들은 마누라가 하도 말을 시켜서 가끔 없어져주면 조용해서 좋아한다니까 자기네랑은 다르다며 고개를 갸웃 거린다..ㅎㅎ
그러면서 밥을 어떻게 하느냐구? 혹시 빵을 목에다 걸어주고 왔냔다..흐흐흐
하도 남자들은 여자들이 받들어줘야한다고 우기길래 그래가지고 세계화 시대를 어떻게 따라가겠냐고 핀잔을 줬더니 허허 웃으면서 동의를 한다
그때 나타난 콜롬비아 애 이상한 쪽지를 들고 다니길래 봤더니 중국돈 이원을 내면 자기랑 사진을 찍게 해준단다..허걱
왜그러냐니까 자기는 좀 특별하게 생기지 않았냐구..ㅠㅠ
어쨋든 북한 아저씨가 자기도 그럼 이원을 내야하냐니까 우린 같은 학교학생이라고 공짜란다
난 정말 걔랑 사진찍을 생각이 없었는데 공짜라고 해서 한방 같이 찍었다..ㅎㅎ
아쉽게도 모여야할 시간이라 각자의 버스로 흩어졌다
일본 사람 세 사람이 중국의 샤부샤부를 먹으러 간다고 같이 가자고 해서 나갔다
나만 한국사람인데 그럼 일본어를 쓰면 난 어떻게 하냐니까 중국어를 쓰다가 뜻이 안통할때만 일본어를 쓰면 안되겠냔다.
아 또 내가 누구냐? 당근 안된다고 했지..ㅎㅎ
근데 놀라운건 정말 그 날 저녁내내 그 세 사람이 단 한마디도 일본어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정말 너무 고마왔다
마지막날은 짐을 모두 싸들고 나와서 버스에 싣고 돌아다녔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숨이 막힐 지경인데 아프리카 말리에서온 아저씨가 비옷비슷한 걸 입고 있는게 아닌가
사실 남이 뭘 입던지 상관이야 없지만 그래도 하도 답답해보여서 안 덥냐고 물어봤더니 자기 나라는 보통 45도까지 올라가기에 이런 날씨는 아무것도 아니란다..ㅎㅎ
근데 내가 귀여운 북한 아저씨(20살..ㅎㅎ)에게 말을 시킬려고만 하면 나이든 아저씨가 와서 데려간다..ㅠㅠ
어쨋든 기차를타러 갔는데 아직 두시간이나 남았다
저녁은 각자해결이라 먹을 것도 살겸 기차역 주변을 돌아다녔다
먼저 우리 샌드위치를 사고 몇 명 한국학생들이 걱정이 되어 해메는데 신라면 사발면과 김치를 파는 슈퍼마켓을 발견..ㅎㅎ
일본아지매가 이상하다는 듯이 보길래 우리의 문화를 설명해줬다 나이든 아지매가 있으면 젊은 애들을 챙기는 문화를....특히 여럿이 몰려다니는 애들은 자기들끼리 해결을 하겠지만 몇 명은 혼자다니는 애들이 있었기에 신경을 쓰는 거라고 말이다
대충 챙겨서 사고 돈을 내는데 슬며시 반 값을 주는게 아닌가?
너랑 상관없는 거라고 해도 아니라고 자기도 굳이 내겠다고 해서 받았는데 정말 고마왔다
결국 기차안..
그 중국어 못하는 캐나다 아저씨가 우리 방이다..흑흑
사실 넘 재미있는 사람이라 울 일은 아닌데 기차안에서 파티를 한다고 위스키까지 사들고 탄게 아닌가?
그리곤 넌 이제 도망못간다고 득의양양이다 아니 난 뭐 도망갈 생각도 없었지만..ㅎㅎ
그때부터 지나가는 사람들은 다 우리방으로 들어와서 난리가 났다
근데 아는 애가 북한아저씨들에게 표를 바꿔줬다고 (또 여섯명이 같이 있을라고..ㅠㅠ) 술한잔을 하기로 했단다
조금 기회를 보다가 나도 가서 그냥 껴버렸다..ㅎㅎ
술이 조금 들어가서 그런지 다들 너무 친절하다..^^
그때부터 한 두시간 동안 우리는 다른 승객들이 구박을 할 정도로 떠들어댔다..하하
정말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은 만나면 금방 친해지고 남아메리카에서 온 두 애들도 단지 언어가 같다는 것 만으로도 붙어다니는데 어디가서 같은 말을 쓰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얼마나 좋은가?
물론 김일성 뱃지를 달고 다니고 여러가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정말 같은 언어를 쓰는 같은 민족이라는 생각에 참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도 떠들어대서 성격 진짜 활발하고 좋다는 칭찬(?)도 들었다..ㅎㅎ
피곤해서 돌아왔더니 우리 방은 아직도 파티가 진행중이다 사람들이 앉아있는 곳이 내 침대니 어쩌지도 못하고 또 한참을 떠들다가 어찌 어찌 잠이 들었다
시끄러운 차에서 대충 자고 일어났더니 넘 피곤하기도 하고 모습은 말이 아니었다
물론 일찌감치 잠이 들어 내가 돌아온지도 몰랐다는 일본아지매는 남편에게 이쁘게 보인다고 마사지까지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ㅎㅎ
많은 사람도 알게 되고 중국어도 실컷 쓰고 북경도 보고 원래 친했던 일본아지매랑은 더 친해지고 얻은게 많은 여행이었다
중국이 오랜 문화를 가진 대국인 것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꼈다
황제의 권한은 또 얼마나 대단했는지..
그래도 옛날의 황제보다 지금의 내가 더 좋다면 나만의 생각일까?
물론 여행이 좋은 건 돌아올 곳이 있어서 이지만..^^*
내가 사는 곳이라서 그럴까 볼꺼리가 많은 북경보다 생동감이 넘치는 상해가 더 정답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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