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전 날의 태풍으로 집안까지 밀려들어오는 비에 바람에 마음졸였는데 다시 이 곳은 어제부터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린다
삼년만에 인도네시아에 다시 다녀왔다
나처럼 외국생활을 하는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면 우습겠지만 실제거리는 네시간 반 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아주 먼 진짜 외국을 다녀온 그런 느낌이다.
보통의 인간적 삶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그런 인상들..
뭐라고 설명하긴 참 어렵지만 돌아온 몇 일간은 늘 우울하다.
엄청난 빈부격차..
어린 노동자들과 구걸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건 힘이 들지만 이기적인 나는 안보면 괜찮으니까..5명의 고용인은 부럽지 않아도 사실 수영장딸린 집에서 살아봤으면 하는 허영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미래에 그런 곳에 가서 살게 될 일이 없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어쨌건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은 반가왔구 애없는 나는 끊임없이 조잘대고 놀자고 하는 애들이 실제로 너무 귀찮았지만 그런데로 착하고 이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남편과 친구의 끝없는 수다를 보며 나만이 아니라 남편도 그 친구도 외국에 나와살며 참 외롭구나 그런 생각에 괜스리 감상적이 되기도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돛단배를 타고 세일링을 했는데 그 곳의 삶과는 대조적으로 자연은 어찌나 아름답던지..
망망한 검은 바다위를 달빛과 화성아래 항해하는데 어찌나 내 존재가 왜소하게 느껴지던지 정말 사는게 뭔가 싶더라
우리가 항해하던 같은 날 다른 바다에선 배가 가라앉는 사고가 있었을만큼 나쁜 날씨를 만나 정말 죽다 살아왔지만 그래도 내겐 내 한계를 견디어낼 수 있었던 참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남은 몇 달을 그저 시간때우기로 흘려보내지 않기위해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는다
2003.09.15. 香港에서...사야
위의 사진들은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은 인도네시아의 열대나무들과 끔찍했던 밤이 지나간 바다입니다. 원래 이박삼일 여정이었는데 그 다음 날 저와 캡틴을 제외한 아무도 흥미가 없어서 철수했답니다.
아열대인 홍콩이랑은 많은 차이가 있더군요. 지난 번에는 유럽에서 가서였는지 무진장 더웠는데 이번에 가서 느낀건 홍콩보다 습기가 적어 시원하더라는 거였습니다..
한국태풍피해가 심했다고 들었는데 여행기나 올리고 있자니 민망합니다. 빠른 복구와 모두의 심리적 안정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