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어리버리한 아가씨덕에 일찍 가놓고도 맨 마지막에 비행기에 오르는 사태 발생. 정말 말끝마다 괜찮다는 이 아가씨..ㅜㅜ 괜찮긴 뭐가 괜찮냐
어쨌든 비행기는 다시 우루무치를 향해. 저 산이 아마 그 칠천미터가 넘는 다는 그 산인지도 모르겠다.
하루종일 걸려 드디어 상해 홍챠오공항에 도착하니 금방 온몸이 젖어드는 끈끈한 날씨. 수백미터는 서있는 택시줄에 매달려 간신히 택시에 탑승. 드디어 그 소원이던 진마오로..
별다섯개 호텔에 여러 번 가봤지만 저렇게 고급스런 호텔은 내게 처음이다. 물론 카쉬의 그 후진 호텔에서 와서 더 그래 보였을지도 모르겠지만 갑자기 펼쳐진 말그대로 별 세계다
그래 꺅꺅 소리를 질러대며..ㅎㅎ 촌스럽게 여기저기 사진을 마구 찍어대는데 욕조에다 샤워부스도 따로 있고 화장실에는 따로 또 문이 달리고 욕실이 우리집보다 훨 낫다. 거기다 몇 개의 샤워기에서 뿜어져 나오던 초강력 샤워맛사지 기능까지
우리 방이었던 72층에서 바라본 밖의 황푸강과 푸동. 저 왼쪽 구석으로 예전 신랑사무실이 있다.
진마오 88층 건물중 56층부터 86층까지 중간이 저렇게 뻥 뚫리고 돌아가며 호텔방인데 나는 차마 무서워서 아래를 내려다보진 못했다..
짐만 내려놓고 당장 상해살때 내가 가장 좋아하던 곳인 56층의 바로.
그 바에서 올려다 본 모습. 저 바에서 여러 번 술을 마시며 언제 한 번 저 위에서 자봤으면 좋겠다고 꿈꾸었더랬는데 드디어 기회가 온거다.
다시 옛 추억에 젖어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신랑이랑은 몇 번 안 가보고 주로 손님이 오면 데리고 가곤 했었는데 딱 한 번 상해 한국인 지인들과 갔다가 다툼이 생겨서 저 비싼 바에서 대낮부터 취하도록 마신 적이 있다. 평소엔 잊고 살던 애였는데 장소라는게 신기한게 그 날 했던 말들까지도 다 떠오르더라.
안그래도 되는데 자기도 남도 무진장 괴롭히며 인생 힘들게 살던 애였는데 지금은 잘 사나 궁금해지기도 하고 말이다.
참 그 날 술값은 나중에 불려나온 그 애의 불쌍한 남편이 냈다니까 울 신랑 자기를 안불러서 다행이라나. ^^;; 그때 상해생활비 관리는 내가 했는데 돈 없는 남자를 왜 부르냐? 사람하나 늘면 술값만 더 나오지..ㅎㅎ
안타깝게도 11시에는 문을 닫는 다는 사람들. 아니 무슨 호텔바가 그리 일찍 문을 닫는 다는 말이냐고..ㅜㅜ
87층에도 저녁이 되야 문을 여는 바가 있긴 하지만 거긴 정말 너무 높아서 왠만하면 아래도 안보이고 그냥 방으로 돌아와 미니바에 있는 맥주를 모두 비우며 또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옆 방의 악다구니 소리도 안 들리고 물소리도 안 들리고 자기야 돈이 참 좋구나란 얘기가 절로 나온다.
상해에서 만났던 놈에게도 누나 자꾸 돈이 좋아진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당장 그게 바로 나이들어가는 증거라고 하던데 정말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고 남들처럼 되어가는 건가.
내 인생에서 단 하나 집착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게 있다면 그건 돈일거라고 생각했더랬는데..그리고 그런 내가 참 마음에 들었더랬는데..
안그래도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이 여행에서 마음에 무거운 돌 하나 더 얹어가는 기분. 그래도 이 사람대접받는 듯한 기분은 너무 좋은 걸..ㅜㅜ
짧게 자고 일어난 아침. 이 곳에 출장을 와 잔 적이 있던 신랑이 아침식사가 끝내주니 꼭 해야한다는 말에 서둘러 준비를 끝내고..
맛있는 커피와 어느 화려한 파티보다 훨씬 많은 종류의 아침뷔페를 보며 바로 전 날의 카쉬의 아침식사가 떠오른 건 어쩜 당연한 일.
그렇게 길지도 짧지도 않았던, 결코 잊지못 할 스펙타클한 2006년 여름 중국여행은 막을 내렸다.
다시 도쿄
여행을 다녀와도 모국어가 아닌 또 다른 외국어가 흘러나오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또 집에 오니 좋더라.
새삼스럽게 창밖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도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