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묻은 삶

당신께 드리는 글

史野 2003. 8. 11. 00:13




어제 아침 엄마를 만나지 못했다는 당신의 멜을 받고는 엄마와 통화를 했습니다



당신이 저를 대신하여 손이라도 잡아드리기를 바랬던 당신과 제 마음을 엄마가 너무나 잘 알고 계셔서...



퇴원해 집에는 오셨지만 아직 잘 걷지도 못하는 엄마의 상황이 마음아파서..



도저히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다가 바보같이 결국 전화도 끊기 전에 오열하고 말았습니다



쓰러지셨다는 말을 들었을때보다 더 서럽고 더 마음아프고...



함께 우시며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던 엄마의 목소리가 귀에 울려 전화를 끊고도 한참을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더랬습니다






당신께 고맙다고 아니 그보다 더 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구구절절히 써보내고 싶었는데 한 줄 쓰고는 울고 또 한 줄 쓰고는 울고...



오기로한 손님때문에 마음을 추스리고 손님앞에서 울게 될까봐 더 많은 포도주를 마셨습니다



즐겁게 웃기도 하고 많이 괜찮아 졌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저녁에 엄마어떠시냐는 시어머님 전화를 받고는 목놓아 울었습니다



누구보다도 걱정하시고 마음아파하시는 걸 알기에 더 강한 모습이고 싶었는데 어머님 목소리를 들으니 터진 파이프에 물이 새듯 어쩔 수가 없더군요






지금 한국에 가지 않겠다고 최종결정을 한건 저면서도 꼭 그때문에 한국을 못가는 것처럼 또 당장 한국으로 가겠다고 철없이 그를 붙잡곤 또 얼마나 더 울었는지 모릅니다



지쳐 잠이 들고 밤새 또 깨어 뒤척이다보면 몇 번이나 이불끝을 여며주던 그에게 너무 미안해서 이젠 울지 않겠다고 이 곳에서 아내로서의 내 또 다른 역할을 잘 해내겠다고 그렇게 다짐아닌 다짐을 하루종일 하고 있습니다



그는 울고 있는 제게 그렇게 정 힘들면 다녀오라지만 지금 엄마를 보면 도저히 발길이 떨어질 것 같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공개적으로 당신께 쓰는 글을 그나마 감정조절이 가능한 이 곳에 남깁니다



당신께 개인적으로 이런 제 마음을 절절히 쓰다보면 또 어느 순간 울어버리고 가방을 챙길지 모르기에...






헛걸음이 되어 너무 미안했지만 그래도 엄마를 찾아가신 당신의 마음이 너무나 고마왔다는 말과 여행 잘 다녀오시라는 말을 떠나시기전에 꼭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보내주신 사진을 어제야 찾아내어 오늘 액자에 넣었다는 얘기도...



제가 당신을 위해 밝힌 불빛이지만 가득 빛나는 초들이 있는 사진은 한동안 가지고 다니면서 저 또한 위로를 받을 생각입니다












2003. 08.10 香港에서...사야




프랑스 화가 Yves Klein(1928-1962)은 한가지색으로만 그림을 그린 창시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그의 이 파랑색은 너무나 유명해서 그의 색으로까지 불립니다. 전체 전시그림이 딱 두 가지색이였던 그의 전시회를 갔었는데 참 강렬한 인상을 받았었죠.
조금 우울해서 였는지 그의 파랑색 그림들이 생각났습니다

Gloomy Su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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