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걸어서 지구 한 바퀴를 했다지만 전 비행기타고 지구 한 바퀴를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무사히가 왜 중요하냐면 전 거듭 강조했듯히 비행기타는 걸 무진장 싫어한답니다.
그런데 정말 이번에 이 짧은 기간안에 아무리 시속 천킬로라고해도 비행기로 지구를 한 바퀴 돌았으니 대단하죠.
도쿄에 내리는데 아 살았구나했다면 저 너무 웃긴가요? ㅎㅎ
상상도 못했던 남편의 사주휴가에 놀래서 엉겹결에 동의한 여행이었는데 어쨋든 좋았습니다.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고 너무 많은 사진을 찍었고 머리는 복잡복잡 이 여행을 정리할 수 있을지는 자신 없지만요.
무엇보다 줗았던건 남편과 그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거였답니다.
제가 정말 얼마나 오랜 시간을 혼자 북치고 장구치며 보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어요.
잠에서 깨면 남편이 옆에서 티비를 보고 있는 그 단순한 일상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더군요.
뭐 저희부부가 그렇다고 안싸웠을리는 만무하지만 그래도 제겐 참 그래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거기다 뭄바이에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남편의 일하는 모습을 옆에서 접했던 것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제 생각에 정말 단지 성실함과 인내로 일을 하는 남편이 어떻게 지금까지 왔나 궁금했었는데 생각보다 일을 잘하더군요..^^
영국인 두 명과 홍콩인 한 명을 데리고 전화미팅을 한시간 정도 하는 남편이 넘 멋진데 감동해서 팬클럽결성할 뻔 했답니다. (팔불출이라구요? 맞습니다..ㅎㅎ)
물론 일도 있었답니다.
평소 사무실이었다면 그냥 자기 혼자 고민하고 말았을 일을 제가 옆에 있다보니 물어보게 되잖아요.
지난 번 얘기했던 높은 사람이 바뀌는 일은 저희가 뭄바이에 있는 동안 바뀌긴 바뀌었는데 저희가 예상한 대로가 아니었지요.
거기다 그 높은 분이 내세운 의견에 남편이 반대를 하는데 제가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제가 그랬죠. 자기 의견을 확실히 말해서 우리가 잃을 게 뭐가 있냐고..
회사에서 내치면 독일로 돌아갈 기회가 되니 다행이고 반대의 경우엔 자기의견을 확실히 내세웠으니 되는거 아니냐고 그러니 생각하는 바를 확실하게 후회안남게 말하라고..
말은 이렇게 간단하게 하지만 사실 간단한 조언은 아니었습니다.
거기다 독일에 막상가니 독일에서 잘 살 자신이 진짜 없어졌습니다. 지난 번에도 썼지만 독일어는 정말 자존심이 상할 정도이고 친구마누라들과도 그리 마음이 맞는 것도 아니고요
물론 제가 아이가 있다면 상황은 조금 달랐겠지만요.
어쨋든 그들은 이제 대충 아이둘에 집도 사고 알콩달콩한 인생을 살고 있어서 저희처럼 엄청난(?) 경험을 하는 사람들과는 공감하기가 자꾸 어려워지더군요.
나라를 돌아보는게 아니라 대도시에서 대도시로 이동을 하며 얻은 것도 많습니다. 아니 얻은 거라기보단 생각할 거리가 많아졌다는게 맞겠네요.
어디를 가도 사람사는 건 어떤 면에서 같았고 또 너무나 달랐습니다.
뭄바이나 리오데자네이로처럼 서양의 식민지였던 나라들을 돌아보는것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구요.
말씀드렸듯이 비지니스로 한 바퀴를 돈 경험도 제겐 특이했습니다. 비지니스와 이코노미 클라스만으로도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세상사를 경험할 수 있었으니까요.
거기다 여행이 아니더라도 어디 살게되던 가족을 방문해야하는 제 입장에서는 정말 돈이 좋아졌습니다.
내 돈을 내고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움직이는 그런 생활을 하며 살고 싶다는게 제 바람입니다.
그 바람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비행도중 사업이라도 해볼까하는 생각을 했겠습니까.
저희 티켓도 비지니스긴 해도 싼 세계한바퀴 티켓이라 자리 얻기가 힘들어 일찍 돌아온거랍니다.
월요일까지 휴일이라 월요일에 돌아온다고 회사에 무슨 난리가 나는 건 아니지만 일단 남편이 너무 힘들게 일을 시작할 수는 없는데 저희가 요구했던 날짜는 끝까지 자리가 안나더군요.
돌아오니 또 그렇습니다.
짐을 하도 쌓다 풀었다해서 집에 오면 무조건 좋을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닙니다.
제가 뭐 세계 온도시를 다녀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다녀본 도시중에서 제겐 도쿄가 가장 편안하고 안전하고 그런 도시입니다.
그 도시에 도착을 했는데 여행의 후유증이랄까 갑자기 너희는 어쩜 이렇게 모든 걸 잘 지탱하고 살고 있는거니하는 의문이 드는 겁니다.
이번 여행에서도 남편은 제가 비행에 불안감을 갖는게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다며(그는 늘 그럽니다 남들이 보면 니가 기술에 대해선 전혀 문외한이며 생전처음 비행기를 타는 줄 알거라고.) 자긴 지진이 비행사고보다 더 무섭다는 겁니다.
근데 저는 다른 곳은 잘 몰라도 이 곳 도쿄는 지진에대한 방지가 엄청 잘 되어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뭔가에 불안감을 갖는건 결국 믿음의 문제란 생각을 다시 한 번 절절히 했답니다.
그리고 아주 우습게도 이제야 지구가 둥글다는 걸 몸으로 체험했습니다
돌고 도니 결국 도쿄로 돌아오네요..^^
이 곳이 내 집은 아니지만 제가 지금 내 집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곳이고 물론 조만간 짐을 또 싸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일단 잘 돌아왔습니다.
꼬리말에 썼듯이 남편은 돌아오자마자 회사멜로 정확히 603통의 멜이 들어와있다고 하고 또 저는 어딘가로 떠나야할 것 같은 그런 기분에 휩싸여있긴 하지만요..
이번 여행에서 다시 한 번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고사성어를 실감했습니다.
아무리 들어도 막상 보고 느끼는 거랑은 많이 다르더군요.
그래서 제가 더 성장을 했냐고 물으신다면 그 반대입니다.
머리는 더 복잡해지고 의문은 더 솟구치고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게 정답입니다.
이래서 나이가 들어갈 수록 자신이 믿고 있는 것 아는 것들에 자신이 없어진다고 말하나 봅니다.
아마 저만 그럴 지도 모르겠지만요.
그 여파인지 제 삶에 대해서도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보고 느낀 것들을 제대로 올리고 싶지만 가능할 지는 모르겠고 일단 잘 돌아왔다고..여행을 응원해주시고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셔서 감사하단 말씀드립니다.
곧 추석인데 다정한 사람들과 함께 풍성한 추석 보내시길 바랍니다..^^
2005.09.15 Tokyo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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