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s de La Tour.
The Old Woman. c. 1625-27. Oil on canvas. The Fine Art Museum, San
Francisco, CA, USA.
동경은 누가뭐래도 물가비싼 도시다.
물론 그때 주재원조건에서 언급했듯이 그에 따른 물가수당이 나온다.
그래서 비싼 음식 사먹어도 된다!
우리가 이 곳으로 올때 난 남편에게 물가수당아껴서 저축할 생각은 말아라
회사가 총맞았냐 왜 공돈을 주겠냐
물가수당은 물가 비싼 곳에서 스트레스받지 말고 잘 먹고 열심히 일하라고 주는거다란 요지의 단호한 선언을 했다.
회사에서 COO인 남편역시 늘 출장가서 비싼 밥값내주는건 그 돈아끼라는 얘기가 아니라 잘먹고 열심히 일하라는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인지라 할 말이 없었을거다..^^
문제는 아무리 그 물가수당을 생각한다고 해도 피부로 느껴지는 가격이다.
특히나 우리가 사는 동네는 그 동경에서도 물가비싸기로 유명한 곳이고 우리는 또 서양음식을 주로 구입하기에 그런 슈퍼마켓의 가격이란건 정말 어마어마하다.
이왕먹고 살아야하는거 스트레스받지 말자가 내 주의고 사실 뭐때문에 낯선 땅을 떠돌며 이 고생이냐 잘먹고 잘살자는거 아니냐고 아무리 주입을 해도 사과보다 좀 큰 멜론 하나에
한국돈 3만원 붙어있으면 열받는다.
수박철이 아니라고 해도 수박 좋아하는 나 반가와서 다가갔더니 한국돈으로 거의 팔만원 돈이더라...ㅜㅜ
그런 현상은 남편이 훨씬 심하기때문에 왠만하면 남편을 장보러 데려가지 않는데 가격에 받는 충격이 일에대한 스트레스보다 더 커질까 염려하기때문이다...ㅎㅎ
지난 주 손님을 초대해놓고 가서 부랴부랴 그것도 평소가는 곳보다 좀 싼 곳인데 수십만원어치 장을 봐왔다.
문제는 그 날 네명이 그걸 다 먹어치웠다는 거다..-_-;;
정말 아무리 남자 두 명이 엄청 먹는다고 쳐도 그렇지 (물론 술도 있었다..^^;;) 그래도 집에서 네 명의 식사준비로는 너무 황당하지 않는가.
냉장고는 텅비었는데 도저히 다시 장보러 갈 엄두가 안나서 다음 날 쉬는 날인데도 출근하는 남편에게 그냥 나가서 사먹으라고 했고(사먹는게 이럼 싸다..ㅜㅜ) 저녁은 사발면사오라고 시켰다..-_-;;
한의사가 울 신랑은 섭생이 아주 잘되었는데 난 영양부족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이것도 진짜 이 놈의 물가랑 관련이 쬐금(!) 있는데 너무 비싸다 보니 좋은 건 조금 사게 되고 아무래도 밖에서 일하고 오는 남자에게 먼저 주게 되는거다 (그래 맞다 나 엄청난 양처다..ㅎㅎ)
우리가 여기 처음 올때 울 형부왈 친구들에게 들었는데 너무 비싸다보니 하도 아껴서 차라리 동경에서 돈을 더 모은다고 했대서 웃었는데 진짜 도저히 불가능할거 같던 나도 그 지경이다.(물론 난 그럼 신났다 이러고 꼭 다른 곳에 쓰기때문에 생활비로 그럴일은 별로 없지만..ㅎㅎ)
거기다 청소부도 그렇다. 홍콩에서 가정부를 두면 대충 육칠십만원 돈이 나가고 그때 나처럼 시간당으로 쓰면 불법이라서 훨씬 비싸다.
우리가 홍콩에서 하루 두시간 일주일에 다섯번해서 한달에 대충 사십만원의 돈을 썼다.
이 아파트는 사람 두 명이 와서 한시간 청소해주고 가는데 부가가치세까지 하면 오만이천오백원.
지금 집이 홍콩집보다 작으니까 일주일에 한번씩만 와서 청소를 해줘도 지금처럼 내가 집안 일에 스트레스받지 않고 대충 깔끔한 집을 유지 할 수가 있다.
그럼 이십만원 좀 넘는 돈
홍콩식으로 따지면 일주일에 두 번오라고 해도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번에 오만원이 넘는 다는 그 돈때문에 총액에서 적어짐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청소부를 못쓰겠는 거다..ㅜㅜ
위 그 불독커플은 둘이 벌어도 우리랑 비교할 수 없게 아끼고 사는 애들인데 한 달에 두 번 청소부를 쓰며 (그 집은 우리 집 거의 두배인데도 아끼긴 진짜 아끼는 애들이다..-_-;;) 우리가 청소부를 안쓰는 걸 도저히 이해못하겠다는 거다.
그래 너희 이해할려고 애쓰지 마라 나도 내가 이해안간다..ㅜㅜ
이건 좀 다른 얘기지만 어쨋든 먹고는 살아야하니 장을 보러나갔다가 오늘 특이한 경험을 했다.
날씨는 어찌나 좋던지 휴일이고 해서 다 동경으로 놀러왔는지 그 행복한 사람들 틈에 끼어 잠시 공원에서 담배한대를 피우고 있는데 눈에 띄는 집없는 소녀.
이 더운 날 더러운 겨울코드를 입고 역시 추레한 짐보따리를 옆에 놓고 멍하니 앉아있다.
밥은 먹었을까. 혹 정신나간 사람은 아닐까
저 어린 여자애가 어쩌다 이런 생활을 하게된걸까 고민고민하다가 밥값이라도 줄려고 용기를 내어 다가갔다.
밥먹었다며 극구사양하는 애 짐보따리에 돈을 올려놓고는 어디가서 밥이라도 먹으라며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났다.
그 애의 눈이 너무 맑았기때문에
그런 그 애가 혹 정신나간 애가 아닐까 미리 겁먹었던 내가 부끄럽기도하고..
이 삐거번쩍한 도시에 그 화려한 웃음을 흘리는 사람들속의 그 애가 막연하기도 하고..
구걸하는 사람들에겐 돈을 잘 주는 편이지만 평소엔 숫기가 없는 편이라 가만히
앉아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말을 붙여보긴 또 처음이다.
그것도 주변에 사람들도 있는데다가 자신도 없는 일본말로..
나는 그 애를 본순간 내가 장볼 총액을
생각한걸까.
아님 그 애가 늙그스레한 남자가 아니라 젊은 여자애였기 때문일까.
나를 그애에게 이끈 건 뭐였을까.
자꾸 그애의 눈빛이 그리고 그 맑은 눈동자와 괜찮다고 정색을 하던 목소리가 그애의 일년은 넘게 입은 듯한 그 더러운 코드랑 겹쳐지며 생각이 많아 지는 밤이다.
2005.05.04 東京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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