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京物語

타인의 취향

史野 2005. 3. 28. 00:00

 

 

 

 

 

 

 

 

 

 

 

 



 

 

 

단 한번도 내가 혼자 준비해본 적이 없는 부활절을 남편 친구덕분에 준비하게 되었다

 

만두나 송편을 빚듯이 달걀을 물들이고는 명절아침을 준비했다.

 

뭐 그리 특별날 건 없지만 이 곳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을 구해 나름대로 준비한 식탁 .

 

 

물론 저 부활절 식탁에 부활의 의미는 없다.

 

그들에겐 습관이고 관습이고 그리고 내겐 타인의 취향을 내 식대로 소화한 것에 불과하다.

 

 

부활절 아침식사를 하기로 약속했던 시간 보다 20분 늦게 내려온 남편에게 무진장 화를 냈고 또 내 정성을 다해 준비한 식사를 망칠까봐 그 화를 스스로 2분만에 거둬들였다.

 

나는 그냥 그랬는데..

 

남편은 그런것에 아랑곳없이 너무도 감격하고 즐거워하며 그 명절을 맞았다.

 

사실 평소에 더 정성을 기울여 식사를 준비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거였구나.

 

내가 그저 당신의 친구때문에 준비할 생각이었던 이 식탁이 당신에겐 그리움이었구나.

 

하긴 당신이 내 생일에 미역국을 끓여준다면 나 역시 감격하고 행복하겠지.

 

 

 

내겐 타인의 취향이었을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데 그렇게 그 마음을 몰랐나 싶어 왠지 미안해졌다.

 

성탄절은 내게도 관습이고 습관일정도로 세속화되어 있던 이유일까.

 

불량한 기독교인이었지만 내겐 말 그래도 부활절은 진짜 부활절이었기에 그 고민만 했지
믿고싶어도 믿을 수 없는 이성주의자 남편에게 부활절이 체험화된 명절이란 생각은 심각하게 해보지 않았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내가 당신을 이해하는 폭이 이거밖에 안되었구나.

 

 

 

..정액을 목적외에 소비하는 동물은 시를 쓰는 동물밖에 없다. 정액의 낭비는 유별나게 인간적인 행위이다. 그런 점에서 금욕주의는 동물적인 데가 있다..

 

 

송상일 '국가와 황홀'중에서..

 

 

 

지금 읽고 있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약간의 비약이 없지는 않으나 그의 주장이 유쾌하고 통쾌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그는 책머리에서 당당하게 외친다.

 

저자도 독자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그의 책을 읽고 있는 나는 그럼 그에게 선택당한건가.

 

역시 비약이지만 그렇다면 선택당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부활과 관습과 정액과 인식이 마구 어우러진 부활절이었는데

 

연관없는 것 같아도 어딘가 연관있는 이 단어들과 함께 

난 오늘 왠지 성장통도 없이 한 뼘 자란 기분이다.

 

 

그럼 난 꿈을 꾸었는가.

 

예전에 엄만 늘 꿈 얘기를 하면 그랬는데

 

자랄려고 그런다고..

 


 

 

 

2005.03.27 東京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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