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께서 선종하셨단다
지난번 잠깐 언급했지만 고령에는 폐렴이 워낙 치명적이라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근데 그런 사야를 비웃듯 퇴원을 하셔서 의지도 대단하시지만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어제 성바오로성당에서 부활절 예배에 참석하신 뉴스를 봤는데 오늘 현지 아침시간에 돌아가셨다니
그냥 병원에서 돌아가셨다고 했으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귀를 의심할 만큼 놀랬다
올해가 카톨릭 대희년이라는데 퇴원하셔서 그 중요한 부활절예배까지 참석하고 다음날 바로 떠나셨으니 뭔가 영화 같다는 생각에 교황다운 아름다운 마지막이었다 싶다
이렇게 소설을 마무리하면 주인공을 미화하는 작위적 설정이라고 했을 거 같거든
어제 (하필) 밴스도 만나셨는데 그걸 계기로 개과천선하고 그럴 일은 없겠지
너무 뻔뻔하게 성경에서 자기 가족을 먼저 챙기라고 했다고 헛소리도 하던데
권위적인 모습이 아닌 열린 마음으로 이런저런 사안에 목소리를 내셨기에 좀 더 계시지 안타까운 마음
사야가 할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성경 속 예수님과 가장 닮은 교황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성베드로 성당의 그 화려함을 보고 르네상스시대부터 예수님은 교회를 떠나셨을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었다
누가 예수님이 마약한 버니샌더스라고 해서 웃었는데 성경 속의 예수님은 확실히 과격하고 혁명적이시다
이태리계 아르헨티나인답게 축구도 참 좋아하셨다는데 지난 월드컵 아르헨티나가 우승해서 다행이다 싶다
오늘 예정된 이탈리아 축구가 취소되었던데 교황께서는 그냥 하는 걸 바라시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아직 보지는 않았지만 마침 콘클라베 영화도 나왔던데 저 바티칸에서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세상이 자꾸 우경화되는데 새로운 교황도 선임자의 행보를 따르는 진보적인 분이 되시면 좋겠다
카톨릭 교인은 아니지만 온화하면서도 심지굳은 어른이 계시는 게 뭔가 위안이었는데 나쁜 지도자들이 우글우글한 세상에 좋은 사람하나가 떠나셨다
신은 가만히 계시는데 제발 신의 이름으로 엉뚱한 짓을 하는 이들만 좀 줄었으면
종교가 없었다면 더 좋은 세상이 되었을 거라고 믿지는 않는다만 종교 때문에, 그 양보할 수 없는 신념 때문에 삶이 힘들어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일중독이셨다는 교황님
그곳에서 이 땅을 위해서 더 많이 기도해 주세요
교황님이 계셔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