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에서의 단상

신문 호외를 보고

史野 2025. 4. 6. 09:54

사야는 한동안 주제넘게도 민주주의보다 인간에게  더 적합한 제도는 없을까를 고민하고 앉아있었다
한국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민주주의라는 게 너무 너덜너덜하단 느낌이었다
찾았을 리 만무고 이것저것 읽고 듣다 보니 사야가 찾고 있는 게 새로운 뭔가가 아닌 더 발전된 민주주의인 것 같더라지
그러니까 민주주의는 어떤 완성형이 아니라 끊임없이 도전받고 보완되고 변해가는 유기체랄까
다수결의 원칙 같은 것도 보완이 필요하고 말이다
다수라고 늘 옳은 건 아니지 않은가


파면이 결정되고 이 호외가 나온 모양이다
저 신문사기자는 막 자부심도 느끼고 기념으로  간직하겠다고들도 하는데 사야는 보는 순간 거부감이 들었다
시민이 이겼다니 그럼 탄핵을 반대했던 사람들은 시민이 아니란 말인가
아주 오만하고 비민주적인 표현이다

거기다 파면으로 다시 민주주의라는 말도 틀렸다
민주주의가 침해당한 건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었던 몇 시간뿐이었다
의회가 탄핵을 가결해서 직무정지를 시켰고 헌재가 심의를 거쳐 결국 파면시켰다
체포거부로 한동안 버틴 거 빼고 모든 게 민주주의 절차대로 진행되었다
그 와중에 대행탄핵결의도 해서 대행의 대행까지 갔는데 정신없고 혼란스럽긴 했지만 여기 어디 비민주적인 요소가 있단 말인가
저 구호는 너무 선정적이고 납작하다

여기서 사야의 의문
탄핵찬성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헌재가 다른 결정을 했을까이다
역사에 가정법은 없다지만 그 여부와 상관없이 파면결정이 내려졌어야 그게 민주주의고 법치주의다
광장에 한번 안 나간 주제에 추운 겨울 고생하신 그분들의 노력을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파면결정은 그분들의 승리가 아니라 법치주의의 승리다
헌법위반 같은 중대사항은 절대 쪽수 같은 걸로 결정되어서도 안되고 말이다

요즘 들어 대통령중심제에 대한 회의가 많이 든다
물론 의회내각제 나라라고 크게 나아 보이지도 않고 뭐가 이 땅에 더 적합할까, 까지는 사야는 잘 모르겠다
헌법수정이 필요한 일이니 쉽지는 않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토론하고 조금이라도 나은 결정이 내려졌으면 좋겠다

터키의 민주화시위를 보다가 더 나은 민주주의를 고민하고 있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사치일 수도 있구나 싶었다
박정희가 18년이었는데 에도안은 22년이라니
요즘 미국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겪다 보니 독립전쟁 남북전쟁까지 따지며 어떻게 이룬 나란데 미국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식자들이 보인다
미국만큼의 민주주의  역사는 아니지만 대한민국도 만만치않은 나라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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