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 묻은 책장

미국이란 나라

史野 2024. 8. 10. 13:33



결국 힘겹게 정말 힘겹게 책을 다 읽었다
책도 책이지만 하필 가장 더울때라 집중하기가 너무 어려워 오래 걸렸다

다 읽고 느낀 건 미국이라는 곳도 피로 얼룩진 나라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자각 (나쁜 의미는 아니다)
원주민 말고도 초기 그 땅으로 건너간 많은 이들의 피 독립전쟁 남북전쟁 서부개척 등등

늘 미국을 이백 년밖에 안된 국가라고 들으며 자랐는데 초기이민자들까지 포함해 사백 년 역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여태는 인디언들만 불쌍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초기 이민자들도 불쌍하기는 마찬가지란 생각
사실 살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에게 왜그렇게 잔인했냐고 묻는 건 무의미하다
어찌 보면 충무로보다도 더 자주 듣는 월스트리트가 인디언들을 막으려고 세운 벽에서 유래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수백 년을 건너 그 긴장감이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유럽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새 삶을 찾아 건너온 다양한 사람들이 여기저기 터를 잡은 게 주가 되었으니 처음부터 자연스레 생겨난 연방국가
예전 알래스카를 러시아로부터 샀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국토도 사고팔고 하나 참 신기했었는데 플로리다 포함 몇 주도 나폴레옹에게서 샀다네
그렇게 조금씩 땅따먹기를 하며 태평양 연안 하와이 괌등까지 이르는 거대제국이 완성되더라

대통령이라는 현대적 명칭 때문에 조지 워싱턴은 옛날사람 같은 느낌이 아니었는데 따져보니 사도세자보다도 세 살이나 많다
뭔가 묘하게 뒤통수를 맞은 기분
루즈벨트란 대통령이 둘이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가쓰라태프트밀약의 루즈벨트도 알고 뉴딜정책의 루즈벨트도 알았는데 그게 다른 사람인줄은 몰랐다.
사야가 알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체계가 없는 건지 또 새삼 느꼈달까

미국의 역사가 오래되었구나 생각한 반면 민주주의는 또 생각보다 너무 짧은 역사가 아닌가 싶다
그들이 추구했던 건 백인남성만의 민주주의였으니 말이다
미국인들이 자랑스레 외치는 그 민주나 자유는 여전히 제한되어 있다는 생각
흑인에 대한 것도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사실 동서고금 막론하고 인종까지 안 가도 계급문제는 늘 존재했고 하층계급이 인간취급을 받은 적은 거의 없다

어린 시절 아무 생각 없이 읽었던 톰아저씨의 오두막이 처음으로 흑인을 노예가 아닌 인간으로 묘사한 혁신적인 책이란다
1852년 출간된 지 일 년 만에 삼십만 부가 팔리고 미국인들의 의식변화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니 새삼 문학의 힘을 생각해 본다
그 반대의 힘도 발휘할 수 있겠지
영화 파앤드어웨이에서 톰크루즈가 깔던 대륙횡단열차는 니콜키드맨을 기다리는 낭만으로 보였는데 그 과정에서 수천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더라

육백페이지가 넘는 책에 사야로서는 꼭 알 필요가 없는 인명들이 너무 많이 나온다
미국에 대해 뭔가 좀 아는 사람이 읽어야 할 책 같다
소득이라면 쉽게 알 수 있는 나라가 아니더라는 것
너무 부정적으로도 긍정적으로도 아닌 그냥 한나라로 바라봐야겠다는 것.

그건 그렇고 지난번 전당대회글 올리고 곧 바이든이 물러나 해리스가 민주당후보가 되었다
트럼프를 무조건 반대하는 사야입장에서는 우선 다행이란 생각
문제? 라면 해리스의 말하는 스타일
사야가 트럼프를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말하는 스타일인데 단어나 문장 같은 걸 끈다고 해야 하나 보고 있으면 짜증스러운데 해리스도 좀 비슷해 보인다
그래서 해리스도 나르시시스트적 성향이 있나 의심하는 중
우짜든둥 자메이카 인도 혼혈인 여성이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면 다른 걸 다 떠나서 근사할 거 같다
좀 다른 얘기인데 니시 수낙, 니키 헤일리, 밴스부인까지 갑자기 인도계가 마구 부상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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