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인가 폴오스터에 대한 글을 봤는데 이 책이 집에 있다는 게 생각났다
왜 있는지 읽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 책
그렇게 꺼내어 식탁에 올려놓은 채로 시간이 갔다
그러다 접한 그의 타계소식
늘 그런 거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야
두 달도 넘는 시간을 지다 다니기만 했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
그래서 읽던 책을 놔두고 읽기로 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누군가 읽으라고 두고 간 책이었다
큰 의미였으나 이제는 무관한, 책 안에 쓰여진 그 이름을 한참을 쳐다봤다
너무도 유명하지만 사야가 왜인지 접해본 적이 없는 작가
장편소설인 줄 알았는데 따로 발표된 중편소설들이다
일하며 잠깐씩 읽은 탓인 지 이해력 부족인 지 다 읽고 느낀 건 뭔 말인지 잘 모르겠다는 것
연결된 이야기라는데 그것도 잘 모르겠다
유리의 도시는 뭔가 익숙해서 생각해 보니 지금은 제목도 잊은 뒤렌마트의 소설과 비슷하더라
읽은 지 삼십 년인데 딱 그 이야기가 떠오른 것도 신기
유령들도 이해를 잘 못했고 잠겨진 방은 그나마 소설 같은 느낌이었달까
전체적으로 언급되는 소설들도 읽은 게 없어서 이해하는 게 더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언어 이름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물음 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삶이 소설을 내 관통한다
작가는 언어나 이름으로 규정되는 정체성의 실체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의지가 아닌 우연이 우리 삶에 어떤 임팩트를 남기는지 말하고 싶었던 걸까
주인공들이 자기 파괴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은 사실 납득이 쉽지 않았다
좀 짜증스러웠던 건 지난번에 이어 여기서도 친구엄마랑 자는 이야기
어쩌다 보니 연달아 읽은 거라 작가의 잘못은 아닌데 친구아내랑 결혼한 사람이 굳이 또 친구엄마랑 자는 설정이 필요했나 싶더라
치열했다기보다는 약간 게으른 장치 같다는 느낌
잘은 모르겠지만 이런 소설을 쓰는 사람은 누구보다 더 외로운 사람이 아닐까 싶어 그의 사진을 들여다본다
오스터를 인생작가로 꼽는 사람들도 꽤 있던데 작가의 다른 소설들이 궁금해지긴 한다
번역은 전체적으로 무난했는데 추분이 지나고 동지가 가깝다 뭐 이런 구절을 보니 원문에는 어떤 표현이었는지 너무 궁금하고 다 이런 의역인가 싶어서 번역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
한글로도 어려웠으니 이 책을 원어로 다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짧은 책 하나 골라 그의 문체를 접해보고는 싶다
행복한 소설이 아닌데도 소설을 끝내니 뉴욕에 함 살아보고 싶어 지더라는 것
익명이 철저하게 어울릴 것 같은 도시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역시 묘한 기분이었다
이렇게 늦게나마 그의 책을 접하며 그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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