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야의 낯선 마당

먼저 온 가을과 너절함

史野 2023. 8. 31. 08:57

며칠 전부터 억새가 이삭을 낸다
사야에게 온 첫 가을이다

이상하게 쓰러지고 흩어져  피어 작년처럼 예쁜   모습은 아니지만 반갑다

최소한으로 잡아도 삼천 개는 뽑았는데 유홍초는 저리 자라 여기저기 한창이다
넘 예뻐서 아주 포기는 못하겠다

봄에 씨를 못 찾아 애달아했던 풍선초도 이제 하나둘 풍선을 매달기 시작한다

흰 꽃범의꼬리도 핀다

이쪽에도 분홍 꽃범의꼬리가 피는데 요란한 분홍이 아니라 좋다

비가 꽤 와서 휘어진 가지들도 왠지 가을 같고

가려진 잎 뒤로도 옥잠화가 한창이다

드디어 새집이 비었다
한동안 방치했던 새집 아래쪽 잡초를 정리하는데 시원섭섭한 마음
다시 와도 알아보지는 못하겠지만 어디서든 잘 살렴

올 가을은 홍범도장군 논란으로 꽤나 시끄럽겠다
어느 지점에서 부딪히고 의견이 갈리는 건가 이것저것 찾아 읽다가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한국인으로 사는 게 참 너절하다는 생각을 한다
세상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 자부심만 가지고 살겠냐만 원해서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좀 억울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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