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죽다 살았다

史野 2016. 8. 14. 00:54

우선 더위

지난 수요일 정말 너무 더워서 미치는 줄 알았다.

그동안 그렇게 더웠어도 보일러에 표시되는 온도계에는 늘 삼십도. 다른 온도계는 삼십일도를 가르키기도 하더만 아마 저 기계는 삼십도가 맥시멈인가 하고 살았는데 드디어 31도..ㅎㅎ

그날은 바람 한점 안불고 뭘 어찌해야하는 건 지를 모르겠더라니까

워낙 더위에 강해서 작년엔 손님이 올때 빼고는 선풍기도 안틀고 살았는 데 올 여름엔 선풍기를 안틀면 잠도 못 잘 정도였으니 말다했지


그런데 어제 밤으로 그 고비를 넘긴 것 같다

90분 타이머를 맞춰놓고 잠들면 두시간마다 깨어 다시 맞춰놓고를 했었는 데 어젠 새벽에 선풍기가 추워서 깼다

오늘도 무진장 덥긴했는 데 일단 바람이 불고 고비가 지났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더라


만약 내년에도 올해처럼 더울거라면 이제 이 곳도 에어컨은 필수일 것 같다

예전에 누가 에어컨을 준다길래 에어컨을 켜고 살거면 시골에 왜사냐고 했었는데 쓴웃음이 나올지경..ㅎㅎ

올 여름을 1994년과 비교하는 기사가 많이 뜨던 데 그땐 유럽도 엄청 더웠었다

근데 올해 독일은 낮 최고기온이 이십도도 안된다니 지구가 더워진거라기보단 지구가 이상해진 게 맞는 거 같다


그리고 또 하나.

오늘 사야가 또 마트에 가다가 식겁하는 경험을 했다

여기 마트는 교차로를 지난 사차선도로에 우측에 합류하는 지점도 있는 애매한 곳에서 우측으로 거의 90도정도의 오르막길을 가야하는 데 거기 또 횡단보도가 있다

오르막이니 당연히 엑셀을 밟고 가고 불법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도로는 안보인다. 그치만 바로 횡단보도도 있고 횡단보도가 빨간 불이면 보통 아무생각없이 올라가는 데 오늘 사야가 그 길을 올라가다가 자전거를 탄 어떤 아주머니랑 충돌할 뻔했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비켜가시던데 그 아주머니는 놀래지도 않는 게 사야차가 있다는 인지도 안하시는 것 같더라..ㅜㅜ

모골이 송연해졌다는 말을 그럴 때 쓰나

진짜 놀랬던 건 사실 사야가 평소보다 훨 느린 속도로 올라갔다. 아 신이 도왔구나, 란 생각과 깜박이도 켜고 올라갔는 데 그 개념없는 아주머니나 불법주차차량도 넘 밉고 복잡한 생각으로 주차장에 들어가 세상에나 이번에는 차를 박았네..ㅎㅎ


주차를 잘 못하니까 평소엔 두 차사이에 주차는 절대 안하는 데 마침 사야가 좋아하는 곳이 비어있기도 했고 생각이 복잡해서였나 주차를 하다 쾅.

속도가 없었으니 쾅까지 아니었어도 일단 접촉사고.

놀래서 평소 사야가 주차하는 널럴한 곳에 가 대놓고 와서 살펴보니 다행히 대형사고는 아니더라지

그래도 남의 차를 박은 건 처음인지라 당황해서는 카트 정리하시는 분께 다짜고짜 ' 저 좀 도와주세요' ㅎㅎ


우짜든둥 차를 박아본 건 처음이라 다른 사람들은 어찌 반응하는 지 모르겠지만 이 차주가 기스난 곳을 바라만 보고 있는거다

그래서 사야가 휴대폰으로 후레쉬를 켜드리겠다고하고 가족회의를 하시고 말씀해주시면 안되겠냐고 하고.

사안이 워낙 경미하니 그냥 가라거나 범퍼를 갈아달라거나 해야하는 데 그냥 계속 보고만 있더라고,,ㅜㅜ

결국 연휴가 끝난 후 결과에 따라 청구하기로 합의를 하고 헤어졌는 데 사야는 마트로 걸어가며 그 남자분이 넘 신기했다

사야가 전화번호확인하면서 입력하라고 사야의 이름석자를 말해줬는 데 이 남자가 그걸 무시하고 이마트사고, 이렇게 입력한다고 해서 사야는 순간 열받음..ㅎㅎ

거기다 사야는 사람을 칠뻔했으므로 차에 기스낸 건 어차피 생각할 것도 아니었고 범퍼를 갈아달라고 해도 할 말은 없는 상황


근데 당장 전화가 왔네

경미해서 그냥 없던 일로 하잖다. 아마 그 마트에 있는 카센터에 들렸나보더라.

사야야 당근 그 경미가 어느 정도인 지 물었는 데 붓칠로 끝날 것 같으니 괜찮다고 하시네.

신경쓰이게 해서 죄송하고 또 고맙다며 전화를 끊긴 했는 데 뭔가 개운 치는 않다

아마 그 남자가 차를 너무 오래 들여다봐서 그런 거 같다. 성격이 보였다고 할까

그 성격은 또 금방 꼭 안해줘도 되는 데 굳이 사야에게 전화해서 괜찮다고 말해줬겠지

꼼꼼하게 살피고 고민하고 또 가해자의 입장까지 배려해주니 참 고맙다

저런 성격이 이 나라의 공무원이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우짜든둥

그렇다고

사야가 지금 최악의 시간을 견디고 있는 데 문제는 또 순간순간 인생은 아름답기도 하고 저런 에피소드도 생기고 그런다

물론 사람을 칠뻔 했으므로 그게 에피소드는 될 수 없다만..

안그래도 급발진이니 아님 음주운전의 미친인간들이니 오래된 차로  운전을 한다는 게 겁이 나기도 하는 데 또 생각해보면 꼭 운전을 안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래 더위는 이제 물러갈 일만 남았으니 다행이고

벌써 추위를 걱정하고 있다만 그건 또 사야만의 문제고

아니 누진세 한시적용이 아닌 왜 간절한 철폐여야하는 지는 또 이야기하기로 하고..


더위도 그렇고 사고도 그렇고

예고없이 와서, 상상했던 게 아니라서 삶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인간은 교육받은 걸로나 경험으로 생각이란 걸 하는 데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그 기대치란 걸 벗어나는 게 삶인 거 같다

심지어 날씨같은 분야도 말이다

날씨에 따라 인간이 어찌 변하는 지도 연구되야할 것 같고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갑자기 처하는 인간의 대응방식도 연구되어야할 것 같다


그러니까 사는 건 무한한 연구의 대상이고

아무도 그걸 아는 사람은 없고

그러니까 사야는 더더욱 이 삶을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살고 싶고


역사를 모르면 삶이 반복된다지만 그 역사는 또 지금의 상황과는 다른 걸

그러니까 어차피 인간은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것도 모르며 죽는다네

누가 알거나 깨달은 게  내 이야기는 아니니까

어떤 깨달은 인간의 삶도 내 삶을 대신해 줄 수는 없으니까


결론은 버킹검이라고 사야는 또 취했음.ㅎㅎ

사람을 안 죽여서 좋아

근데 사야의 잘 잘못과 상관없이 늘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살아야하는 건 참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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