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나뭇가지의 질문법 / 박남희

史野 2016. 4. 27. 23:36


세상이 온통 의문으로 가득 찰 때

뾰족한 것으로 허공을 찔러대기보다는

조용히 이파리를 매달 것

 

그 이파리로 얼굴 붉히고

그 이파리로 울다가

그 이파리로 어디론가 굴러가

다보록한 흙에게 썩는 법을 배울 것

 

그리하여 제 이파리 모두 떨구고

허공이 온통 맑은 날

공중에 오래된 바람소리 풀어놓고

눈물같이 여린 초승달 하나 낳아놓을 것

 

그리고는 안으로 안으로

의문의 강을 풀어내어

나이테의 두께를 늘려갈 것

 

그런 후에는

바람 밑에 숨겨두었던 뿌리에게 넌지시

물의 안부를 물어볼 것



비오는 오후

음악을 듣다가 빗소리를 듣다가 왔다리 갔다리


아직 음악시스템이 완성된 건 아니라서 그리고 집중해서 뭔가를 들을 기분도 아니었지만 피아노소리를 들어볼까 싶어 틀었던 라디오

클래식방송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고 이 곳에서 가까운 충주방송국에서 하는 이상한(?) 프로의 오프닝멘트로 이 시가 나오더라


삶을 향한 태도로 보자면 뭐 이 시만을 해부하며 몇 시간 토론도 할 수 있겠다만 뭔지 모르게 마지막 구절이 사야에게 진하게 와닿아 검색해서 올려본다

좀 전에 올린 글에 붙이고 싶었는 데 모바일로는 복사해 붙이는 방법을 모르고 일일히 자판을 두드리는 건 벅차고..ㅜㅜ


처음 방송으로 들을 땐 시인 지도 모르고 방송작가가 뭔 말을 저리 꼬나 싶었는 데 찾아서 몇 번 읽어보니 살아온 세월과 가치관에 따라 아주 다르게 읽혀질 것 같은 시다


우짜든둥 사야는 왜 뿌리에게 넌지시 물의 안부를 물어볼 것 이란 저 말이 그리도 절절히 가슴에 와닿아 굳이 이 시를 검색해보려 했던 걸까

근데 지금도 뿌리에게 물의 안부를 묻고 싶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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