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렸다
올해 두번째 눈. 근 한달만이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나가보고 싶었는 데 가요대전이란 프로를 보게 되었다
원래 저런 프로 싫어한다고 생각했는 데 사야가 좋아하는 가수들도 많이 등장하고 마지막엔 김창완씨까지 ㅎㅎ
사야가 인생의 몇 곡에 꼽으라면 할 정도로 좋아라는 곡이 창문넘어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인데 넘 오랫만에 들어서인가 콜라보하던 여가수 애가 가사를 잊어 안타깝긴 했다만 눈도 내리는 데 정말 울컥 눈물이 나더라
정말 저 곡은 아무것도 얽힌 사연이 없는데도 그냥 사야가 곡이 좋아 열광했던 곡..
끝나고 나가봤더니 눈은 그쳤고 날이 영상인가 녹아내리고 있네
만져보니 잘 뭉치는 눈이던 데 갑자기 막 눈사람도 만들고 싶고 뭉쳐 던지고도 싶었다만 울 호박이에게 던졌다가는 폭행으로 이해될 게 뻔해서 슬며시 내려 놓았다 ㅎㅎ
우짜든둥 이번에 강추위에도 보일러를 안틀고 버티다보니 난로가 더 중요해졌는 데 담양에 내려가 있던 일년을 빼도 사야가 난로를 지피고 사는 지 벌써 오년 째
나름 베테랑이 되어 이제 불을 붙이는 건 아무 문제가 없다만 그 불을 자유자재로 관리할 수는 없다는 것
그렇게나 많은 시간이 지났는 데도 사야는 아직도 불의 속성을 잘 이해 못하고 있다
잘 타고 있는 놈들을 살짝만 건드려도 불길이 푹 사그러들 때가 있고, 왜 잘 안타지하며 살짝만 건드려도 반대로 불길이 확 올라오기도한다
평범해보이는데도 난로문을 열었을 때 분노의 역류라는 영화에서 처럼 순간적으로 사야에게 달려들어 식겁하기도 한다
가을이 지나고 마당 잡풀들을 정리해 태울 때면 그 과정은 또 얼마나 지난한 지 도대체 산불이 왜 나는 건 지 이해불가 일 때도 있다.
물론 안다 가장 기본적으로 얼마나 잘 말랐느냐의 문제랑 바람의 문제라는 걸..
어쨌든 사야야 아직은 드는 것만으로는 장작의 수분 함량을 가늠할 수준은 아니고 크기와, 쪼갬목인 지 통나무인 지만 가지고 나름 화력을 조절하고 있다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
뭐랄까 불은 아니 불씨는 자신과 최적화된 상황을 기다리는 인내심같은 게 있는 것 같다
아 그리고 무척 자유로운 영혼인 거 같다
그래 그 최적화된 상황이 아니어서 일 수도 있겠지만 너무 막 완전 맘대로라니까..ㅎㅎ
그러니까 결론은 그렇다고
갑자기 확 따뜻함을 느끼고 싶거나 거꾸로 그냥 은은한 따뜻함을 원하거나 그것도 아님 예쁜 불꽃을 원하거나, 가 마음대로 안된다고..
모든 살아있는 존재가 어디로 튈 지 모르듯이 사야에게는 저 불도 그렇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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