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오십이란 나이와 노안

史野 2016. 1. 2. 00:48

새해 첫날부터 참 고마운(?) 경험을 했다.

지난 번 거실구조를 바꾸면서 아무래도 운동을 좀 해야할 것 같아 실내자전거를 거실로 빼놓았는 데 올라가게 되지가 않더라.

몇 번 시도하다 포기

사실 실내에서 운동을 한다는 게 사야는 조금 찝찝한데 그렇다고 이 겨울에 거실문을 열어놓고 운동하기도 그렇고..

요즘 침실에 딸린 화장실창문을 열어놓고 산다만 사야네집은 거실뿐 아니라 침실도 층고가 높은 관계로 그 찬바람은 딱 침실까지만..ㅎㅎ


어쨌든 왔다갔다 불편한데도 굳이 내어놓은 이유가 운동을 할 생각이었으므로 드라마를 보면서 운동을 하면 어떨까하는 대견한 생각을 한거다

사야야 이야기했듯이 동시다발적 일을 잘 못하는 데 뭐 의미없는 드라마는 상관없지 않을까 싶어서말이다

그런데 왠일 사야가 지금 앉은 의자보다 자전거가 이미터도 안되는 데 세상에나 티비가 잘 보이지가 않네


고삼때부터 안경을 쓰기시작했는 데 공부를 해서 칠판을 봐야하는 것도 아니고 멀리서 사람들이 인사할 때 못 알아보는 정도라 사는 데 큰 불편은 없었기에 안경을 안쓰고 산 지 꽤 오래되었다

운전을 시작했을 때는 잠시 안경을 쓴 적도 있다만 요즘은 또 안경없이 운전해도 별 불편함도 모르던 상태.


그런데 오늘 티비가 잘 안보이니 안경을 끼고 자전거를 돌리고 있다가 넘 힘들어 내려온 후 그 상태로 휴대폰을 확인하는 데 세상에나 글이 안보이더라는 거다.

놀래서 안경을 벗어보니 그제서야 보이네.

다른 사람들과 비교 노안이 안와서 참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고 무지 뿌듯하게 살고 있었는 데 그게 아니었다는거다.

몇년 전 부터 안경낀 친구들이 메뉴판같은 걸 볼 때나 휴대폰을 볼 때 안경을 벗고 보는 걸 본 적이 여러번 있지만 사야가 안경을 쓰고 살지 않으므로 크게 개념치 않았는 데 결국은 사야도 그런 경우였더라구.


요즘은 책을 읽지도 않는 주제에 사야는 노화의 징후중 노안이 제일 두려웠웠다. 안경을 끼지 않으면 책을 볼 수 없다는 게 뭐랄까 어떤 마지노선같은 거였달까

사야는 진즉부터 생리도 하지 않는 데 그건 아무 느낌이 없었다니까. 아니 오히려 드디어 해방되었구나, 란 자유로움과 충만감 비슷한 걸 느꼈었다. 애를 안낳아봐서인 지 거기에 따라오는 갱년기증상같은 것도 없었고 너무 무난하게 잘 지나갔는 데 노안은 그렇지가 않더라구

정말 너무 충격받고 앓아 누울 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미리 생각하고 있었는 데..

아니더라.

물론 아직 돋보기를 이용해야하는 상황이 아니라서 충격이 덜 한 건 지는 모르겠다만 그리고 쓰리쿠션 비슷한 형태로 와서인 가 생각보다는 덤덤해서 참 다행이다.


그래 또 이렇게 고맙게도 스스로 그어놓았던 선을 구렁이 담넘듯 은근슬쩍 넘는다.

물론 사야오빠가 일찍 결혼하긴 했다만 생각해보니 딱 지금의 사야나이에 사야엄마는 할머니가 되었더라.

그러니까 사야엄마가 한국나이로 오십이 되었을 때 사야의 큰 조카가 태어났더라구.

아직은 미혼이다만 올해 서른 둘이 되는 그 조카가 결혼을 해 아이를 낳는다면 사야도 곧 고모할머니..ㅎㅎ

사실 사야는 아직까지는 세배도 받아본 적이 없는 데 어느새 그런 나이가 되어버렸네.


너무 비장하게 기다려서인 가 싱겁게 넘어간다만 이러니 저러니 어떤 말을 갖다부쳐도 아 이젠 늙었구나, 란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어제 누군가가 본인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이에 집착하는 것 같다던데 사야도 그 비슷하게, 나이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참 많이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

물론 육체와 반비례해서 정신이 풍성해지고 고민하는 것만큼 단단해질 거라는 헛꿈도 꾼 것 같다.

지금보다는 더 나은 인간이고 싶었다는 뭐 그런 간절한 갈망같은 거였을 까

사실 근시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안경을 끼는 애들도 있는 마당에 원시라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이 난리인 것도 일종의 ' 나 부족한 인간맞다' 광고하는 거겠지..ㅎㅎ


근데 포기하진 않을거다

삶이 늘 투쟁적이었기에 삶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뭐 이런 컨셉으로 가고 싶기도 하다만 그건 아니고..

많이 벗겨냈다고는 생각하지만 남들이 나를 어찌 생각하는 가를 고민하며 자꾸 둘러쓰려고하는 그 망토에서 자유로와지고 싶고

함께사는 삶이라니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야하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에서도 자유롭고 싶고..


아 몰라

아직 오십아니야 엄밀히는 마흔여덟에 반이야..ㅎㅎ

딱 하루씩만 살던 사야가 그 일년반의 세월을 어찌 채워보련다

어찌 채울 건 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천천히 생각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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