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비내리는 가을

史野 2015. 11. 9. 04:07

 

 

 

 

 

 

 

 

좋다 비가온다

비예보에 미리 불쏘시개며 장작이며 실내로 들여놓고는 삼일내내 빗소리도 난로불도 즐기는 중이다

또 새로운 반찬을 만들어 맛있는 식사를 하고는 용기를 내어 빗속 드라이브를 나가봤다

거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꼭 뭔가가 절실히 필요할때만 나가는 사야가 자발적으로..

 

운전을 못해 심적고생이 심한 삶을 살아서였나 일단 다시 한다는 게 참 좋다

물론 이 어두운 시골에서 밤에 빗속을 운전하는 건 왠만하면 하지 말아야겠다는 경험.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니더라

중간에 사연이 있어 운전을 안하긴 했지만 한국에 돌아와 면허를 따고 차를 샀던 건 장말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겨우 서울에서 장성 몇번 왔다갔다한 게 전부인데도 지금 운전하며 나름 안정감을 느끼는 건 그 기억이지싶다.

 

요리용이 아닌 난로에 저리 고기를 구워 새끼들과 나눠먹다보면 꼭 원시인들이 사냥한 고기를 구워먹는 듯한 묘한 기분을 느끼게된다

 

오랜만에 이웃집이 마당에 등을 켰더라

사실 저 가로등도 있고 사야집등도 있으니 꼭 필요한건 아니더라도 그냥 반갑다

오늘 차없이 누군가 걸어서 사야네집 근처에 다녀갔는데 그 남자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망원경으로 지켜봤다

누군가 걸어서 올 곳이 아닌 데 당황스럽다.

 

이번 비에 비가 새는 곳이 더 늘었다

자다깨서 천창에 부딪히는 빗소리를 듣다보면 참 행복한데 이젠 집안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도 함께 듣는다

근데 참 이상하지? 사야는 왜이리 심상하니..ㅎㅎ

 

아마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

그 황당한 잭하나 때문에 사야는 이제 맘껏 음악을 들을 수 있게되었다

모든 씨디는 물론 디비디뿐 아니라 자기전 침대에 누워서도 훨 업그레이드된 사운드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신세계가 열렸다

굳이 부엌의 스피커없이 거실 시스템만으로도 많은 것이 해결되었다

 

이유는 또 있다

어제밤 또 창문을 열고잤다 한겨울 사야의 침실이 시베리아인 건 보일러를 잘 돌리지않기 때문이라기보단 사야가 늘 창문을 열어놓고 자기 때문이다 ㅎㅎ

찬바람이 머리를 스치면 진짜 기분이 좋다

이건 사야가 한겨울 노천온천에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 또 이리 주저리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싶은 걸까 ㅎㅎ

그래 더디긴해도 자유로와지고 있는 것 같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여전히 불안해하는 순간은 있고 동티일까싶어 한마디도 조심스러웠는데 사야 이젠 정말 살아내고 있는거니

알콜중독자가 백일코인을 받는것처럼 사야도 이제 그렇게 말해도 되는걸까

 

정신과상담을 받는다고 사야에게 백번도 더 들었고 그 의사도 직접 만났고 그 후 정신병원에 입원했을 때 그 곳에서의 편지를 받고도 인정하지 않던 그 남자가

너랑 살아보지 않고서는 아무도 널 이해할 수 없을 거라던 그 병

이혼하자니까 그걸 병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노라고 인간은 누구나 연약한 면을 갖고있는 거라고. 그건 치유의 대상이 아니라 네가 평생 안고가야할 니 성정일 뿐이라고.. 십오년 가까이 살았던 그 남자가 말했던 그 병

 

그래 그러니까 그 남자가 치유는 기대하지말고 그냥 평생 제발 편한 맘으로 껴안고 가라고 읍소하던 그 병에서 사야는 조금씩 자유로와지는 느낌이라고..

 

정말 그런거면 좋겠다

그 느낌이 맞는 거면 좋겠다..

'7. 따뜻한 은신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얀 밤을 불태우고 ..  (0) 2015.11.12
비온 뒤...  (0) 2015.11.11
무식이 죄 ㅎㅎ  (0) 2015.11.05
기분전환  (0) 2015.11.02
그녀가 물었다  (0) 2015.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