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기분전환

史野 2015. 11. 2. 23:48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지자 칡잎이 저리 얼어버렸다

다른 덩쿨들과 달리 어차피 칡이야 내년에도 무성히 올라올 것이므로 잎이며 울타리를 감은 가지들이며 잘라줘야하는 데 왠지 저걸 다 걷어내면 진짜 겨울인 것같아 저 처연한 모습을 이틀내내 바라보고만있다

 

물론 감상적인 이유만은 아니고 저걸 다 잘라내버리면 올라오는 차들이 적나라하게 보여서 하루라도 더 가려진 느낌이길 바라는 마음때문이긴 하다만..

 

어젠 도통 입맛이 없어서 첫끼를 밤 11시가 되어 먹었다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냉장고에 있는 반찬들을 몇개 꺼내 대충 큰 접시에 담아 먹었는데 배가 고팠었나 의외로 맛있더라지

 

요즘은 새끼들을 따라 먹는지라 새끼들 닭삶아주면 남은 고기로 사야는 닭볶음탕이나 안동찜닭 혹은 닭죽.

돼지고기 구워주는 날 사야는 고추장 돼지불고기 아니면 일본식 간장조림덮밥 ㅎㅎ

 

오늘 역시 새끼들 황태 좀 삶아줄겸 입맛없으니 황태국에 밥말아먹어볼까해서 황태콩나물 국을 끓이는데 갑자기 근사한 밥상이 그리워졌다

그래 황태국에 들어간 콩나물 꺼내 무치고 또 거기에 시금치도 삶아 무치고.

반찬을 꺼내며 생선을 한토막 구울까 달걀말이를 할까 고민했는 데 왠걸

담다보니 꼴뚜기볶음, 새송이에 은행넣은조림, 돼지안심살에 톳넣은 조림,

김치에 장아찌에.. 뭘 더하긴 커녕 담아놓은 건 다 먹어야하는 사야는 있는 반찬을 다 꺼내지도 못했다

사야 요즘 무기력하고 우울한 거 맞니? ㅎㅎ

 

우선 황태국이 사야가 끓였던 최고였던데다 예쁘게 담아 맛있게 먹었더니 오랫만에 뭐랄까 스스로를 대접해준 느낌이랄까 어쨋든 좋더라

물론 같이 먹는 한사람이 더 있었다면 생선도 한토막 굽고 달걀찜도하고 다른 반찬도 더 꺼내 좀 더 근사하게 먹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

근데 이건 혼자 먹는 서러움이 아니라 한정식집에 혼자는 못가는 안타까움같은거여서 약간 충격..^^;;

 

잘 삶은 황태를 대령해도 난로에 구워 참나무향이 밴 고기를 대령해도 지 기분이 나야 먹어주는 나쁜년 울호박이 사진도 하나

이젠 가려야하는 데 아침에 침대에 누워 바라보면 느낌좋은 창문사진도 하나

 

 

유관순누나를 모르는 불쌍한 애들이 이 나라에 그렇게나 많다는 그 절절한 광고를 보다보면 화면속으로 들어가 그 한복을 붙잡고 함께 서럽게 울어야하는건 아닌가 미쳐돌아가고 계시는 사야는 그래도 한끼 맛있게 먹고 역시 인생은 살만한거라고 말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 이건 사야의 문제라니까

박사모 회원도 나름 인생을 고민하면서 살더라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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